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국민은행(왼쪽), NH투자증권(오른쪽) 사옥 / 사진출처= 각
최근 인수금융 수요는 사모펀드(PEF)들이 2~3년 전 받았던 대출의 리파이낸싱(차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리인하 기조가 본격화된 가운데, 더 낮은 금리를 내놓을수록 경쟁우위가 있다. 다만, 저(低)금리 다툼은 필연적으로 셀다운(sell-down, 인수 후 재매각) 부담도 내포하고 있다.
증권, 은행 등 금융사의 IB 부문 인수금융 리그테이블도 조(兆) 단위 딜 수임에 따라 순위가 좌우되고 있다.
2위는 NH투자증권이 근접하게 추격했다. NH투자증권은 SK스페셜티 인수금융을 비롯, 한앤컴퍼니 딜에서 두각을 보였다. 에이치라인해운 리파이낸싱도 수행했고, 대한항공 기내식사업 리파이낸싱 등에서 실적을 기록했다.
한 해 전에는 증권가에서 인수금융 최상위가 나왔다. 2024년 연간 기준 국내 인수금융 주선 실적 1위는 KB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KB증권도 당시 LG CNS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단독 주선 등 대형 딜을 수임한 것이 리그테이블 선두를 차지하는 데 주효했다.
이처럼 빅 딜(big deal)을 따내느냐 여부에 따라 금융업권 별로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양새다.
또 인수금융 딜 규모가 클수록 연동된 수수료 액수도 크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랜드마크 딜(landmark deal)에 보다 힘을 싣는 이유다.
업권 별로 보면,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인수금융을 비이자이익 확대에 유효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를 대폭 키운 증권사들이 은행들의 경쟁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비핵심 계열사를 줄이고 팔아서, 이 자금들이 신 사업에 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역시, 5년 간 보유한 기업체를 매각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 사모펀드 매물을 다른 사모펀드가 되사는 ‘세컨더리(secondary) 딜’이 보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인수금융 시장 여건이 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사모펀드와 연관된 거래에 대해 신디케이션론 대주단의 보수적 태도가 다소 강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 초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기폭제였다.
금리 조정이 인수금융 시장에 화두로 지목된다. 투자업계에서는 고금리 시기에 기표된 딜에 대한 리파이낸싱 거래가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리파이낸싱의 경우, 이전보다 금리를 얼마나 낮춰서 갈지가 관건이다. 증권업계 IB 부문 담당자는 "올해 상반기 5%대 초중반에서 하반기에 4%대 금리 정도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딜에서 금리를 열어주고, 다른 금융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은행은 수신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성향에 근거해서 기업대출 성격으로 인수금융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언더라이팅(underwriting)에서 셀다운(재매각)까지 보다 넓은 커버리지에서 인수금융에 접근한다. 블라인드 사모펀드 출자를 통해 인수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IB 딜을 수임해오고 있다.
또, 공개매수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등을 얹은 '패키지 딜'로 수익 기회를 다각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신용공여 업무를 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10곳으로, 인수금융 시장에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
통상 최초 인수금융 딜 주선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실제로 이후 발생하는 리파이낸싱 또는 리캡 건에 대해 대상회사 이해도, 기존 대주단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맨데이트(mandate, 주관사 지위)를 유지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IB 부문 관계자는 "인수금융은 여러 IB 프로덕트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대출 경쟁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