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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쏠리는 돈…제조·건설투자 밀린다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03 14:20

“AI 투자붐에 국채수요 위축·금리하락 가능성”
국제금융센터 ‘美 AI 투자확대 구축효과’ 분석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AI 투자 붐’에 빠져들고 있다. 돈과 자원이 유한한 상황에서 AI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다른 산업의 투자·지출이 밀리는 ‘구축효과(crowding-out)’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금리에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I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국채 수요를 빼앗아가 국채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적잖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낸 ‘미국 AI 투자확대에 따른 구축효과 및 국채시장 영향’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미국 내 AI 관련 투자 규모는 약 58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골드만삭스가 추정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8%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AI 투자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6년 1.8%, 2027년 2.5%, 2028년 2.8%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등 미국계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 증가는 폭발적이다. 2026년에 이들 기업의 자본지출은 794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70% 가량이 미국에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자금이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를 확보하고, 전력망을 확충하는 데 투입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AI 관련 투자에 경제자원 집중돼 비AI부문 투자가 제약되는 구축효과와 함께 비AI부문 투자 위축으로 자본수요와 성장잠재력이 잠식되면서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AI에 쏠리는 돈…제조·건설투자 밀린다

AI 데이터센터 늘수록 다른 투자 밀린다

수익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자원과 인력이 몰리면 다른 건설 프로젝트는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이런 구축효과가 1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기존 자본지출 축소, 일반기업의 소프트웨어 등 지출조정으로 300억 달러 규모의 구축효과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을 모두 AI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미국의 민간 비주거용 건설이 최근 감소한 것은 데이터센터가 다른 건설을 밀어냈기보다는, 반도체 등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축효과의 여파를 무시해선 안된다. AI 투자가 훨씬 더 커질 2027~2028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본과 인력, 전력, 토지, 금융자원이 AI에 집중될수록 다른 산업의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AI에 쏠리는 돈…제조·건설투자 밀린다

AI 회사채가 국채 수요 줄인다

기업의 지출 구조가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충격은 제한적이다.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차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현재로선 AI 투자가 다른 기업의 투자를 직접적으로 밀어내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금리가 주목해야 할 변수다. AI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용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면 기업 간 자금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금리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AI 관련 채권 발행으로 다른 기업들의 차입금리가 약 5bp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장기자금이 한정된 상태에서 AI 관련 기업이 장기채를 대거 발행하면 투자자금이 국채에서 회사채로 이동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회사채와 주택저당증권(MBS) 공급 확대가 올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약 30bp 높인 것으로 추정한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을 소개했다. AI 관련 차입이 국채 수요를 일부 잠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까지 겹치면 AI 붐이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울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론 ‘국채금리 상승’, 장기적으론 ‘국채금리 하락 압력’이 나타날 수도 있다. AI 투자가 비AI 산업의 자본지출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면서 경제 전체의 투자수요를 약화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예컨대 제조업체가 공장 증설을 포기하고, 일반 기업이 소프트웨어·인력·마케팅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전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본의 양 자체가 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실질금리 하락 압력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자금 쟁탈전이 금리를 끌어올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비AI 투자 위축과 자본수요 감소가 금리를 끌어내리는 상반된 힘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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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성장엔진이자 투자 빨아들이는 블랙홀

시장에서는 AI 투자의 절대 규모 보다는 AI가 다른 산업의 투자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추정대로 구축효과가 미국 GDP의 0.15% 수준에 그치면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AI 투자의 성장에 대한 기여가 구축효과를 웃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AI 투자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면서 비AI산업의 투자를 대폭 잠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AI가 미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자 기존 투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어서다.

AI를 제외한 경제의 투자수요가 지속적으로 약해질 경우엔 미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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