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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오너 3·4세 경영체제 빨라지고 있다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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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2-14 00:30

삼성 현대차 3세 경영 본격 채비
재벌 전반 ‘3·4세 승진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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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오너 3·4세 경영체제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LG를 시작으로 삼성, GS, 한화 등이 잇달아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재계 연말 인사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아직 현대차, SK, 롯데의 인사가 남았지만 올해 대기업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3·4세 승진’이라고 할 정도로 재계 전반에 재벌 3·4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재계에서는 올해 유독 3·4세가 경영 전면에 대거 등장한 것에 대해 2세에서 3세로의 ‘세대교체’를 이유로 들고 있다. 또 지난해 한진그룹 3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가 자제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들끓자 보류했던 3·4세의 승진을 올해 단행한 측면도 있다.

3·4세들이 승진잔치를 벌인 것과는 달리 올해 인사바람은 어느 때보다도 매서웠다. 퇴임임원은 대폭 늘어나고 승진임원은 줄었다. 경기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재계 전반에서 진행된 구조조정 작업은 많은 샐러리맨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안팎에서는 과연 3·4세를 전면으로 내세운 인사를 실시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올 인사 특징은 재벌 3·4세 승진

신세계그룹은 이명희닫기이명희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딸이자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43)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정유경 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입사해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6년 만에 사장 배지를 달았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닫기정기선기사 모아보기(33) 현대중공업 기획·재무 및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의 초단기 승진이다. 정기선 전무는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전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한화그룹 김승연닫기김승연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닫기김동관기사 모아보기(32) 한화큐셀 영업실장 역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김동관 전무는 2010년 한화에 입사한 후 6년 만에 전무가 됐다. 상무를 역임한 지 1년 만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42) 사장은 직급 승진은 아니지만 제일기획에서 손을 떼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이동하면서 삼성의 패션사업을 이끄는 ‘원톱’으로 자리매김 했다.

GS그룹은 4세들이 대거 승진했다. 허준홍(40)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과 허윤홍(36) GS건설 사업지원실장이 상무가 된 지 3년 만에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고, 허서홍(38) 부장은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을 맡으며 상무로 승진했다. 창업주 넷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연수닫기허연수기사 모아보기 GS리테일 사장은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GS그룹은 2세 경영 시대에 작별을 고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닫기이규호기사 모아보기(31)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도 상무보로 승진해 차장으로 입사한지 3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박용만닫기박용만기사 모아보기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36)은 지난 11월 운영권을 따낸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의 책임자가 됐다. 박서원 부사장은 앞으로 두산의 유통사업부문 전략담당 전무를 겸직하게 된다.

◇3·4세, ‘오너십’으로 위기돌파 노려

한국에서 재벌은 ‘대기업 총수 가족’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대기업 지배 구조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독식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대기업 창업주의 후손들이 지분과 경영권 모두를 물려받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재벌 문화로 분류된다. 오너가 경영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한국에서 ‘오너십’은 한국 경제에 많은 공을 세워 ‘사업보국’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했다. 1940~50년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업주, 그 뒤를 이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2세대, 현 3·4세로의 경영권 이동 수순은 책임경영으로 안정적인 그룹 지배체제를 확립해 발전과 성장을 이끌어온 경쟁력이 되었다는 평가다.

3세 시대를 본격화 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는 3·4세 승진으로 기업들이 지향하는 오너십의 표본을 보여준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삼성그룹의 실질적 수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47)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아버지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걸으며 이재용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비주력사업의 과감한 정리, 신성장동력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리는 삼성의 미래를 보여준다. 한화에 삼성테크윈을 매각했고, 롯데그룹에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넘긴 깜짝 딜은 재계의 빅이슈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통합해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 그룹 재편을 통해 조직 슬림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45)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달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을 직접 지휘하고 나섰다. 제네시스 EQ900은 사전계약 하루만에 4천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미 기아차 사장 시절 K시리즈를 성공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K 시리즈를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어 현대차와 차별화 시키는 데 성공,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제네시스 브랜드 또한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3·4세들이 맞이한 경영 환경은 녹록치 않다. 세계적인 경제 저성장 기조와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기업들의 맹공격으로 기존의 밥그릇 지키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 3·4세들은 ‘오너십’으로 무장한 책임경영을 통해 위기국면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능력검증 절차 없이는 ‘오너리스크’

하지만 무분별한 오너경영은 ‘오너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 견제 없는 재벌가의 황제경영은 3·4세의 경영능력 문제를 심화시킨다. 본래 한 기업의 경영자를 선출할 때에는 주주가 이사회를 뽑고, 이사회가 최고 경영진을 선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주주총회는 형식에 불과해 재벌들이 2~5%의 적은 지분으로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세습경영으로 3·4세들의 입사 후 임원 승진 기간은 평균 3.5년. 일반 사원으로 직장에 들어가 임원이 되기까지 통상 20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승진은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경영능력을 검증받기도 전에 임원으로 고속승진을 하다 보니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능력은 없는데 후계자라는 이유 하나로 회사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다가는 자칫 회사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긴축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3세인 정기선 전무가 상무 승진 1년 만에 다시 승진했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 또한 차장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에 임원자리에 올랐다. 이들의 고속 승진에 대해 사내외에서 설왕설래되는 분위기다. 빨라지고 있는 재벌 3·4세 경영체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올 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이번에 대거 승진한 재벌 3·4세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들이 오너리스크를 줄이면서 침체된 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판로 모색의 시발점이 되어야만 한국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들이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지은 기자 bridg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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