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푸드 오산공장. /사진=신세계푸드
16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8일 아워홈 자회사 고메드갤러리아와 급식사업부 인수를 위한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금액은 1200억 원으로, 신세계푸드 산업체와 오피스 등 급식사업부 100%가 이관된다. 고메드갤러리아는 아워홈이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 인수를 위해 만든 신설법인이자 자회사다.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2754억 원으로, 업계 5위를 기록했다. 업계 2위 주자인 아워홈이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를 품으면 1위인 삼성웰스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2024년 아워홈과 삼성웰스토리 급식사업 매출은 각각 1조2126억 원, 1조8561억 원이다. 다만, 아워홈은 급식사업 매출에서 삼성웰스토리와 다르게 외식사업 매출도 함께 포함한다. 앞서 범LG가였던 아워홈은 지난 5월 한화그룹 유통서비스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분 58.62%를 사들이면서 그 자회사로 편입됐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979년 세워진 ‘한국신판주식회사’를 전신으로 한다. 이후 1986년 신세계백화점 특판사업부 케이터링사업팀을 꾸려 삼성그룹 구내식당에서 위탁급식을 맡았다. 국내 최초로 급식사업을 시작한 신세계 측은 이후 1995년 별도 법인으로 ‘신세계푸드시스템’을 출범시켰다. 2006년 현재의 사명인 신세계푸드로 이름을 바꿨고, 급식사업에 더해 식자재 유통과 외식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이렇듯 신세계푸드는 구내식당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알린 급식업계 원조 기업으로, 급식사업부는 신세계푸드의 모태이자 본업과도 같다. 하지만 곡물 가격 상승과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해 급식업계는 위기로 내몰렸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직영급식(70%)과 위탁급식(30%)으로 나뉜다. 직영급식은 학교나 기업 등이 직접 인력과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위탁급식은 전문 급식업체가 운영하는 구조다. 위탁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가 ‘톱(TOP) 5’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급식 시장은 업황 자체가 불안정한 데다 업체 간 출혈경쟁도 커지는 실정이다. 급식 계약은 주로 2년 단위로 체결되는데, 경쟁업체의 단가에 따라 계약은 수시로 전환되거나 달라진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3년간 매출이 2022년 1조4113억 원, 2023년 1조4889억 원, 2024년 1조5348억 원으로 매해 완만한 상승세를 그렸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7758억 원에서 5.9% 줄어든 7301억 원을 썼다. 이 기간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가 포함된 제조서비스 매출은 2919억 원에서 5.1% 하락한 2769억 원에 그쳤다.
반면 신세계푸드의 최근 3년간 농산물·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원재료 매입액은 2022년 5450억 원에서 2023년 6261억 원, 2024년 6890억 원으로 매해 두 자릿수 증가했다. 신세계푸드는 수출 비중이 거의 없는 만큼 내수 사업에 실적이 좌우되는데, 원재료 부담이 매해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는 신세계푸드가 모태이자 본업인 급식사업부를 놓을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브랜드 버거 매장 모습.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의 사업 구조는 크게 제조서비스 부문과 매입유통 부문으로 나뉜다. 제조서비스는 단체급식과 베이커리, 외식 사업이 있다. 매입유통은 식자재 유통과 가정간편식(HMR) 납품이 주된 사업이다. 지난해 신세계푸드 제조서비스 매출은 5759억 원으로, 전체 실적(1조5348억 원)의 37.5%를 차지한다. 그중 급식사업부 매출이 2754억 원으로, 이를 제외한 제조서비스 부문 매출은 3005억 원으로 나온다. 이는 신세계푸드의 외식사업이 약 3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외식사업으로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노브랜드 버거’와 게스트로펍 ‘데블스도어’, 베이커리 ‘보앤미’, 식물성 대안식 레스토랑 ‘유아왓유잇’ 등을 두고 있다. 그중 신세계푸드가 주력하는 사업은 노브랜드 버거다. 노브랜드 버거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는 직영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 2019년 8월 서울 홍대에 첫 매장을 내면서 출발한 햄버거 후발주자다. 매장 수는 2019년 19개에서 2020년 68개, 2022년 201개로,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폈다. 이후 2024년 256개에서 2025년 8월 300여 개로, 최근까지도 가파르게 매장을 늘렸다. 그러나 국내 토종 햄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1300여 개)와 맘스터치(1400여 개)와 비교하면 노브랜드 버거의 매장은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SPC그룹 쉐이크쉑과 한화갤러리아 파이브가이즈 등 미국 프리미엄 햄버거 업체들도 국내로 물밀듯이 들어왔다. 국내 햄버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노브랜드 버거는 가맹점 비율이 90%에 달한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들어 노브랜드 버거 출점 전략을 펴면서 가맹점주를 끌어들이는 데 사활을 걸었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 이어 부산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해 예비 창업주와의 접점을 마련했다. 동시에 자본금 1억 미만으로 매장을 낼 수 있도록 초소형 크기의 매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공사도 기존 4주에서 3주로 줄였고, 매장 마감재도 22가지에서 14가지로 간소화했다. 소비자 상대로 가성비 버거에 맞춰 패티 중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낮추는 마케팅을 펼쳐 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초 건강빵 베이커리 ‘보앤미’를 선보이면서 외식 사업 보폭을 넓혔다. 보앤미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베이커리로, 100% 핸드 메이드로 빵을 만든다. 신세계푸드는 보앤미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들여왔으며, 지난 2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마련했다. 보앤미 대표 빵인 비엔누아즈(Viennoise·버터와 우유, 계란 등을 넣어 만든 빵)를 비롯해 무화과와 호두, 크렌베리, 초콜릿 등을 조합한 메뉴들을 내놨다.
신세계푸드 측은 "이번 거래는 신세계푸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의 하나로 양사 모두에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제고를 가져올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며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에 따라 베이커리·프랜차이즈 버거·식자재 유통 등을 핵심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