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우 하나자산운용대표는 한국 증권·자산운용 50년을 돌아보면서 “투신의 DNA가 ETF·연금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증권업·자산운용업의 고유 영역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하나자산운용
16일 김태우 하나자산운용대표는 한국 증권·자산운용 50년을 돌아보면서 “투신의 DNA가 ETF·연금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증권업·자산운용업의 고유 영역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투·한투·국투” 3투신에서 시작된 한국 자산운용
김 대표는 한국 자산운용사의 뿌리를 ‘투신 3총사’에서 찾았다. 1968년 대한투자신탁(대투) 설립으로 국내 최초의 투자신탁업이 태동했고, 1974년 한국투자신탁(한투) 이 출범해 공격적 상품개발·영업으로 ‘양강 체제’가 형성됐다.
또 한 축이었던 국민투자신탁(국투)은 이익치 전 동원그룹 회장이 인수해 현대투신(현투)으로 이어졌고,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 끝에 한국투자신탁·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으로 계보가 나뉘었다.
김 대표는 “3투신 시대는 한국 자산운용의 모태이자 대중 재테크의 출발점이었다. 그 DNA가 지금 ETF·연금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IMF 외환위기·닷컴버블 속에서 배운 ‘목숨보다 중요한 돈’
김 대표는 1990년대 초반 투자신탁사 영업사원 1호로 현장을 뛰었다. “투신 붐”이라 불리던 시절이었지만 IMF 외환위기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졌고, 닷컴버블 붕괴로 고객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투자자의 돈이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그때 뼈저리게 배웠다. 지금도 후배 펀드매니저들에게 가장 먼저 ‘책임감’을 강조하는 이유다.” 며 그는 이 시기를 거치면서 펀드 매니저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미래에셋·피델리티자산운용에서 스타 매니저로 활약했다. “디스커버리”·“인디펜던스” 펀드로 3년 연속 업계 1위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운용사의 한국 주식투자 대표까지 역임했다.
●“은행이 증권업까지 삼키면 안 된다” — 산업 경계의 중요성
김 대표가 기자를 만나 가장 강하게 강조하는 대목은 ‘은행·증권업의 경계’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이 커진 지금, 은행이 증권업·자산운용업까지 삼키면 시장이 왜곡되고 건전한 경쟁이 어렵다. 은행은 예금·대출 중심의 안전 자산을, 증권·자산운용사는 모험자본과 자본시장 상품을 다루는 만큼 경계가 허물어지면 투자자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 대표는 “증권·자산운용업은 혁신기업 자금 공급과 투자상품 혁신이라는 고유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며 “은행식 관행이 이 영역까지 들어오면 산업 발전이 더뎌진다”고 경고했다.
● 하나자산운용, ‘투신 DNA’로 ETF·연금 시장 공략
김 대표는 하나금융그룹이 2005년 UBS와 합작해 하나UBS자산운용을 출범시키고, 2023년 UBS 지분을 전량 인수해 하나자산운용으로 재탄생시킨 과정을 강조했다.
그는 “하나자산운용은 ETF·타깃데이트펀드(TDF)·EMP 등 글로벌 스탠더드 상품군을 앞세워 ‘연금·ETF 강자’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메가 ETF(1조원 이상) 시장에도 도전한다.”고 말했다.
MMF·채권형 ETF·공모주 하이일드 펀드·퇴직연금상품 등도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엔진’이 될 핵심상품을 직접 공급해 현대자동차가 엔진 내재화에 성공했듯 그룹 내재화를 이끌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영업사원 1호에서 CEO로” — 증권업 새 역사 쓰는 김태우 대표
김 대표는 “운용사 영업사원 1호였던 제가 이제 CEO가 되어 시장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며 “3투신으로 시작한 한국 자산운용의 역사는 결국 고객 신뢰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어떻게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은행과 증권업의 건전한 경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투자신탁·자산운용 50년 역사를 몸소 체험하며 ‘목숨보다 중요한 돈’을 다뤄온 김태우 대표는 이제 하나자산운용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이 증권업을 삼키면 안 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향한 경고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