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KD칸서스밸류PEF는 하나금융지주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나금융지주가 비금융 강화 전략으로 보험을 강화하기로 한 것과 맞물려 실제 성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전은 없었다. 6~7주 가량 실사기간이 지난 후 하나금융지주는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해 추가 유상증자는 물론 무상감자로 가격을 대폭 낮췄다.
KDB생명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건 취약한 자본건전성 때문이다. KDB생명은 경과조치를 적용했지만 상반기 K-ICS비율이 140.7%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맞추지 못했다. 인수 후 정상화에 들어갈 자금이 천문학적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KDB생명은 가치 제고를 위해 보장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버팀목치매보장보험에 탑재된 신담보 ‘(무)급여치매감별검사보장특약’과 ‘(무)급여치매전문재활치료/정신요법보장특약’으로 6개월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ABL생명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ABL생명은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ABL생명은 안방보험 인수 전 알리안츠생명 시정 8% 양로보험을 판매했다. 당시에는 금리 수준이 높았지만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했다. ABL생명을 이를 타개하기 위해 RGA재보험사와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었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롯데손보 희망 가격은 3조원이다. JKL파트너스는 처음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을 롯데그룹 퇴직연금 물량 보존을 조건으로 53.49%를 3743억원으로 인수했다. 이후 증자 등을 고려하면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에 소요한 비용은 7000억원~1조원이다.
롯데손보 가격이 3조원이라는 근거는 인수 당시 대비 수익성이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롯데손보 3분기 영업이익은 3449억원, 당기순익은 2629억원이다. 장기보험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수익성도 실제로 개선됐다. 롯데손보에 따르면, 3분기 장기보장성보험 신규월납액은 107억원으로 2분기 85억원에 비해 26.3% 늘었다. 3분기 중 새롭게 확보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438억원이다.
디지털 플랫폼 '앨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손보는 플랫폼 출시 4개월 만에 계약 2만5000건, 월간 최대 활성 이용자수(MAU)는 37만명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3조원은 지나치게 고평가 된 가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기보장성 보험 비중이 높아진건 맞지만 롯데그룹 퇴직연금이 빠질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장성 보험 비중이 늘어나 과거 보다 수익성이 개선된건 맞다"라며 "롯데그룹 퇴직연금 물량 비중이 꽤 큰데 물량이 빠졌을 때도 문제가 없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에서도 가격이 비싸 무리하지 않는다는 기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한 금융지주사로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사가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가격이 비싼 보험사에 무리해서 M&A를 하지 않는다는 기조"라며 "롯데손보는 가격이 부풀려져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