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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VC 훈풍의 그늘 ‘양극화'

김하랑 기자

r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19 05:00

코스피 5000 돌파 불구 빈익빈 부익부 여전
상위권 GP로 자금 편중…중소VC 인가 반납

▲ 김하랑 기자

▲ 김하랑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하랑 기자]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하며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처투자 시장 역시 반등 기대가 고개를 든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균일하지 않다. 중소형 벤처캐피탈(VC)들은 라이선스를 반납하며 시장을 떠나고 있다. 회복 국면 속에서 오히려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VC 업계는 자금 흐름이 일부 대형 운용사와 검증된 딜에 집중돼왔다. 정책자금을 위탁받는 출자사업에서도 실적과 트랙레코드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자금이 상위권 GP에 쏠린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안정성과 회수 가능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모험보다는 ‘안전한 선택’이 우선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VC는 비교적 수월하게 펀드를 결성하고 후속 투자를 이어가지만, 중소형 VC는 LP 확보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출자사업에서 반복적으로 탈락하거나 소규모 펀드조차 결성하지 못하면 운용 인력 유지도 쉽지 않다. 결국 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라이선스를 유지할 실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일부 중소형 VC가 실제로 라이선스를 반납한 배경에도 이같은 구조적 요인이 깔려 있다. 펀드 결성이 지연되면 운용보수 수입이 줄고, 신규 투자 실적을 쌓기 어려워진다. 실적이 부족하면 다음 출자사업 평가에서도 불리해진다. ‘성과 중심 선발’이라는 명분 아래 시장 진입과 생존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투자 위축기의 후폭풍도 여전하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에는 공격적 투자가 이어졌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자금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등 기대가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숫자상 투자액이 늘더라도 실제 집행이 보수적으로 이뤄진다면 체감 온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건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이다. 중소형 VC는 초기기업이나 틈새 분야, 지역 기반 기업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영역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왔다.

대형 운용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 기업에 과감히 베팅하며 생태계 저변을 넓혀왔다. 이들이 줄어들면 자금공급의 스펙트럼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 논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자금을 맡기는 출자기관 입장에서는 회수 가능성과 안정성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정책자금까지 동일한 기준으로만 배분될 경우 결과는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성과가 있는 곳에 자금이 몰리고, 자금이 몰린 곳에서 다시 성과가 쌓이는 구조가 반복되면 후발 주자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코스피 5000 돌파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활황이 곧바로 벤처 생태계의 건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총 투자액의 증감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이 어디로,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다. 회복의 국면에서조차 일부 운용사가 시장을 떠나야 하는 현실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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