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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양종희·진옥동 회장은 왜 전주로 향했나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26-02-07 05:00

KB·신한, 지역 자산운용 허브 육성 의지
금융위도 민간 주도 금융 생태계 구축해
전북혁신도시 제3금융 중심지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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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양종희·진옥동 회장은 왜 전주로 향했나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전북 전주로 향해 움직이고 있다. 자산운용의 실질 거점을 확장하고 핵심 전문 인력을 전진 배치해, 지방을 새로운 금융 전략의 무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보가 안착한다면 ‘지방시대’는 선거용 구호에 머물지 않고 금융 지형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나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시행착오도 있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지도 어느덧 11년이 지났다. 세계 3대 연기금의 지방 이전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컸다. 인재와 자본은 여전히 서울에 머물렀고, 혁신도시는 상징성만 남았다. 국민연금은 지역의 자부심이자 동시에 ‘전주 경제와 단절된 섬’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선거철마다 반복된 재이전설 역시 지역사회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체돼 있던 이 구조에 균열을 낸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직설적인 문제 제기였다. “전주 경제에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느냐.” 이재명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단순한 질책에 그치지 않았다.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를 주소 이전이 아니라 민간 자본과의 결합, 즉 금융 생태계 활성화로 평가하겠다는 정책적 신호였다. 국민연금이 고립된 성채가 아니라 민간 금융을 끌어들이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했다.

양종희·진옥동 회장의 ‘전주행’은 자산운용 허브를 향한 행보로, 단순 지역 안배를 넘어 금융 영토 확장을 겨냥한 승부수다.

양종희·진옥동 회장의 ‘전주행’은 자산운용 허브를 향한 행보로, 단순 지역 안배를 넘어 금융 영토 확장을 겨냥한 승부수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결국 민간 금융의 결단을 불러왔다. 가장 먼저 응답한 이는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KB금융 회장이다. 양 회장은 국민연금의 ‘안마당’인 전북혁신도시에 ‘KB금융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 핵심 계열사를 묶은 그룹형 금융 허브 구상이다. 기존 인력에 100여 명을 추가해 250명 이상이 상주하는 구조다. 단순한 지방 사무소를 넘어 실제 업무 기능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실질적 운용 거점을 전주에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금융 업무가 완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실도 즉각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보도를 공유하며 “지방 이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민간 금융그룹의 경영 판단에 공개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번 전주행이 개별 기업의 전략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임을 시사한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보폭을 맞춰 전주행 대열에 합류했다. 자산운용, 수탁, 리스크 관리 등 자본시장 기능 전반을 전주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은행·카드·증권 등 계열사를 합쳐 3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상주시켜 자본시장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KB와 신한을 합치면 500명이 넘는 고급 금융 인력이 전주에 상주하게 된다. 국민연금이라는 ‘공공의 심장’ 주변에 민간 자본의 근육이 붙기 시작한 셈이다.

금융지주 양대 축이 자산운용 핵심 인력 일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 분산이 아니라, 일상과 생활까지 함께 이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경에는 150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자산 운용을 지근거리에서 지원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정보 접근성과 협업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금융 기능을 분산하려는 시도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제시한 전주 자산운용 거점 구축 계획.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제시한 전주 자산운용 거점 구축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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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의 ‘제3금융중심지’ 구상 역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전북도는 혁신도시 일대를 금융 핵심지구와 배후 주거지로 나눠 개발하며 금융위원회에 금융중심지 지정을 신청했다. 서울이 전통 금융, 부산이 해양·파생금융이라면, 전주는 자산운용과 농생명, 기후·에너지 금융에 특화된 허브를 지향한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와 국민연금의 자본력을 잇는 기후금융은 전주가 선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는 단순한 균형발전을 넘어 산업 전략의 문제다.

전주가 지향할 수 있는 해외 모델은 영국 에든버러에서 찾을 수 있다. 에든버러는 런던이라는 거대 금융시장 옆에서도 자산운용 분야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자본이 효율성을 기준으로 분산된 결과다. 국민연금과 민간 금융사를 잇는 운용 허브가 자리 잡는다면 전주 역시 ‘한국판 에든버러’로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관건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조건이다.

KB금융타운이 완성될 2027년으로 가면, 금융중심지 논의는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평가받게 된다.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2019년 금융중심지 지정이 보류된 주요 원인 역시 전문 인력의 정착 실패였다. 빌딩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의료·문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도권 인재의 이주는 요원하다.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도시, 지역 대학과 연계해 인재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절실하다.

이제 공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금융위는 지자체와 대학, 금융지주가 연대해 단순 이전을 넘어선 ‘민간 주도 금융 생태계’를 실효성 있게 구축해야 한다. 자산운용의 고도화와 스타트업을 잇는 모험자본 활성화가 그 성패의 분수령이다. 전주가 대한민국 금융의 ‘세 번째 심장’으로 고동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박제된 정책 구호로 남을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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