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 = 각 사
전북은행 노동조합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JB금융지주·BNK금융지주 합병 검토 요구를 비판하며 내놓은 주장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 지방금융지주를 합쳐 총자산 23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지방금융그룹을 만들면 자본효율성과 비용경쟁력, AI 투자 역량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전북·광주·부산은행 노조와 BNK금융 우리사주조합은 합병이 주주가치를 높이기보다 고용과 점포, 지역금융의 공공성을 훼손하거나 BNK 주주에게 불리한 가치 배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얼라인의 ‘기업가치’와 은행 노조의 ‘지역가치’가 충돌하는 구도다.
다만 노조들의 반대 논리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얼라인이 2대 주주로 있는 JB금융 계열 전북·광주은행 노조는 비용 절감에 따른 구조조정과 지역밀착 금융 약화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부산은행 노조와 BNK우리사주조합은 지역금융의 정체성과 함께 합병비율, 주주가치 희석 등 거래의 공정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각 주체가 보호하려는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실제 합병 검토가 시작되더라도 조율해야 할 쟁점은 적지 않다.
얼라인, ROE 12.8%·CIR 38.7% 제시···“지방금융 생존 해법”
얼라인은 지난 14일 JB금융과 BNK금융 이사회에 공개주주서한을 보냈다.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글로벌 투자은행과 전략 컨설팅사를 선임해 양사 합병의 전략적·재무적 타당성 검토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당장 합병을 의결하라는 제안은 아니다. 얼라인은 양사 이사회가 오는 8월 7일까지 검토 착수 여부를 밝히고, 검토에 들어갈 경우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결과와 실행방안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얼라인이 제시한 합병 명분은 규모의 경제와 자본효율성이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두 지주의 총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234조원으로 국내 최대 지방금융지주가 탄생한다. 전북·광주·부산·경남은행의 법인과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되 상위 지주를 통합하는 ‘연합형 합병지주’ 방식이다.
호남과 영남으로 영업권역이 구분돼 점포와 고객 중복에 따른 자기잠식 위험이 작고, 확대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영·호남 지역의 대형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얼라인의 판단이다.
수익성 개선의 기준은 JB금융이다.
얼라인은 합병 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이 JB금융 수준인 1.83%로 높아지고, 중복 비용 제거와 전산 효율화로 인건비를 제외한 판매관리비를 10% 절감한다는 전제 아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단순 합산 기준 9.1%에서 12.8%로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영업경비율(CIR)은 45.5%에서 38.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얼라인은 이 밖에도 AI·IT 공동 투자, 신용등급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하락, 시가총액 확대와 기관투자자 접근성 개선을 기대효과로 들었다.
다만 이 수치들은 합병만으로 자동 발생하는 효과가 아니다. BNK금융의 대규모 자산을 JB금융 수준의 효율성으로 운용하고, 네 은행의 법인과 지역 영업망을 유지하면서도 비인건비를 10% 줄인다는 복수의 가정이 실현돼야 한다.
얼라인은 JB금융 지분 14%대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반면 BNK금융 지분은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두 지주 모두의 주주지만 합병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의 크기는 같지 않은 셈이다.
전북 “결국 구조조정”·광주 “자본 중심 접근”···지역 공공성 ‘방점’
JB금융 계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노조는 얼라인의 비용 절감과 외형 확대 논리가 고용과 점포, 지역금융의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전북은행 노조는 얼라인의 제안을 “단기적인 주가 부양과 투자금 회수를 위한 금융자본의 이기적 행태”로 규정했다. 특히 비용 시너지와 AI 투자 효율화가 조직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 지역 점포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얼라인이 '인건비 제외'를 전제로 판관비 10% 절감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을 줄일지에 대한 세부안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동 IT·구매·자금조달과 일부 후선업무 등은 통합이 가능할지라도, 지주와 계열사 조직 재편 과정에서 업무 중복과 인력 재배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북은행 노조는 이 같은 고용 문제를 지역경제 논리와 결합했다.
지방은행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나 자산 합산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을 지역에 환류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라는 것이다.
"호남과 영남은 산업구조와 금융수요가 다른데, 영업권이 겹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합병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지역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라고도 지적했다.
광주은행 노조 역시 얼라인의 제안을 ‘자본 중심 접근’이라며 비판했지만, 구조조정·점포 축소보다 지역밀착 금융과 의사결정 과정의 정당성에 무게를 뒀다.
