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디지털 자산 기본 법안 핵심 ‘투자자 보호’ [디지털 자산 기본법 파헤치기 ③]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3-01-25 00:00 최종수정 : 2023-01-25 01:14

단계적 입법… 추후 ‘산업 진흥’ 초점 이동

루나 사태 재발 막도록 ‘규제 강화’ 무게

(왼쪽부터) 이석우 두나무(Dunamu) 대표, 이재원 빗썸(Bithumb) 대표, 차명훈 코인원(Coinone) 대표, 오세진 코빗(Korbit) 대표, 이준행 스트리미(Streami) 대표./사진=각 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지난해 가상 자산 업계는 길고 매서운 겨울을 맞이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년간 75% 폭락했고, 루나·FTX·위믹스 사태 등으로 업계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 이에 <한국금융신문>은 신년 기획으로 투자자 보호와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한 ‘디지털 자산 기본법 파헤치기’를 3회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1) 가상화폐 업계, 새해 루나·FTX 사태 막기 총력
(2) ‘IT 강국’ 한국, 디지털 자산 법 마련엔 뒤처져
(3) 디지털 자산 기본 법안 핵심 ‘투자자 보호’


최근 디지털 자산도 금융 투자 시장, 증권 시장과 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 전 세계 합의가 모이고 있다. 유럽연합(EU·European Union)은 세계 최초 가상 자산 법 ‘미카’(MiCA·Markets in Crypto Assets)에 합의했고 미국, 영국, 일본, 홍콩, 두바이 등이 관련 법안을 내놓으면서 법제도 규제 표준화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다.

어떤 법안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규제 장치가 엉성하면 악용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시장 전체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도 대부분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이 법안에 담기고 얼마나 완결성을 띠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도 촘촘한 법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핵심은 ‘투자자·이용자 보호’다.

이용자 자산 보호 조항, ‘시장 안정화’ 효과

우선 투자자·이용자 자산 보호 조항은 ‘시장 안정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 ‘루나(LUNA)·테라USD(UST)’를 지탱하는 페깅(Pegging·가치 고정) 알고리즘이 붕괴해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60조원 가까이가 증발한 사건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었다. 단순히 해당 코인 발행자에게만 책임을 묻기엔 루나를 유통하고 거래했던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었고, 결국 시장 전체는 신뢰를 잃는 동시에 거래량이 폭락했다.

업계는 신뢰를 회복하고자 투자자 보호 센터를 구축하는 등 노력을 거듭했다. 각국 금융당국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해 법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하반기 더 큰 문제가 터졌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였던 가상 자산 거래소 ‘FTX’(임시 대표 존 J. 레이 3세)가 파산 신청해 업계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다. 거기다 국내의 경우, 위메이드(WEMADE·대표 장현국)가 발행하는 가상 자산 ‘위믹스’(WEMIX) 상장폐지 사건까지 더해지며 디지털 자산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결국 산업 진흥에 초점이 맞춰졌던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의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방향도 ‘이용자 자산 보호’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강력한 제재를 적용해 지난해 벌어진 각종 사태를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합의다.

이러한 합의 배경엔 ‘시장 안정화’가 있다. 여전히 디지털 자산 시장엔 사기 등 금융 범죄가 만연하기에 하루빨리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산업 성장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입이 모인 것이다.

이해붕 두나무(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투자자 보호 센터장은 최근 한 언론사가 주최한 디지털 자산 관련 콘퍼런스(Conference·대규모 회의)에 참석해 “사실 선량한 사업자라고 하면 고객 자산을 내 이익을 위해 함부로 쓰지 않는다”며 “이제는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전문가, 학계 등 논의를 통해 공동체가 예외 없이 책임져야 하는 내용을 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마련되면 디지털 자산 투자도 주식 투자와 같이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 자산)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바뀔 가능성이 크다. 거래 코인 수량이나 수수료, 프로토콜(Protocol·통신규약) 수익 등 데이터가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식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믿을 수 없는 자산’이라는 일각의 비판 목소리도 과거에 비해선 사그라들 수 있다. 한 마디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도 ‘금융 활동’으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EU가 추진 중인 MiCA 역시 블록체인 육성과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이용자·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루나·테라 사태로 위험성이 부각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에 관해선 더 엄격히 규제 안을 냈다.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금지, 자율 감시와 금융위 관리 감독·총괄 등의 내용을 담아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일련의 문제가 주는 메시지는 거래 활성화 전 거래 규제나 규율, 질서를 확보해야만 시장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문제가 잘 정리된 뒤 산업 진흥이나 여러 지원 등 2단계로 갈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라 밝혔다.

업계는 이미 변화 중… ‘투자자 보호’ 만전

디지털 자산 업계는 이미 변화 중이다. 임직원이나 가족의 자사 거래소 이용을 제한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루나·테라 사태 당시 자율 공동 대응을 목적으로 만든 공동협의체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를 통한 자율 규제와 더불어 각 거래소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전 시장 차원의 ‘투자자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업비트(Upbit·두나무 대표 이석우)는 지난해 8월부터 디지털 자산 거래소 최초로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들의 디지털 자산 거래도 제한하는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내부 정보를 통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임직원의 자사 거래를 막을 뿐 아니라 다른 거래소 거래도 일부 제한한다.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려면 비트코인(BTC·Bitcoin) 등 시가총액 상위 12개 종목만 사고팔 수 있다. 거래 금액도 매수 원금 기준 연가 1억원 이하로 제한했다. 분기마다 거래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카카오(대표 홍은택)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문제 이후엔 자체 로그인 시스템을 전면 적용하면서 보안성을 높였다. 이 밖에도 100억원을 투자해 운영 중인 ‘업비트 투자자 보호 센터’를 지어 ▲24시간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전화 금융 사기) 전담 콜센터 운영 ▲전자금융 사기 관련 심리적·법률적 지원 ▲가상 자산 백서 번역 등 정보 제공 ▲디지털 자산 교육 등 ‘투자자 보호’에 각별하게 더 신경 쓰고 있다.

