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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가겠다는 한컴의 ‘꿈’ 기로에 서다

정채윤 기자

chaeyun@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09 05:00 최종수정 : 2026-02-09 11:05

‘한국형 팔란티어' 기대감
중복상장 논란에 ‘급제동'
FI 풋옵션 변수 시계 ‘제로'

▲ 김연수 한컴 대표(왼쪽)와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

▲ 김연수 한컴 대표(왼쪽)와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우주를 향한 한컴그룹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그룹 계열 위성·AI(인공지능) 데이터분석 전문기업 한컴인스페이스 상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기술성 평가 통과 후 예비심사 단계에 들어갔지만 심사 결과가 6개월째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는 그 이유를 ‘중복 상장’ 논란으로 보고 있다.

심사 결과 6개월째 무소식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해 8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심사 결과 통보를 받지 못했다. 사실상 심사가 올스톱된 상태다.

업계는 규정상 예비심사 결과 통보 기한인 45영업일을 훨씬 넘긴 장기 지연이 ‘중복 상장’ 논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거래소는 대기업 및 상장사 계열사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중복 상장 논란 대응을 위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업공개(IPO) 심사 전반에 긴장감이 커졌다.

이에 대해 한컴인스페이스 측은 “한국거래소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상장예비심사 미승인 관련 보완 의견은 지배구조의 투명성, 안정성 부분과 경영 독립성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 및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중복 상장' 논란과는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팔란티어’ 지향했는데...

한컴인스페이스는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 최명진 대표가 설립한 AI 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최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한글과컴퓨터(한컴)로, 콜옵션 행사 등을 통해 약 31%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위성·드론·지상센서 데이터를 통해 수집한 이기종 데이터를 ‘인스테이션(InStation)’이라는 미션 플랫폼으로 통합·분석하는 사업을 해왔다. 재난·안전, 국방, 스마트시티 등 분야에서 위성 영상과 지상 정보 센서 데이터를 한 화면에 올려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유사해 ‘한국형 팔란티어’를 표방해 왔다.

2020년 한컴그룹 편입 후에는 세종 위성 시리즈와 연계한 ‘우주 데이터+AI 분석’ 수직 계열화 전략을 추진하며 그룹 내 우주·AI 신사업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상장 준비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6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기술특례 자격을 확보했고, 대신증권 주관으로 예비심사, IR, 프리IPO를 순조롭게 진행하며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다.

상장 모회사·비상장 자회사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상장 준비가 한창이던 시점에 중복 상장 논란이 부상했다. 국내 대기업 및 상장사 계열사 자회사 IPO는 모회사 가치 희석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받으며 LS 등 국내 대기업 사례, 바이오, 2차 전지 자회사 IPO 등이 여론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상장사 모회사+핵심 자회사 IPO’ 모델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다.

상장사인 모회사 한컴과 비상장 자회사 한컴인스페이스 구도는 덕산넵코어스(덕산하이메탈 계열)와 함께 중복 상장 논란의 대표 타깃이 됐다.

결국 기술성 평가 통과 및 프리IPO 완료 이후에도 예비심사 결과가 6개월째 지연되며 IPO 일정 전반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평가가 많다.

FI 리스크 ‘직격’ 염려

한컴그룹은 한컴인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국형 팔란티어’ 모델을 추진하며 위성 데이터 인프라와 AI 융합 분석 플랫폼을 동시에 키워왔다. 세종 위성 시리즈와 데이터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정보 분석 시장 진출까지 모색 중이다.

하지만 자회사 상장이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우주·AI 사업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2023년 10월 한컴과 한컴인스페이스 간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한컴인스페이스가 2026년 11월까지 상장하지 못하거나 5월 예비심사 통과에 실패하면 FI(전략적 투자자)는 투자원금에 연 8% 수준 내부수익률(IRR)을 더한 가격으로 주식을 한컴에 되팔 수 있다.

만약 FI 풋옵션이 행사되고 한컴이 양수도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양측 주식이 시장에 동시에 나올 위험이 있다. 경영권 방어와 재무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이중 압박 상황에서 한컴인스페이스 상장 지연은 단순 일정 차질 이상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전략 산업’ 인정할까

앞으로의 관건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거래소가 마련 중인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내용이다.

업계는 모·자회사 동시 상장 시 소액주주 보호,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심사 강화, 상장 목적과 사업 분리 명확성 등을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 지분 가치 띄우기 목적 자회사 상장은 문턱이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한컴인스페이스가 속한 우주·AI 데이터 영역을 정부, 거래소가 어느 정도까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인정해 줄지 여부다.

정부가 누리호 및 민간 위성 산업 육성 정책을 유지하는 만큼 기술특례 상장을 통한 우주·AI 데이터 기업 지원 예외를 둘 수 있다는 기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명분으로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FI 풋옵션 데드라인과 중복 상장 규제가 맞물려 재무적·지배구조적 리스크가 동시에 커진 상황”이라며 “한컴그룹이 지분 매각이나 사업 재편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릴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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