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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건설업…워크아웃·폐업 등 다른 결말 맞은 태영·신동아·한일

조범형 기자

chobh06@

기사입력 : 2026-02-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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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여의도 사옥./태영건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태영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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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최근 건설업이 원자재 가격 급등,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업계 곳곳에서 “위기”의 신호음이 울리고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모든 건설사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신용의 불씨를 지킨 기업은 채권단과의 ‘자율적 구조조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한계에 부딪힌 곳은 ‘법정관리’라는 국가의 개입에 기대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곳은 결국 ‘폐업’이라는 결말을 맞는다.

최근 업계를 뒤흔든 태영건설, 신동아건설, 한일건설의 사례는 이러한 세 갈래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용의 실낱같은 희망이 남은 자율 구조조정

태영건설은 최근 건설업계 위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 시공 능력 순위 상위권인 대형 건설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어 기제는 바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다. 이는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했지만,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때 금융권 주도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워크아웃의 성격은 ‘자율적 협약’에 기반한다. 법원의 개입 없이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모여 '이 회사를 지금 죽이기보다는 살려서 돈을 돌려받는 것이 우리에게도 유리하다'라는 경제적 판단이 설 때 비로소 성립된다. 채권단은 대출 상환 기일을 연장해주거나 이자를 감면해주며 당장의 숨통을 틔워준다. 하지만 이는 공짜가 아니다. 기업은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 태영건설 역시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 매각과 SBS 지분 담보 제공 등 강력한 자산 유동화 계획을 내놓으며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냈다.

워크아웃은 '신용'이 아직 완전히 바닥나지 않았을 때 가능한 마지막 카드다. 만약 채권단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약속한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워크아웃은 즉시 중단된다. 이 경우 기업은 곧바로 다음 단계인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되며, 이는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는 '실패한 구조조정'으로 기록된다. 결국 태영건설의 행보는 자율적 협의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신동아건설 본사 전경./사진제공=신동아건설

신동아건설 본사 전경./사진제공=신동아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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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건설 '법정관리', 법의 강제력으로 도모하는 최후의 회생

워크아웃이 금융권과의 ‘대화’를 통한 타협이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법원의 ‘명령’에 의한 강제 구조조정이다. 신동아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자력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이 길을 걷게 됐다. 워크아웃이 채권단과의 협의에 실패하거나, 채무 구조가 너무 복잡해 민간 차원의 해결이 불가능할 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주도권은 금융권이 아닌 법원으로 넘어간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즉시 회사의 모든 채무는 동결된다. 빚을 갚으라는 독촉이나 자산 압류에서 벗어나 오로지 경영 정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법원은 회사가 계속 운영될 때의 가치가 회사를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될 때만 회생을 허가한다.

하지만 법정관리의 대가는 가혹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대외 신인도는 사실상 바닥으로 추락한다. 건설업은 수주와 보증이 생명인데, '법정관리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신규 수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기존 경영진의 권한은 제한되거나 박탈되며,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회사의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는 빚을 대폭 탕감받고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할 수 있는 ‘법적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멸과는 다른 결말을 지향한다.

◇ 한일건설 '폐업', 자생력 상실과 시장 소멸의 마침표

건설사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이고 허망한 결말은 '폐업(청산)'이다. 최근 한일건설의 사례처럼 자금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부채 규모가 자산 가치를 압도해 사업을 지속할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의지의 산물이라면, 폐업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항복 선언이자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

흔히 사람들은 "폐업하면 모든 것이 끝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적 절차로서의 폐업은 기업이 가진 모든 자원을 마지막까지 짜내어 정리하는 과정이다. 폐업 절차에 들어가면 회사가 보유한 모든 자산, 즉 토지·건설 장비·사무실 집기, 심지어 받지 못한 미수금까지 모두 현금화하는 청산 작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현금화된 자산은 법적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된다. 가장 먼저 처리되는 것은 근로자의 기본권인 체불 임금과 퇴직금이다. 그다음으로 국가에 내야 할 세금과 담보권을 가진 은행들의 빚을 갚는다. "폐업하면 거지는 면한다"는 표현은 극히 드물지만, 모든 채무를 변제하고도 남는 자산이 있을 때 주주들에게 배당이 돌아가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현재 위기를 겪는 건설사들 대부분은 빚이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가 많아, 실제 청산 과정에서 주주나 일반 채권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업계에 몰아친 한파는 모든 기업에 평등하게 다가왔지만, 그 추위를 견디는 방식과 결과는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체력과 신용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태영건설은 금융권의 신뢰를 담보로 자율적인 갱생의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으며, 신동아건설은 법이라는 엄격한 잣대 아래서 강제적인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한일건설은 뼈아픈 소멸의 길을 걷게되면서 현재 건설업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로 나타났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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