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기능을 단순히 정책과 감독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는 주장과 함께, 두 기능을 모두 갖추지 않은 조직에 시장이 순응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달 중순 금융위 조직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 기능이 '재정경제부'로 이관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의 기능을 더해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에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금융위 해체가 기정사실화 됐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지만, 금융지주와 은행·증권·보험 등 업계에서는 여전히 금융위의 존속을 바라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금융위가 명확한 기조를 갖고 정책과 감독을 함께 수행하면서 금융사들의 혼선이 크게 줄었다"고 전한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하반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관마저 재편되면 전처럼 빠르고 유기적인 위기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와 부동산PF 사태, 러-우크라이나 전쟁, 탄핵 정국 등 지난 수년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온 국내외 사건들이 적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단기간에 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국내 금융 생태계 개선과 혁신을 지원하는 역할도 금융위원회의 성과로 꼽힌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금융위원회가 혁신 금융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빛을 보게 된 핀테크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인력과 시간 부족 등의 한계로 인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금융위의 존재가 현재의 금융 DX·AX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위의 금융 샌드박스 제도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을 통해 다양한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최근에는 AI 은행원·퇴직연금 AI로보어드바이저 등 고도화된 금융AI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일관된 기조가 필요하면서도 개별 금융사들이 이행하기를 꺼려하는 역할을 상당수 맡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있어 민간 금융사의 협조를 더 수월하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금자보호한도 확대 ▲금융 보안 강화·보이스피싱 근절 ▲금융 인프라 안정 ▲금융·신용정보관리 등 소비자 보호와 직결되는 역할들을 금융공기업이 담당하는데, 금융위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 해당 공기업들도 사업을 이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더욱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금융은 돈을 다루는 특성상 항상 사고와 문제를 동반한다"며 "금융만큼은 정책과 감독 기능을 한 곳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다"고 전했다.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이 완전히 분리된다면 해당 기관들의 관리 능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고, 각 사 별 이해관계가 다양한 금융의 특성상 모두를 아우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권에 대한 법적 해석이 쟁점이 되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개편된 조직이 전보다 나은 수행 능력을 지닐 수 있는지의 여부"라며 "적지 않은 업계와 시장 구성원들이 금융위를 높게 평가하며 존속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