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
30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LG화학·LG전자 등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연방법원에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특허 내용은 향후 밝히겠다면서도 '생산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승소를 가정하며 "LG 두 회사는 이 방식을 기반으로 수주한 제품의 공급중단 등 배터리 사업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LG의 배터리 사업 지장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LG화학도 만만치 않다. 앞서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의 전면 수입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당국이 LG화학의 손을 들어준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전기차배터리' SK·LG그룹 핵심 신성장 사업
이처럼 양사가 강경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재계에서는 배터리 소송전이 SK-LG그룹 간 싸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서산공장을 방문한 SK 최태원 회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배터리 신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최태원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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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에게 전기차배터리 사업은 거의 유일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미래 신사업이다. 지난 29일 구광모닫기

◇ 소송전 격화 '기술유출→명예훼손→특허침해'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은 LG화학이 포문을 열었다.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이 핵심기술과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지난 4월29일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소송을 걸었다.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인력은 76명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이들은 이직 전 집단공모해 회사 전산망에서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 등 핵심기술 관련문서를 다운로드해 간 정황이 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이직은 자발적으로 이뤄졌으며 "근거없는 경쟁사 깎아내리기"라며 비난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대응에 나섰다. 6월10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명예훼손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제소했다.
명예훼손이 다소 방어적인이었다면, 8월30일 SK이노베이션의 ITC소송은 '특허침해'를 내세운 적극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LG화학이 제기한) ITC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이직자들이 반출해간 기술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불안감·국면 전환을 노리고 불필요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LG화학이 제기한 ITC 소송은 지난 5월 조사가 시작돼 내년 중순께 예비판결이 날 예정이다.
◇ '미래시장' 선·후발 주자 간 기싸움
업계에서는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이 미래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전기차 중심으로 라인업을 완전히 개편하겠다고 나선 독일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 경쟁을 놓고 기싸움이 팽팽하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폭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자, 기존 공급사인 LG화학이 폭스바겐 측에 올초 납품 중단을 통보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해당 보도에 대해 LG화학은 공식 부인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