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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넉넉한’ 삼성바이오로직스, ‘3조 유증’ 택한 까닭은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03 13:51 최종수정 : 2026-09-03 14:38

현금 2.1조·부채비율 51%에도 차입 대신 3조 유증
2034년까지 15.4조 투자 대기…재무 불확실성 차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사진=생성형 AI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사진=생성형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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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PPG) 인수와 시설 투자를 위해 3조 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당초 보유 자금과 차입금을 활용하겠다던 자금 조달 계획을 한 달 만에 수정했다. 낮은 부채비율을 고려하면 추가 차입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지만, 향후 15조 원대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만큼 빚을 늘리기보다 자기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입 여력 있지만…대규모 투자 부담 고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5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0%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1672억 원으로 28.6% 증가했다.

탄탄한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건전성은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8조3619억 원, 부채총계는 4조2907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51.31%에 불과하다. 회사의 재무비율 약정상 부채비율은 300% 이하로 유지하도록 돼 있다. 부채비율만 놓고 보면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또 유동자산은 5조3311억 원으로, 이 중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886억 원, 단기금융상품은 1조9000억 원 규모다. 유동부채는 2조9661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회사는 지난 28일 3조 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정했다. 조달금 가운데 2조7000억 원은 PPG 인수에, 나머지 3000억 원은 시설 투자에 투입한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132만2000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증을 택한 배경에는 앞으로 이어질 대규모 투자 일정이 자리하고 있다. PPG 인수에 이어 6공장 증설에 1조9000억 원, 제3바이오캠퍼스 증설에 7조 원, 7공장 증설에 1조7600억 원, 미국 공장 증설에 6900억 원 그리고 기타 투자에 1조3400억 원 등 2034년까지 총 15조4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즉, PPG 인수 이후에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단일 인수 건만을 차입으로 조달하기보다 중장기 자금 소요까지 고려해 재무구조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의 고금리 차입 환경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의 지속성 그리고 만기 시 상환 및 차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PPG 인수 대금과 시설 투자금을 외부 차입으로 전액 조달할 경우 매년 수백억 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빚을 늘리기보다는 상환 부담이 없는 자기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금리 변동성 등 재무 불확실성을 차단하려는 보수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권준성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대규모 지분투자를 앞두고 관련 재원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유증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자기자본이 약 11조 원까지 확충되면서 재무 부담이 경감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주가 영향 불가피…“성과로 입증해야”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불과 한 달 만에 수조 원대 자금 조달 방식을 전면 수정한 것을 두고 시장은 의아해하고 있다. 앞서 회사는 지난 7월 20일 최초 공시 당시에는 PPG 인수 대금을 ‘보유자금 및 차입금’으로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달 방식 선회 배경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7월 당시 공시에서는 기본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기재하되 추후 기타 방식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며,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면 관련 내용을 정정공시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이후 내부 검토를 거쳐 단순한 재무비율 개선을 넘어 명확한 투자를 목적으로 한 전략적 관점에서 유증을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업의 진행 상황과 중장기 성장 로드맵에 완전한 공감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 주주배정 유증을 단독으로 선택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자금 조달 방식 선회에 따른 단기적인 시장 충격은 피하지 못했다. 대규모 신주 발행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하루 만에 10만8000원이 빠지며 지분 가치 희석에 대한 실망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주가치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유증을 통해 향후 안정적인 투자 재원 조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유증의 성패는 향후 투자 성과에 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계획한 PPG 인수와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신규 수주와 실적 성장을 끌어낸다면 이번 유증은 미래 성장을 위한 선제적 자본 확충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대규모 자본 확충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지분 희석 부담만 커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2년 유증도 이후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고객 확보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며 “폴리펩타이드 인수 완료에 따른 실적 개선과 6공장 착공 및 신규 수주 등 구체적인 성과가 확인되면 지분 희석은 중장기 성장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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