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반도체 사이클 위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단지 기성품 중심에서 ‘맞춤형’으로 옮겨가는 트렌드가 희미하게나마 나타나고 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년간 흐름을 보면 삼성전자는 다각화한 포트폴리오를 추구했고,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 집중해 호황기 폭발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신문이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2016년 1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약 10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총주주수익률(TSR)을 산출했더니, 각각 706%, 2,899.3%로 집계됐다.
TSR는 일정 기간 주가변동률과 배당수익률을 합산한 지표로, 회사 주식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전체 수익률을 보여준다. 배당금은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했다고 가정했다.
예를 들어 10년 전 삼성전자 주식을 1,000만 원어치를 매수해 보유하고 있었다면 원금의 7.06배에 해당하는 수익이 발생해 현재 평가액은 8,060만 원이 된다는 의미다. 같은 기준으로 28.99배 수익을 본 SK하이닉스 투자자 평가액은 약 2억 9,993만 원에 이른다.
파운드리·HBM 성장통이 가른 희비
삼성전자를 선택한 투자가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10년간 코스피 상승률(172.3%)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다. 그럼에도 똑같이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 수익률이 아득하게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먼저 사업 포트폴리오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DX 부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DS(반도체) 부문 내에서도 D램, 낸드, 파운드리 등 제품·서비스 구성이 혼재해 있다.
2025년 기준으로 D램 비중 57%, 낸드 29%,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21% 등으로 다각화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에 집중해 D램 비중(77%)이 높다.
그렇다보니 반도체 경기가 활황일 때 주가가 급등하고 불황 때 급락하는 변동성이 SK하이닉스에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연도별 TSR를 보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성장 기대가 정점이었던 2017년 메모리 호황기에 삼성전자는 약 104%, SK하이닉스는 약 150%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 이후 글로벌 금리 인상과 급격한 재고 증가로 반도체 다운턴이 시작된 2022년 TSR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삼성전자가 -27%가량, SK하이닉스가 -41%가량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3년에는 외부 고객사뿐 아니라 삼성전자 MX(모바일) 사업부마저 갤럭시 S23에 전량 퀄컴 스냅드래곤을 채택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해 삼성전자 TSR는 43.8%로, SK하이닉스(89.5%)와 약 45%포인트 가량 격차가 났다.
주가가 가장 급격하게 벌어진 시기는 2024~2025년이다. D램 분야에서 30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경쟁력 위기론이 제기된 때다. HBM 품질 이슈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R는 각각 2024년 -29.5%, 24.2%(격차 53.7%포인트), 2025년 125.4%, 274.4%(격차 149%포인트) 등으로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된 우려를 하나씩 해소해 나가고 있다. 파운드리는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와 연달아 대규모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HBM은 6세대 HBM4 제품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가장 먼저 통과하며 이달 본격 출하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이후부터는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SK하이닉스를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원의 삼성전자냐, 성장의 하이닉스냐
‘슈퍼사이클’ 도래로 인한 주가 랠리에 가려졌지만, 배당 수익률 역시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익 변동성이 크더라도 압도적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하락장에서도 배당을 유지할 기초 체력이 있는 편이다.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주환원 정책은 유사한 점이 많다. 두 회사는 사전에 공지한 기준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 일정 비율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두 회사는 3년간(삼성전자 2024~2026년, SK하이닉스 2025~2027년) 기준으로 FCF 약 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한다. 다만 활황기에는 설비투자가 늘면서 배당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보다 적극적이다. 누적 FCF 기준 배당정책은 2016년 삼성전자가 먼저 도입했고, SK하이닉스는 2022년에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 10년간 평균 배당률은 삼성전자가 2.44%, SK하이닉스가 1.23%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과 2024년 각각 약 10조~11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주환원에서 앞서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자사주 약 12조 원어치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초 자사주 소각이다. 단, 소각 대상은 새롭게 취득한 자사주가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다.
2010년대 SK하이닉스는 호황기 때 번 돈으로 사둔 자사주를 불황기 교환사채(EB)를 통한 자금조달 통로로 활용하는 전략을 써왔다. 최근 관련 제도·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사주 소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하이닉스는 과거 채권단 워크아웃 위기를 겪었을 정도로 생존을 위협받은 경험이 있고, 2020년 이후에도 수조 원대 흑자와 적자가 반복되는 극심한 실적 변동성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호황기에도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려는 경영 문화가 형성돼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배당·환원 방식 차이를 감안해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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