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심 신동원 회장
K-라면 대표주자 농심의 왕좌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 침체 상황을 맞닥뜨렸고, 해외에선 삼양 불닭볶음면 위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농심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주주환원을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농심이 최근 3년간 배당금을 동결한 이유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이달 14일 현재 0.82배 수준이다. 같은 날 농심의 주가는 38만1000원(종가 기준)으로, 1년 전인 2024년 8월 14일 43만5000원 대비 12.4% 빠졌다. 이 기간 삼양식품 주가는 54만5000원에서 138만 원으로, 153.2% 뛰었다. 자연스레 시가총액도 차이가 벌어졌다. 현재 농심이 2조3000억 원, 삼양식품은 10조4000억 원이다.
삼양식품이 주력 상품인 붉닭볶음면 수출로만 1조 원을 거둬들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룹 연 매출로는 농심이 삼양식품을 아직 두 배 수준으로 압도한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해외 사업으로 실적이 승승장구하고 있어 농심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불닭볶음면이 K-푸드 열풍과 함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농심의 ‘라면왕’ 지위마저 위협하고 있다.
농심은 최근 3년간 매출이 연결 기준 2022년 3조1291억 원에서, 2023년 3조4106억 원, 2024년 3조4387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수출액을 포함한 농심의 해외 매출은 2022년 1조1517억 원, 2023년 1조2515억 원, 2024년 1조3037억 원을 나타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36.8%에서 36.7%, 37.9%에 그치면서 40% 벽을 넘지 못했다. 농심이 내수 침체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지난해 실적이 주춤하게 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반면 삼양식품은 2022년 9090억 원에서 2023년 1조1929억 원, 2024년 1조7280억 원으로 매출이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특히 수출액은 2022년 6057억 원에서 2023년 8093억 원, 2024년 1조3359억 원을 기록하면서 급격하게 뛰었다. 해외 비중은 66.6%, 67.8%에서 지난해 77.3%로 올라갔다. 해외 공장이 없는 삼양식품이지만, 불닭볶음면 수출에 힘입어 내수 영향 없이 실적이 탄력을 받고 있다.
농심은 현재 국내 6곳과 해외 6곳에 공장을 뒀다. 국내에서는 안양과 안성, 아산, 부산, 구미, 포승(평택)에 있다. 해외는 중국 4곳과 미국 2곳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농심은 지난 5월부터 부산 녹산산업단지에 대규모 수출공장 조성에 나섰다. 1만1280㎡(약 3400평) 크기의 부지에 연면적 약 4만8100㎡(약 1만4500평) 규모다. 사업비만 1918억 원이 투입됐으며,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농심의 연간 라면 생산량은 약 27억 봉으로 늘어난다.
나아가 농심은 지난 6월 울산 삼남물류단지에 대규모 물류센터 착공식도 가졌다. 부지면적만 4만6700㎡(약 1만4000평)로, 연면적 16만6700㎡(약 5만 평)에 달한다. 사업비 2290억 원이 들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7년 상반기 가동된다.
농심의 주력 상품은 단연 신라면이다. 농심이 생산하는 신라면 브랜드 가짓수만 신라면 블랙, 신라면 더레드, 신라면 툼바 등을 포함해 13종이다.
지난해 농심은 신라면으로만 국내외에서 1조3400억 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지난해 9월 출시한 신라면 툼바가 해외에서 크게 선전하면서 반년 만에 2500만 봉이 팔려나갔다. 농심이 글로벌 비중을 높이기 위해 시설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배당도 제한적으로 집행했던 배경이다.
최근 3년 농심의 이익잉여금은 연결 기준 2022년 2조1975억 원에서 2023년 2조3162억 원, 2024년 2조4374억 원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부채비율은 30%대로, 재무구조가 비교적 튼튼하다.
농심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배당총액을 289억 원으로 동결했다. 이에 농심의 배당성향(연결 기준)은 순이익에 따라 24.9%에서 16.82%, 18.38%로 들쑥날쑥했다. 이 기간 농심의 순이익은 2022년 1160억 원에서 2023년 1715억 원, 2024년 1576억 원이다.
삼양식품은 배당마저 농심을 따라잡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배당총액은 246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집행했다. 2년 전인 2020년 배당총액 104억 원의 두 배를 넘는다. 실적이 뒷받침하는 만큼 배당도 매년 확대하는 추세다.
농심은 주가 제고를 위해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세우기로 했다. 향후 배당성향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설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농심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 7조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영업이익률 10% 달성과 해외 비중 61% 도달도 함께 제시했다.
이를 위해 농심은 1조2000억 원을 투입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섰다. 농심이 수출용 생산기지인 부산과 울산에 쓴 투자액만 4200억 원이다. 앞으로 80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농심은 지난 1965년 창립한 회사로,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국내 시장에서 농심 라면은 약 56%대의 점유율(닐슨코리아)을 그리고 있다.
농심이 저성장의 문턱을 넘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라면왕’ 지위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더구나 농심은 미국에 두 곳의 라면 공장을 가동하는 만큼 트럼프닫기

농심 관계자는 “2025년 이후 예정된 시설투자 목적으로 내부 유보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며 “녹산 수출공장은 해외 성장세에 맞춰 최대 8개 라인을 추가하고,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최대 3배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라면 툼바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생산능력을 갖춰 K-라면 대표기업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