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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금융판 삼위일체

김성훈 기자

voice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2-19 05:00 최종수정 : 2026-02-19 05:59

작년 국민·신한·우리은행 중기·소호대출 증가율 둔화
생산적·포용금융·밸류업 모두 이루려면 금융위 나서야

▲ 김성훈 금융1 팀장

▲ 김성훈 금융1 팀장

[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삼위일체(三位一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하나라는 의미의 기독교 교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과 밸류업을 모두 이뤄내야 한다는 금융판 삼위일체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최대한 빠르게 실행해야 하는 주체는 성경 속 예수의 12제자 격인 금융지주와 은행이다.

그러나 당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 지주·은행도 이번 삼위일체론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 발표된 금융지주 실적을 보면 대기업 여신은 일제히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대출과 소호대출 증가율은 급감했다.

국민은행은 2024년 중기대출 성장률이 6.2%였지만 지난해 3.2%로 반토막이 났고, 소호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5.1%에서 1%로 하락했다.

2024년 무려 8%가 넘는 중기 대출 증가를 보인 신한은행도 작년에는 3.2% 늘리는 데에 그쳤고, 5.6%였던 소호대출 성장률 역시 절반 이하인 2.4%가 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우리은행이다. 같은 기간 중기대출 성장률이 6.5%에서 -6.2%로 떨어지며 2024년 늘렸던 중소기업 여신을 그대로 반납했다. 소호대출 규모는 2024년에도 4.6% 역성장했는데, 2025에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12.5% 감소했다.

지방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NK부산은행은 지난해 대기업대출을 21% 이상 늘린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0.3% 줄였다. BNK경남은행의 경우 중기대출이 3.4% 늘긴 했지만, 26%가 넘는 대기업 대출 성장률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24년 6.5%에 달했던 전북은행의 중기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2.8%로 급감했다. 1금융권인 은행의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수가 급감했고, 대출 한도 역시 줄어든 것이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외치며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투융자를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포용금융을 강조하며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독려했음에도 효과가 없었다.

그렇다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줄이면서까지 추구한 것은 무엇일까.

금융 삼위일체 중 가장 오래된 '밸류업'이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우수한 CET1비율을 기록했고, 우리은행도 13%를 목전에 뒀다.

현 금융규제 아래서는 생산적·포용금융과 밸류업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 높은 RW(위험가중치)로 RWA(위험가중자산)가 증가하게 되는데, 밸류업 지표인 CET1비율의 계산에서 RWA는 '분모'가 되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을 비약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RWA가 늘면 CET1비율이 줄고, 주주환원도 늘릴 수 없게 된다.

외국인 주식보유율이 60% 이상인 상장 금융지주로서는 밸류업을 추구하는 것이 당국과 주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합의점'인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민성장펀드 출연을 비롯, 각 지주 별로 10조원 이상의 생산적·포용금융 계획을 세운 것으로 중기·소호대출 감소를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산적·포용금융 '실행의 원년'인 올해는 이야기가 다르다. 유망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발굴과 그들에 대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자산 리밸런싱'을 명목으로 대기업 계열사와 우량 협력업체 위주의 자금 지원만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생산적·포용금융 대전환은 점차 그 목표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 것은 금융지주만이 아니다.

중기·소호대출을 급격히 줄인 것은 은행이지만, 줄일 수밖에 없도록 규제를 완화하지 않은 것은 금융당국이다.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RW를 완화해 밸류업과 생산적·포용금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변화의 조짐은 없다.

특히 수년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수도권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역기반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규제를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지난 1월 '지방우대 금융 활성화' 정책으로 예대율 가중치 완화를 발표했다.

기존 은행의 기업대출에 대한 예대율 가중치는 85%,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100%인데 이를 각각 80%, 9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은행권의 지방 소재 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여력이 최대 21조원 가량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추산이다.

그러나 지방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부족은 단순히 대출 한도를 열어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예대율 규제에 막혀 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 확대로 자본 비율과 밸류업에 차질이 생기기에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굴지의 금융지주라 할지라도 '리스크'라는 짐을 일방적으로 떠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주와 은행이 중소기업·자영업자를 지원하고 포용하기를 원한다면, 금융위원회가 그 짐의 무게를 줄여줘야 한다.

물고기와 빵을 준비한 것은 제자들이지만,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일으킨 것은 예수 그리스도 본인이었음을 금융위원회가 기억하길 바란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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