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IASB는 현재 IFRS17 초안에 대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주요 보험사를 대상으로 실무 적용 테스트를 마쳤으며 이 단계에서 파악된 세부적 이슈들을 해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회계 상 자본이 줄고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한다. 부채, 즉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시가 평가 방식이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부채가 미래 이익의 일종인 계약서비스마진, 위험조정, 화폐의 시간가치를 고려한 할인율, 미래현금흐름을 예측해 기대 현금흐름을 산출하는 미래현금흐름 등 총 4분류로 세분화됨에 따라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금융감독원은 IFRS17 시행에 발맞춰 단계적으로 보험사들의 RBC(지급여력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안을 내놨다. 보험부채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그동안 20년까지로 제한했던 부채 한도를 30년까지 확대하는 것이 규제 강화의 골자다.
이에 따라 대부분 보험사의 RBC비율이 약 100%p 하락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내다봤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평균 RBC비율은 손보사 269.1%, 생보사 297.1%로 예상치 만큼 100%p 하락할 경우 금감원 권고 기준인 150%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RBC비율이 평균에 못 미치는 일부 보험사는 시정조치 대상마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 건전성 규제 강화에 보험사 RBC 추락 위기
당초 예고됐던 규제 강화 방안이 하나 둘씩 현실화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보험부채(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이 커졌다. 보험부채의 듀레이션 잔존만기 최장 기간이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난 것. 결국 금리 리스크를 피하려면 보험사들은 이전보다 장기 자산에 투자해 부채와 자산 듀레이션을 매칭해 나가야 한다.
변액보험에 대한 리스크 규제도 강화된다. 최저보증이 있는 변액보험의 경우 보증위험액 산출체계를 다양한 시나리오를 반영해 산출해야한다.
퇴직연금 특별계정의 리스크 측정범위도 현행 운영위험액 외에 신용·시장위험액을 추가로 산출하는 등 일부 조정된다. 보험사들도 이를 대비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올해 자본확충 자금 규모는 1조4000여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안에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RBC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협생명도 올해 초 30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중이다.
현대라이프생명과 KDB생명은 각각 200억원,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를 발행했다. 흥국생명은 800억원의 후순위채를, 흥국화재는 92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곳간을 채웠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6246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마쳤다. 같은 중국 안방보험 식구가 된 알리안츠생명도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자본확충 카드를 활용하는 한편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제도 개편 적용 연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올해 상반기 발표될 IFRS17 기준서를 바탕으로 RBC와 LAT(부채적정성평가)를 포괄하는 감독기준을 개편할 계획이다.
◇ 미래에셋생명, ‘제도 변화 리스크’ 없다
이같은 ‘위기설’에도 미래에셋생명만은 활짝 웃었다. 지난해 자산 듀레이션을 대폭 확대해 부채 듀레이션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미래에셋생명은 ‘2016년 결산 실적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자산 듀레이션이 6.8년으로 2015년 5.6년 대비 1.2년 확대됐다”고 밝혔다. 자산 듀레이션 장기화에 성공하면서 미래에셋생명의 RBC비율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부채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p 변화할 때 회사의 자산·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부채 듀레이션에 비해 자산 듀레이션이 짧으면 RBC(지급여력비율)이 떨어져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이 자산듀레이션 확대에 성공한 비결은 적극적으로 외화장기채 투자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해외 자산에 총 5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 4조9000억원 대비 10.2% 확대한 수치다. 특히 해외 자산 중 안정적으로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미국 국채의 비중이 3%p 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자산에 대해 6개월 미만의 만기로 환헤지를 하고 있어 장기채권 편입 없이도 자산 듀레이션 확대가 용이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변액 종신 판매 비중이 적어 보증위험액 부담이 제한적이며, 만기보유증권 비중은 37.4%로 많아 금리상승시에도 민감도가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올해 6월부터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되지만 미래에셋생명은 한발 앞서 해외 채권 등으로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했기 때문에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3~4년 동안 규제 강화에 대비한 것이 수치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같은 자산 운용에 힘입어 증권가에서도 미래에셋생명의 성장세를 점쳤다. 유안타증권은 “미래에셋생명의 올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693억원(전년비 +86.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특별한 자산듀레이션 확대 노력 없이도 부채듀레이션 확대로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미래에셋생명에 대해 “생명보험사 중 부채구조가 가장 양호해 향후 신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 시 영향이 비교적적고 PCA생명 인수로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권유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또한 올해부터 ‘내실 경영’을 앞세우면서 ‘신계약가치’ 중심으로 영업조직 및 전속설계사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신계약 초회보험료 위주로 영업성과를 평가해왔으나 앞으로는 장래 회사에 얼마나 이익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는 상품 판매를 독려해 내실 경영을 알차게 꾸려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이 과거 일찌감치 정착시킨 수수료 기반 사업구조도 내실 챙기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이다. 잔액이 유지되면서 수수료 확보가 유리한 상품군들을 많이 보유해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으로,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금리가 갑자기 상승할 경우 이차손익에 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 생보사들이 대규모로 판매해온 고금리 확정형 상품들이 지금의 보험부채 부담의 시발이 됐다는 점에서 미래에셋생명은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만덕닫기

◇ 연말 ‘PCA생명’품고 은퇴설계 강자 재도약
지난해 11월 PCA생명을 인수한 미래에셋생명은 현재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9월까지는 합병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돼 올 연말 미래에셋생명은 교보·농협생명에 이어 생보사 순위 5위권으로 무리 없이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와 투자역량에 집중해 변액연금 등 주력상품을 내세운 미래에셋생명과 업계 최고 수준의 변액연금 수익률을 자랑하는 PCA생명의 합방으로 업계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PCA생명은 77%에 달하는 업계 최상위 수준의 변액보험 비중으로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갖췄다. 이에 따라 IFRS17이 도입되도 PCA생명은 추가 자본확충 부담이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이 변액보험 펀드 전 부문에서 수익률 1위를 석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의 ‘인디아주식안정성자산배분형’과 ‘이머징마켓채권형’펀드의 직전 3년 수익률은 각각 29.7%, 22.9%로 주식혼합형, 채권형 펀드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PCA생명의 ‘친디아주식형’,’글로벌 멀티인컴 펀드’는 각각 주식형과 채권혼합형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유형별 상위 5개 펀드 총 20개 가운데 절반이 미래에셋생명 펀드가 차지했다. PCA생명 펀드까지 합치면 20개 중 13개다. 사실상 미래에셋생명이 상위권 차트를 독식한 셈이다.
2일 박현주닫기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