노조 측은 "지역금융의 경쟁력이 지역기업과 소상공인, 지역민과 장기간 쌓아온 신뢰에서 비롯된다며, 외부 주주가 설정한 일정에 맞춰 합병 검토를 진행하면 지역금융의 역할과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형 확대보다 지역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전북·광주은행 노조가 얼라인의 주주가치 논리를 비판하는 배경에는 직원과 지역사회의 이해가 함께 놓여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JB금융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큰 BNK금융의 자산과 영남권 영업기반, 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벤처투자 등 다양한 금융 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외형과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는 JB금융이 얻을 편익이 비교적 분명하다.
그러나 지주 기업가치 상승이 개별 은행의 고용 안정이나 지역 내 의사결정 권한 유지로 곧바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JB금융 주주와 JB 계열 은행 노조가 같은 합병안을 놓고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는 이유다.
BNK “자본 65% 내고 신주는 0.69주”···합병 공정성까지 문제 제기
부산은행 노조와 BNK우리사주조합은 지역금융의 정체성뿐 아니라 BNK 주주에게 합병 조건이 불공정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부산은행 노조는 이번 합병론을 “자본과 여론 선동이라는 무기로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상황”에 비유했다. 총자산 161조원 규모의 BNK금융과 73조원 규모의 JB금융을 단순 비교하면 BNK가 두 배 이상 큰데, 합병으로 창출되는 가치가 JB 주주에게 더 유리하게 배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가 제시한 자체 계산에 따르면 합병 지주의 지배주주 자본 17조원 가운데 BNK의 기여분은 11조원으로 65%, JB는 6조원으로 35%다. 반면 BNK 주주가 취득하는 신주는 기존 주식 1주당 0.69주로 줄어 31%의 가치 희석을 부담한다.
부산은행 노조는 이를 두고 “자본은 더 대면서 주식은 덜 받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독립이사들이 합병 검토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BNK의 낮은 시장평가를 그대로 인정하고 주주가치를 깎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BNK 주주가 31%의 손실을 본다’는 주장을 확정된 사실로 보기는 어렵지만, 합병비율의 공정성이 핵심 쟁점이라는 문제 제기에는 근거가 있다.
BNK금융은 JB금융보다 자산과 자본이 크지만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받고 있다. 반대로 JB금융은 높은 ROE와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자산과 순자산을 강조하면 BNK에, 수익성과 시장가치를 강조하면 JB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출될 수 있다.
결국 어떤 가치평가 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통합 지주의 지분 배분이 달라진다.
BNK우리사주조합이 부산은행 노조와 공동으로 성명에 참여한 점도 주목된다. 우리사주조합은 임직원인 동시에 BNK금융 주주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고용과 지역금융뿐 아니라 보유주식의 가치 희석 가능성도 직접적인 이해관계인 셈이다.
이들은 BNK금융이 현재 추진 중인 밸류업 계획과 독자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병을 통해 JB의 자본효율성을 도입하기보다, BNK 스스로 수익성과 시장평가를 개선할 기회를 먼저 줘야 한다는 논리다.
8월 7일 이사회 판단 ‘첫 관문’···주주 설득·금융위 인가도 넘어야
이처럼 부산은행·BNK우리사주조합 측의 합병 반대 논리와 전북·광주은행 노조의 주장은 결이 다르지만, 재무적 가치만으로 지방은행의 역할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 한다.그러나 노조의 반대가 합병 검토를 법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얼라인 측은 합병 검토 착수 여부를 오는 8월 7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사 이사회가 지방금융의 장기 경쟁력과 주주가치 측면에서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
실제 검토가 이루어져 합병 추진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양사 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합병비율과 존속회사, 통합 지주의 본점·지배구조, 주주환원 정책 등을 둘러싸고 JB와 BNK 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의 사전 인가도 필요하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할 경우 금융위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경쟁 제한이나 건전한 금융시장 질서 저해 여부 등을 심사하도록 규정한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금융위는 합병 목적이 금융산업의 합리화에 부합하는지, 금융거래를 위축시키거나 기존 거래자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없는지, 금융기관 간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합병 후 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심사 대상이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은 합병 후 3개년 추정재무제표와 수익 전망, 영업전략의 적정성, 업무 규모에 맞는 조직체계와 인원, 경영지도비율 충족 여부 등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얼라인이 제시한 RoRWA 1.83%와 ROE 12.8%, 비인건비 판관비 10% 절감이 단순 전망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추정 재무제표를 통해 실현 가능한 수치로서 설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합병 검토 자체를 반대하는 노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며 "합병 논의가 본격화되더라도 양사 주주와 직원, 지역사회의 이해를 조정하는 데 이어 금융위원회에 합병 후 수익 전망과 조직·인력 체계, 자본적정성, 기존 고객 보호와 경쟁 제한 우려까지 입증해야 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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