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 사진=KT
KT의 운명이 오는 31일 결정된다. 국민연금과 정부의 압박으로 세 차례나 인선을 치른 KT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풍을 뚫고 차기 대표이사를 확정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대표이사 선임 건이다. KT 이사회는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자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확정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여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사내후보를 최종 후보로 결정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관심은 표결이다.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금껏 인선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온 만큼 이번 주총서 반대 표결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지분을 맞교환하며 KT의 우호지분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혈맹을 주도했던 윤 사장인 만큼, 이들에겐 아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들 기업 모두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어 기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결국 외국인과 소액 주주들의 표결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CEO 인선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이 심해지자, KT 소액주주들도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KT 소액주주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가입자는 8일 기준 약 550만 명이다. 이 중 보유한 주식 수를 공개한 주주는 약 140명(약 180만 주)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내로 200만 주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약 KT 지분의 0.7%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소액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를 위해 모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만일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안이 부결되면, KT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또다시 밟아야 한다. 이 기간 동안 KT는 경영 공백을 맞이해 내부 혼란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KT 이사회 현황. 자료=KT
이미지 확대보기현재 KT 사내이사는 구현모닫기구현모광고보고 기사보기 대표와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다. 이들의 임기는 주총이 열리는 오는 31일까지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KT 사내이사가 모두 변경되는 셈이다.
KT 이사회는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송경민 KT 경영안정화TF장(전 KT SAT 사장)과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을 추천했다. 송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남중수 전 사장과 박근혜 정부 당시 황창규닫기황창규광고보고 기사보기 전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경영안정화TF 장으로서, 현재 구 대표 체제의 KT를 윤 대표 후보자 체제로 안착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KT 이사회는 송 사장에 대해 “KT 그룹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통찰력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경영역량을 기반으로, DIGICO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통해 향후 KT의 안정적 성장을 책임질 것”이라며 추천 사유를 설명했다.
서창석 부사장은 30년간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은 통신 전문가다. KT가 전국 통신 장애를 일으킨 지난 2021년 11월 네트워크부문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디지코 전략으로 통신사업에 소홀했다는 정부의 지적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통신사업을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이사회는 서 부사장 추천 사유로 “네트워크기술본부장, 네트워크전략본부장, 전남·전북광역본부장 등을 역임한 유무선 네트워크 최고 전문가로서, 기술과 전략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현장 경험도 두루 보유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네트워크 운용혁신을 통해 더욱 신뢰성 있는 통신 서비스 및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강충구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 표현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외이사 등 4명이 추천됐다. 이 중 임 고문을 제외한 3명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돼 연임하는 형태다.
이강철 전 사외이사와 함께 사외이사에서 자진 사임한 벤자민 홍 이사의 빈자리는 아직 채워지지 못했다.
이강철 전 사외이사의 후임으로는 임 고문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1955년생인 임 고문은 재정경제부 금융정보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재무·회계 전문가다. 그는 윤석열닫기윤석열광고보고 기사보기 대통령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았으며, KDB생명 대표이사로 내정되기도 했다.
KT 이사회는 임 후보자에 대해 “후보자의 재무·회계 전문성은 회사의 성장사업 분야 중 하나인 금융 분야 미래 성장사업의 방향성과 KT가 추구하는 DX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간 회사의 이사회 구성에 없었던 금융투자분야 전문가가 선임돼 이사회의 전문성 다양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다만, 이들의 임기가 기존과 달리 1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간 KT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이었고, 3년간 연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이번 주총에서 선임될 사외이사의 임기는 모두 1년으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KT가 내년에 이사회에 변화를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업목적에는 ‘시설대여업’을 추가한다. KT 측은 “디지코(DIGICO) B2C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한 렌탈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