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100년물(센추리본드) 파운드화 채권 발행을 준비중이다. 알파벳이 파운드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국적 기업인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00년물은 단순히 자금조달과 환율변동 방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AI 산업 발전에 대한 초장기적 신뢰를 채권시장으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이다. 과거 초저금리 시대에나 가능했던 센추리본드 발행이 AI라는 성장동력을 달고 등장한 셈이다.
알파벳을 포함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대부분 AI 인프라 확보를 위한 자본적지출(CAPEX) 목적이다.
채권발행 규모가 클수록 공급이 늘어나 시장금리는 상승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한 이유 중 하나로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채권발행이 꼽힌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 수익성에는 부담이다. 하지만 AI 산업 발전이 생산성을 증가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AI가 기존 전문직과 서비스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분석에 기반한다.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해지면 제품 가격이 하락하거나 적어도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AI 산업 발전이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주식시장도 AI 자금 흡수…판단 어려운 채권시장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 지명자인 캐빈 워시는 AI 도입에 다른 물가안정을 강조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물가가 안정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연준이 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낮아진다.반대로 지표가 과열돼도 기준금리를 바로 올리지 않고 대응이 가능하다. 연준의 재량권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연준이 기준금리 결정 시 참고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물가와 실업률이다. AI 산업 발전으로 물가가 안정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금리가 다소 높은 수준에서 오랜 기간 머무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은 채권시장 환경을 악화시킨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장 국면에서는 채권가격과 주식시장 흐름이 동조화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유동성이 시장 흐름을 결정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면 시장에 공포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일부 다르다. AI 발전에 다른 생산성 향상이 긍정적 성장전망을 뒷받침하면서 금리 인상이라는 공포를 억누르는 모습이다. 자금조달에 따른 비용이 증가해서 성장을 통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는 논리다.
채권시장 양극화, 소프트웨어 기업 몰락 우려와 오버랩
최근 국내 채권시장 금리 역시 상승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채권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발행시장에서는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AI를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채권시장 전반 약세로 이어졌지만 결국 성장 여부에 따라 투자자 선호도가 달랐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AI기업인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 등을 내놓으면서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 자금조달처인 사모대출 펀드 업계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산업 성장동력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산업이 AI로 무너진다는 것은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반 소프트웨어 조달금리는 치솟을 수밖에 없고 앤트로픽과 같은 시장판을 바꾸는 주체에는 더욱 자금이 몰리게 된다. 최근 국내 채권 발행시장에서 양극화 기조를 단순 등급 논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리 인상 소식은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면서도 “자세히 보면 특정 기업들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고 이들은 자금동원력이 이미 풍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금리 상승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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