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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위기 극복엔 ‘외부 DNA’…차석용 성공신화 ‘어게인’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0-20 05:00

로레알 출신 CEO 발탁…이정애 대표, 3년 만에 물러나
신임 이선주 대표, 리브랜딩·글로벌 전략 등 과제 산적

▲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

▲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LG생활건강이 3년 만에 ‘외부 출신 CEO’ 체제로 돌아간다. 외부 출신으로 LG생활건강의 중흥기를 이끈 차석용닫기차석용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의 성공신화를 재현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9일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LG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통상 11~12월에 발표되는 점을 고려하면 약 두 달 빠른 조기 교체다. LG생활건강의 위기 의식과 전략 변화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01년 분사 이후 LG생활건강은 총 4명의 CEO가 회사를 이끌었다. ‘전통 LG맨’인 조명재(2001~2003년), 최석원(2003년~2005년) 대표를 거쳐 2005년 외부 출신 차석용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의 키를 쥐었다.

차 전 부회장은 외부인사이기는 하나 무려 18년간 자리를 지키며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후 2022년 취임한 이정애닫기이정애기사 모아보기 사장은 1986년 입사해 38년간 LG에서만 근무한 정통 ‘LG맨’으로 3년간 수장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선임된 이선주 대표는 LG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그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출신으로 ‘키엘’과 ‘입생로랑’, ‘메디힐’ 그리고 ‘AHC’ 등 다양한 브랜드를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이 대표는 국내시장에서 키엘을 키워낸 인물로 특히 유명하다. 키엘 매출 규모에서 한국을 미국에 이어 글로벌 2위 시장으로 올려놨다.

이를 발판으로 그는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을 역임하기에 이른다. 이후 키엘을 로레알 럭셔리 부문 내 2위 브랜드로 도약시키며 글로벌 매출을 두 배 이상 키워냈다.

뷰티뿐만 아니라 음료 사업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그는 최근까지 국내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의 CEO로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화장품과 음료 모두를 보유한 LG생활건강의 사업구조를 고려하면 그의 이력은 ‘맞춤형 인사’라 할 만하다.

LG생활건강이 외부 인재를 전격 영입한 직접적 배경은 실적 악화다. LG생활건강으로선 브랜드 리빌딩과 글로벌 전략 수립에 있어 더 이상 내부 인력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부 출신으로 LG생활건강을 18년간 이끈 차석용 대표는 취임 이후 결재 절차 간소화, 임원회의 축소, '선택과 집중' 통한 브랜드 구조조정 등을 단행했다.

생활용품 브랜드는 39개에서 32개, 화장품은 16개에서 13개로 줄이고, '오휘'와 '후'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높였다. 차 대표 취임 뒤 LG생활건강의 전체 영업이익은 8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604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48억 원으로 65.4% 줄었다.

특히 핵심사업인 뷰티는 매출이 19.4% 빠진 6046억 원에 그친 데다 영업손실 16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LG생활건강 뷰티 부문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약 20년 만이다.

에프앤가이드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LG생활건강 실적 예상치는 매출이 전년 대비 4.9% 준 1조6294억 원, 영업이익은 41.8% 감소한 618억 원이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후’ 의존도 과다, 중국시장 집중, 글로벌 다변화 전략의 속도 부족 등이 지적된다.

실제 경쟁사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동남아 공략을 강화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LG생활건강이 아모레보다 안정적인 회사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모레가 더 공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명확하다. ▲‘후’와 ‘숨’의 글로벌 리브랜딩 ▲중국 의존도 축소 및 북미·동남아 경쟁력 강화 ▲뷰티 디바이스 등 신규 카테고리 확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 등이다. 무엇보다 키엘을 글로벌 2위 브랜드로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후’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적 불안감으로 인해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연말 30만5000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올 들어 등락을 오가다 9월 26일 52주 신저가인 28만1000원까지 밀려난 이후 10월 15일 기준 28만2000원에 머물고 있다. 이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과거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내 가격 정상화를 위해 면세 채널을 조정했던 과정을 이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면세 매출 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체질 개선 속도 또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성공적인 브랜드 리빌딩과 글로벌 시장 다변화를 통해 실적 회복에 성공할 경우 주가 역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내부 조직 저항과 글로벌 경쟁 심화이지만, 외부 DNA를 가진 CEO가 얼마나 빠르게 조직 문화를 전환하고 실행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이 사장 영입 배경에 대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출신으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및 사업 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발휘해 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스텝-업(Step-Up)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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