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닫기
김택진기사 모아보기·박병무 이하 엔씨)가 ‘리니지 제국’으로 불리며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다. 주가 100만 원대를 기록하며 게임업계 ‘황제주’로 추앙받던 무렵이었다. 그러다 2020년 이후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코로나19 특수 종료 후 실적과 주가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며 게임 대장주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와신상담에 나섰던 엔씨는 2024년 선임된 박병무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인력 감축은 물론 사업 구조와 개발 시스템까지 모두 바꿨다. 여기에 그동안 축적한 곳간을 바탕으로 신규 IP 투자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신용등급 강등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던 이익창출력까지 개선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올해 엔씨가 ‘신더시티’ 등 자체, 외부 IP 신작 5종을 출격시킬 예정인 만큼 반등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금융신문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엔씨 알트만 Z-스코어를 산출·분석했다. 알트만 Z-스코어는 재무제표 항목을 바탕으로 기업 재무 리스크 등을 점검하는 지표다. 제조업 기준으로 3점 이상이면 비교적 안정권, 1.8점 미만이면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
2021년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꺾인 대장주
일단 엔씨 연도별 Z-스코어는 3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과도한 낙폭은 우려스러울 정도다. 2020년 16.56으로 절정을 찍고 2021년 7.83, 2022년 7.35, 2023년 4.67, 2024년 4.69로 하락했다.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약 5년 새 급격한 하락은 불안 요소다.이런 급락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으로 인한 주가(시가총액) 하락과 신작 부재로 인한 실적 악화 영향이 컸다. 엔씨는 국내 대표 MMORPG 리니지 시리즈로 게임사 위상을 다져 왔다. 2017년 리니지M 이후 모바일 중심 시장 재편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성장을 지속했다.
Z-스코어 산출 기점인 2020년 엔씨 주가는 연중 최고가 93만1,000원을 기록했다. 당시 리니지 IP의 견조한 매출과 게임업계 코로나19 특수가 두드러진 영향이었다. 이 분위기는 2021년 초까지 이어졌다. 그해 2월 엔씨 주가는 역대 최고가인 104만8,000원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2분기, 게임업계를 뒤흔든 확률형 아이템 논란 중심에 서며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회사 미숙한 대응으로 이용자들 비난을 사는 논란으로 엔씨는 10월 국정감사 질타까지 이어졌다.
결국 2021년 거래 마지막 날 기준 엔씨 주가는 64만3,000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블레이드&소울2’ 등 야심 차게 준비한 신작들조차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4년 엔씨 주가는 20만 원 선까지 추락했다. 2022년까지 이어진 실적 성장세도 꺾였다. 엔씨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 2조4,162억 원, 영업이익 8,248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인한 이용자 이탈로 매출은 2조3,088억 원, 영업이익은 3,752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2021년 말 출시한 리니지W가 흥행에 성공하며 2022년 매출 2조5,718억 원, 영업이익 5,590억 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특수 종료와 신작 부재 영향으로 실적이 다시 내리막을 탔고, 2024년에는 영업손실 1,092억 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첫 연간 적자를 냈다.
리니지에 갇힌 매출, 신용등급마저 강등
엔씨는 연이은 신작 부진과 리니지 의존도 심화,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 영향으로 이익창출력이 줄어들었다. 실제 엔씨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7,36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399억 원, 2024년 1,070억 원 수준으로 매년 하락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4,360억 원에서 941억 원으로 급감했다.지속해서 낮아지는 이익창출력과 이를 만회할 신작 부재가 이어지면서 엔씨 신용등급은 결국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4월 엔씨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 달 뒤인 5월에는 또 다른 국내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도 엔씨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엔씨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게임 장르 유행 변화와 리니지라이크 범람, 그에 따른 이익창출력 저하 등을 거론했다.
엔씨 신용등급 강등은 필사적인 재무 방어에도 막을 수 없었던 점이 뼈아프다.
엔씨는 2024년 취임한 박병무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비주력 사업 철수, 인력 감축, 자회사 분리 등 뼈를 깎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초에는 4개 스튜디오 중심의 개발 조직을 구축하며 개발 DNA까지 바꿨다.
특히 실적 악화 속에서 안정적 재무 성과를 일부 회복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엔씨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 + 단기금융상품 + 유동 투자자산 총합)은 2조617억 원으로, 지난 2024년 말 기준 1조4,786억 원 대비 39%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3분기 자산 총계는 4조3,588억 원으로, 지난 2024년 3조9,539억 원 대비 10%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부채는 9,319억 원으로 지난 2024년 8,904억 원 대비 3%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자산이 4,000억 원 이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7.19%로 업계 평균 대비 낮은 편이다.
박병무표 체질 개선, 장르 다변화 성과 보여야
기업이 현금성자산을 많이 보유했다는 것은 신용등급 방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거나 투자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기업 경영의 기본은 자산 배분과 이를 통한 이익 창출 효율성 극대화에 있기 때문이다.실제 엔씨 Z-스코어에서 자산 배분과 효율성을 나타내는 X3(영업이익/총자산)와 X5(매출액/총자산) 하락이 눈에 띈다. 사업적 비효율로 수익이 나지 않으니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나타내는 X4(시가총액/총부채)도 2020년 13.76에서 2024년 2.71까지 떨어지는 등 전체 Z-스코어 하락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엔씨 신용등급 상향 최우선 과제는 역시 장르 다각화와 신작 흥행이다. 비슷한 예로 엔씨와 유사한 밸류에이션으로 묶이는 넷마블이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세븐나이츠 리버스, RF 온라인 넥스트, 뱀피르 등 자체 IP 신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실적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정기 신용등급 평가에서 전망을 ‘안정적’으로 상향하게 됐다.
물론 엔씨도 마냥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높은 현금력을 바탕으로 빅게임스튜디오, 문로버게임즈 등 다양한 개발사에 투자를 단행하며 유망 IP 확보에 집중했다. 아직 해당 투자처에서 출시한 신작이 없어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향후 전망에서 고무적인 것은 신용평가사들이 강등 요인으로 지목한 이익창출력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엔씨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2,682억 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약 250% 증가한 3,227억 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19일 출시한 신작 아이온2의 안정적 성과에 기인한다. 아이온2는 평균 DAU(일일 활성 이용자) 15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초반 분위기를 이어갔다.
아이온2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 11위, 구글플레이 매출 15위를 기록하는 등 출시 이틀 만에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앱마켓 매출 순위는 PC 매출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아이온2는 엔씨가 도입한 PC 자체 결제 비중이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어, 엔씨가 구체적인 PC 매출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실제 수익은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엔씨는 올해 첫 자체 개발 슈팅 게임 ‘신더시티’를 비롯해 빅게임스튜디오 서브컬처 기대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신개념 슈터 ‘타임 테이커즈’ 등 다양한 자체 및 외부 IP 신작을 선보이며 매출원 다각화에 나선다.
이 밖에도 캐주얼 게임 등 다양한 자체 개발 및 퍼블리싱 IP를 확보하는 등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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