코빗(Korbit·대표 오세진)도 최근 임직원 디지털 자산 거래 제한에 이어 임직원 가족의 코빗 계정까지 감시하기로 했다.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코빗 거래소를 이용하는 임직원이나 그의 가족은 코빗에 본인 계정을 신고해야 한다. 또한 불공정거래와 이해 상충 행위 금지 등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윤리 강령을 개정했다. 임직원으로부터 이를 지키겠다는 ‘준법 실천 서약서’도 받았다.

업비트와 코빗의 임직원 가족 거래 제한 규제는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규제보다 강력하다. 해당 법에선 거래소 임직원만 자사 거래소에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임직원 가족 계정 모니터링(Monitoring·감시) 시행은 코빗의 내부통제 기준을 전통 금융권 수준에 걸맞게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향후 거래소 운영 측면에서도 내부통제를 강화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가상 자산 투자 문화 조성이라는 거래소 본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빗썸(Bithumb‧빗썸코리아 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은 올해 들어 이상 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을 고도화했다. 주로 은행이나 증권사, 카드사 등 금융기관에서 사용되는 FDS 고도화를 통해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FDS는 원화와 디지털 자산의 입출금 내역과 거래 정보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Pattern·일정한 형태)을 파악해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거래를 중단시키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전화금융 사기), 해킹 방지뿐 아니라 자전거래와 이상 입출금 등의 의심 거래도 제재한다. 빗썸은 3년 연속 유지하고 있는 ‘준법 경영 국제표준 인증’을 바탕으로 업계 전체에 ‘준법 경영’ 정보를 지속해서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코인원(Coinone·대표 차명훈)은 얼마 전 정보 보호 관리 체계(ISMS·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와 국제표준 정보보호 인증(ISO27001)의 인증 사후 심사를 모두 통과하면서 보안 역량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입증받았다.

지난해엔 이용자 보호 센터를 했으며, 2021년 대비 인력을 70% 이상 늘리면서 내부 규정을 고도화했다. 또한 사이버 위험으로부터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도록 DB손해보험(대표 김정남·정종표)과 개인 정보보호 배상 책임 보험에 대한 갱신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도 9년 연속 보안 무사고 저력을 이어가려는 방침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권위 있는 두 가지 정보보호 인증 획득을 통해 코인원의 보안 역량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체계적인 보안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코인원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져 나가겠다”고 전했다.

평소 상장 심사 과정이 까다로운 걸로 유명한 고팍스(GOPAX‧스트리미 대표 이준행)는 상장 실무협의체와 상장심의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다. 실무협의체가 실사를 진행한 뒤 상장심의위원회가 최종 승인하는 형태다. 상장심의위원회엔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 기술 전문가와 자금 세탁 방지(AML·Anti-Money Laundering)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보안 전문가 등 각 분야 인원이 1명 이상 포함돼 있다. 상장 투명성을 위해 경영진은 심의위에 참여하지 못한다.

현재 20명 넘는 AML 전문 인력이 24시간 4교대로 거래를 확인하고 있으며, 매주 출금 심사 유형 교육과 연구를 진행 중이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AML 인력도 지속해서 확대하려 한다. 또한 올바른 가상 자산 투자문화 정착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 자산 모니터링 기준 및 시장경보제도도 2021년에 도입한 상태다.

한편, 업계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회는 여전히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에 거북이 속도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또 다뤄지지 않았다. 보훈처가 발의한 법안과 심사 순서가 바뀌면서 논의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현재 국회엔 17개에 달하는 디지털 자산업에 관한 법률이 계류돼 있다. 여야 간 예산안 대치가 길어진 탓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1년이 다 돼가는 동안 한차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시세 조종·부정 거래 등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금융위원회 가상 자산 시장 감독·검사·처분 권한 부여 등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 규제가 주요 내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이후에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통제하에 놓일 증권형 토큰(ST·Security Token) 규제안은 신속히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9일 증권형 토큰 발행을 허용하고 안전한 유통 체계를 만들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조각 투자 등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도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자본시장을 통한 경제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증권형 토큰들이 투자자 보호장치가 갖춰진 안전한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장외 유통 플랫폼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한 가상 자산 업계 관계자는 “루나·테라 사태나 FTX 파산 등 국외에서 발생한 문제로 국내 거래소를 규제로 묶으려는 것 자체도 역설적인데 어차피 규제가 필요한 거라면 디지털 자산을 증권과는 다르게 바라보고 세심하게 규제 안을 짰으면 좋겠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탈 중앙화’ 성격의 디지털 자산을 특정 주체 아래 놓고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돼지를 잡아먹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살을 찌우는 부분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