9일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고려아연의 3분기 매출·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1920억원, 2650억원이다. 이어 4분기에도 매출 3조2250억원, 영업이익 2650억원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하반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상반기보다 17% 증가하고,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48% 늘어난 수치다.
고려아연은 아연·연과 같은 비철금속을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금·은·동 등도 회수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 시세가 오르면 회사 실적도 오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비철금속 가격은 하락 추세에 들어갔지만,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더해 금·은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 하반기 고려아연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이유다.
NH투자증권 이재광 연구원은 지난 5일 고려아연 기업분석보고서를 통해 "경제 둔화 우려, 금리 인하 기조,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을 감안했을 때 하반기에도 귀금속 가격 강세로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단위=억원, 자료=에프앤가이드
이미지 확대보기회사 실적이 우상향을 그리며 주주환원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1주당 1만원을 중간배당으로 지급했다. 중간배당 금액은 작년과 동일하다.
동시에 회사는 4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매입 이유는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로, 소각 규모는 내년 5월까지 예정된 실행 시점에서 다시 공개할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5월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도 1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올해 5월 소각했다.
고려아연이 주주환원 방법으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이유는 회사의 지분 구조와 관련있다.
고려아연은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설립한 영풍그룹 계열이다. 최근 3세대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대에 이르러 계열분리 움직임을 보이며 장씨 가문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25.4%를 보유한 ㈜영풍이다. 이를 포함해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2%에 이른다. 고려아연의 배당이 커질수록 이들이 받는 이득도 커진다.
현재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이 보유한 개인지분율은 1.84%로 낮지만,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은 33%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 회장측은 LG·한화·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을 우군으로 만들어 부족한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과거 매입한 자사주를 활용하기도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두 가문간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4월 고려아연이 영풍과 20여년간 이어온 황산취급대행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하자 6월 영풍측에서 소송으로 대응했다.
고려아연이 최윤범 체제 아래 기대 이상의 실적을 이어간다면 나머지 주주들도 현재 경영진에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도 두 가문이 맞붙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이 올린 안건에 표를 던졌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