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왼쪽)와 이양구 전 동성제약 회장. /사진=동성제약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13일 동성제약에 대한 심의를 열고 내년 5월 13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동성제약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동성제약이 상폐 대상으로까지 내몰린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이 있다. 이양구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조카 나원균 대표에게 대표직을 넘기며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올해 2월 나 대표에게 지분 2.94%를 매도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지난 4월 보유 중이던 지분 14.12%를 주식 양수도계약을 통해 소연코퍼레이션에 120억 원을 받고 매각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주가(3820원)보다 14.8% 낮은 3256원에 지분을 넘겼다. 이후 디지털 마케팅 전문업체 브랜드리팩터링이 매수인 지위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만약 블록딜(장외 대량매매) 방식을 취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이는 이 전 회장의 채무 때문이다.
동성제약 측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이 전 회장은 선물옵션 등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인 자금까지 유용해 증거금으로 사용했다. 나 대표와 그의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 명의를 무단 사용한 것을 넘어 회사의 임원, 부장급 직원들에게도 돈을 빌렸다. 급격히 늘어난 손실로 긴급히 자금을 융통해야 했던 것이다.
이 전 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은 나 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고, 나 대표와의 양도계약에도 위반된다는 점에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동성제약 측이 제공한 양도계약서에는 ‘이 회장이 소유한 동성제약 주식회사 주식 전부에 대해 제3자에게 처분, 양도, 질권 등 담보권 설정, 해당 주식을 이용한 투자 행위 등 어떠한 처분 사용 수익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를 어기고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에서 이 전 회장은 2년간 회장직 유지와 주식, 경영권 재매입 권리를 보장받았다. 브랜드리팩터링은 회사가 지정한 인사를 이사회에 앉히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기존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는 이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의도로 해석된다.
이 전 회장이 운영하던 동성제약은 5년 연속 영업손실이 나며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지난 2018년 18억 원 영업손실을 내고 2019년 75억 원, 2020년 37억 원, 2021년 53억 원, 2022년 31억 원의 손실을 이어갔다.
적자 원인으로는 높은 매출원가와 판관비 그리고 매출 정체가 있다. 동성제약 매출원가율은 60%를 넘어섰다. 지금은 50% 수준이다. 매출총이익 대비 판관비 비율도 100%에 이르러,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높다.
영업손실 누적 등의 여파로 동성제약은 지난 5월 7일 1억348만 원 규모의 전자어음 결제 불이행으로 첫 부도를 맞았다. 이후 총 15건, 누적 59억 원 규모의 부도가 발생했다. 이에 동성제약은 첫 부도가 발생한 5월 7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6월 23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후 이 전 회장은 나 대표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주상장금지가처분 등 연이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회장이 선임한 고찬태 동성제약 감사가 나 대표 등 경영진 3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동성제약 임시 주총은 다음 달 예정돼 있다. 최대주주는 브랜드리팩터링(10.59%)이다. 그 외 이 전 회장이 3.25%, 나 대표가 2.88%, 이경희 씨가 0.03%를 보유 중이다. 이 전 회장의 자녀인 이용훈 씨와 이용준 씨는 각각 1.24%, 0.1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회사와 주주들을 위해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