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 체계 확장을 추진하며 캐즘 이후를 대비해 왔다. 여기에 차세대 양극재 상용화 경쟁까지 본격화되면서 향후 주가 향방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이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의 누적 총주주수익률(TSR)을 산출했다.
TSR은 특정 기간의 주가 수익률에 배당 수익률을 더한 지표다. 일정 기간 주가변동률과 배당수익률을 더한 값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주주가 회사 주식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다.
일단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먼저 살펴봤다. 이 기간 포스코퓨처엠 누적 TSR은 25.93%, 에코프로비엠은 140.43%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초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에 1,000만원씩 투자하고, 현재까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각각 약 1026만원, 1140만원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런 숫자만 놓고 보면 지난 6년여 기간 투자 원금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최근 배터리 업계 상황과 너무 동떨어진 숫자임에 분명하다. 그 사이 두 회사 주식을 그대로 들고 있을 개미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거라는 가정도 감안해야 한다.
집계 기간을 전기차 캐즘이 극에 달한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로 조정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 기간 포스코퓨처엠 누적 TSR은 –63.12%, 에코프로비엠은 –65.07%로,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두 기업에 투자했다면 막심한 손해를 본 것이다.
주가 흐름도 이를 반영했다. 2021년 10만원대였던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주 강세 국면이던 2023년 7월 67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약 4만원 수준이던 에코프로비엠도 비슷한 시기 58만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현재 두 회사 주가는 모두 10만~13만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영업이익 추이 역시 TSR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포스코퓨처엠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1,217억원에서 2022년 1,656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23년 35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약 8억원 수준이다.
에코프로비엠 영업이익은 2021년 1,150억원에서 2022년 3,807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23년 1,56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에는 34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두 회사 모두 2024년 실적이 바닥을 찍으며 배당을 중단했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에 배당수익까지 중단되며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두 회사는 캐즘 이후를 대비해 신기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하며 반등을 준비 중이다. 특히 두 회사가 조금씩 다른 전략을 취하면서, 누가 먼저 반등 조짐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먼저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모회사 포스코홀딩스가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든든한 지원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울트라 하이니켈(니켈 95% 이상) 양극재와 고전압 미드 니켈(니켈 약 60%) 양극재 개발에 성공해, 고가 전기차부터 중저가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포스코퓨처엠이 개발한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는 기존 니켈 80%대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전기차 외에도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적용 가능성이 있어 사업 확장성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고전압 미드 니켈 양극재는 니켈 사용량을 줄여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고전압 특성으로 에너지 밀도 한계를 보완한다.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중저가 전기차 대응에 용이하다.
이와 함께 포스코퓨처엠은 차세대 양극재인 LMR(리튬·망간·리치)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MR은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코발트·니켈 사용을 줄여 원가 경쟁력과 열안정성 측면 강점이 있다. 기존 양극재 설비와 공정 호환성이 높아 설비 전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장점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5월 LMR 양극재 파일럿 개발에 성공했다. 연내 양산 기술 확보를 목표로 생산 단가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며, 동시에 고객사 확보 작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중국 업체들 공세 속에서도 LFP 생산 능력을 확대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부품·원재료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중국 공급망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현재 연 3,000톤 규모인 LFP 생산 라인을 연내 5,000톤으로 증설한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포스코퓨처엠과 마찬가지로 LMR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진행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대로 본격 양산을 진행하겠다”며 LMR 양극재 상용화 계획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 중에서 누가 먼저 웃을지는 단기 수요 회복과 차세대 양극재 상용화 속도에 달려 있다”며 “중저가 전기차 수요 반등이 선행되면 LFP 생산 확대에 나선 에코프로비엠이 초기 리바운드를 주도할 수 있다. 반면 LMR 대형 고객사 채택과 ‘탈중국’ 공급망 가시화가 빨라지면 포스코퓨처엠이 더 유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