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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위기의 시대, '윤종규의 9년'이 회자되는 이유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21 05:00 최종수정 : 2026-05-18 20:40

퇴임 후 더 선명해진 이정표, 정원사형 리더십
금융지주 1위를 되찾은 담대하고 끈덕진 개혁
사람을 남긴 경영,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格

[김의석의 단상] 위기의 시대, '윤종규의 9년'이 회자되는 이유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노란 넥타이를 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도 어느덧 2년 4개월이 흘렀다. 야인(野人)에 가까운 신분이지만, 여전히 KB금융지주 경영자문역으로서 그룹의 안과 밖을 잇는 ‘조용한 조언자’의 자리에 서 있다. 공식적인 지휘봉은 내려놓았지만, 금융권에서 리더십을 논할 때마다 ‘윤종규의 9년’이 계속 소환되는 건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조직이 어떻게 생존하고 진화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2014년 가을, 그가 처음 마주한 KB금융의 풍경은 ‘심정지’ 상태에 가까웠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서로를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고, 1등 금융그룹의 자부심은 갈기갈기 찢긴 채 2위로 밀려났다. 난장(亂場)의 한복판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 전 회장은 화려한 연회장이 아닌 동네 빵집에서 기자들을 만나 단호하게 약속했다. “정말 자신 있습니다. KB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이 약속은 이후 9년 동안 ‘숫자’와 ‘성과’로 증명됐다. 은행원보다 회계사로 일한 기간이 더 길었던 재무 전문가답게, 치밀하게 계산하고 담대하게 실행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숙명을 안고 주요 M&A를 끈덕지게 밀어붙였다. 인수가격 논란과 정치적 외풍이 거셀 때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조직의 방패가 되었고, 결국 2017년 리딩금융 탈환이라는 압도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 금융주를 단순한 ‘배당주’에서 ‘국가 대표 성장 산업’으로 격상시킨 인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이러한 성취의 이면에는 자신을 ‘정원사’로 정의한 독특한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정원사는 나무를 억지로 잡아끄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가 스스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잡초를 뽑고 최적의 토양을 만드는 존재다. 취임 직후 고질적인 파벌 인사라는 잡초를 과감히 걷어낸 결단이 대표적이다. 자신을 반대했던 진영의 인사라도 능력이 있다면 중용하는 파격을 보였고, 그 결과 조직에는 ‘라인 정치’ 대신 ‘1등의 자신감’이 영양분처럼 공급됐다.
군림하는 리더가 아닌, 조직의 성장을 돕는 정원사의 마음으로, 윤종규 전 회장이 일궈낸 KB라는 정원은 이제 한국 금융의 울창한 숲이 되었다.

군림하는 리더가 아닌, 조직의 성장을 돕는 정원사의 마음으로, 윤종규 전 회장이 일궈낸 KB라는 정원은 이제 한국 금융의 울창한 숲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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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회장은 늘 정답만을 내리는 리더보다 끝까지 문제를 푸는 ‘프라블럼 솔버(Problem Solver)’의 태도를 강조했다. 오답일지라도 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조직만이 결국 정답에 도달한다는 믿음이었다. 그의 사고(思考)의 근간에는 주역의 원리인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가 자리 잡고 있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해야 오래간다는 이 단순한 진리가 9년 경영의 나침반이 되어 전략과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동력이 됐다.

또 하나의 큰 유산은 ‘경영 시스템’이다. 조직이 특정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닌 정교한 시스템으로 지속되어야 한다는 신념 하에, 취임 초기부터 후계 구조를 설계하고 사외이사 검증 체계를 제도화했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떠날 준비’를 9년 내내 해온 셈이다. 최근 금융권 지배구조 논란 속에서도 KB가 유독 안정적인 평가를 받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리더십은 차가운 지시가 아닌 따뜻한 배려에서 완성되곤 했다. 보고가 끝나면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고개를 숙였고, 현장 직원의 사소한 관심사까지 기억해 자료를 챙겨주던 세심함은 권위보다 강한 울림을 주었다. 조직이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는 가장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원칙을 끝까지 붙들었던 결과다.

지금 금융권은 생성형 AI의 파동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친 파고 앞에 서 있다. 단기 성과를 넘어 조직의 근본적인 생존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리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기술 도입을 넘어, 사람과 시스템, 전략을 함께 진화시키는 통합형 리더십이 요구되는 국면이기도 하다. 윤종규의 9년은 이 절실한 질문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다. 위기 속에서 조직을 재정의하고 스스로 물러날 시점까지 설계한 시간은, 특정 기업의 성공 신화를 넘어 한국 금융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됐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그가 9년 동안 정성껏 가꾼 정원은 이제 특정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 금융 전체가 기댈 수 있는 울창한 숲이 되었다. 거대한 변곡점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다시 리더십의 본질을 묻는다. 위기를 건너는 힘은 결국 화려한 기교가 아닌 사람과 원칙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윤종규의 9년'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증명했다. 진정한 리더는 단순히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 시대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이정표를 남기는 사람이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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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승회 코람코 대표, 리츠 넘어 개발·데이터센터로 확대 경영…‘종합 투자 플랫폼’ 승부 코람코자산신탁이 투자와 개발, 신탁을 아우르는 종합 부동산금융회사로 체질을 바꾸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정승회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가 투자 전문성을 앞세워 리츠 중심의 사업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대형 개발과 기업 부동산 유동화, 데이터센터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작됐다.정 대표는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한 뒤 2015년 코람코에 합류했다. 이후 리츠사업본부장과 리츠부문장 등을 거치며 코람코의 리츠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탠 이물이다.최근 코람코가 보여주는 성장세는 정 대표의 투자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코람코는 ▲리츠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을 통해 약 62 2 국책銀 지방이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 농협 직원들이 모였다.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열린 집회였다. 불과 2주 뒤인 지난 11일에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도로가 다시 사람들로 찼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지방 이전 반대 공동집회를 열었다.두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금융공기업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활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다.실제로 지역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 3 돈 모이는 홍콩, 돈 불리는 싱가포르…한국은? 코스피가 한때 8000이라는 상징적 고지를 밟았다. 증권사 창구와 ETF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개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참여도 일상이 됐다.그러나 축포를 터뜨리기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 “그래서 한국 자본시장은 무엇을 가장 잘하는가?”주가지수가 9000, 1만을 찍는 것과 자본시장이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숫자가 커졌다고 시장의 근육까지 단단해진 것은 아니다.아시아를 보면 더욱 선명하다. 홍콩은 돈을 모으고, 싱가포르는 돈을 관리하고, 대만은 돈을 산업으로 연결했다.세 곳의 모델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돈과 사람, 정보와 기업을 국경 너머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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