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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버핏처럼” SK, 리스크 털고 밸류업2.0 기대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0-27 05:00 최종수정 : 2025-10-27 07:33

“투자사 변신” 선언에도 주가 횡보
‘세기의 이혼’ 리스크 사실상 종식
‘자사주 소각’ 상법개정 대응 ‘관심’

“마침내 버핏처럼” SK, 리스크 털고 밸류업2.0 기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투자전문회사’로의 변신에도 불구하고 SK㈜ 주가는 장기간 횡보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최근 상법 개정 이슈와 맞물려, 장기간 보유해온 대규모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는 지난 2017년 ‘투자형 지주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데 이어, 2021년 ‘투자전문회사’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전통적 지주사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 사업군 유망 기업에 적극 투자해 수익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다.

다양한 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기업 가치를 키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유사한 모델이다. 시장에서는 “SK㈜가 선진적 지주사 모델을 제시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K㈜ 주가는 2017년부터 약 9년간 3~4% 상승하는데 그쳤다.

실제 투자 활동은 활발했다. SK㈜에 따르면, 회사는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2건 투자사 상장 또는 매각을 통해 4조 1,000억원 차익을 거뒀다.

다만 엑시트 방식과 시점에 대한 아쉬움은 크다. 2023년부터 계열사의 재무 위기 해소를 위해 ‘리밸런싱(사업 조정)’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SK㈜ 최대 현금 창출원인 E&S를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하고,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약속한 SK온 상장 의무를 없애기 위한 유상증자에 4,000억원을 출자했다.

SK㈜가 발굴한 대표적 반도체 소재사인 SK머티리얼즈 계열사들은 SK에코플랜트로 이관했다. 재무 리스크가 그룹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부진한 자회사에 핵심 자원을 분배하는 모습이 됐다.

그럼에도 SK그룹 리밸런싱 작업은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이제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SK㈜는 지주사 중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지만, 주가 상승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방안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존 3%에서 8~10%로 개선해 매년 시가총액의 1~2%를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추가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가장 쉬운 밸류업 방법은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고 지적했다.

주가를 들어올린 것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불거진 상법 개정 기대감이었다. 회사 주가는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70% 넘게 급등했다. 이런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핵심인 3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SK㈜ 자사주 비중은 24.8%다.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17.9%)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25.5%와 맞먹는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난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셈이다.

2003년 SK는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경영권을 위협하자,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자사주를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이후 2015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SK C&C(현 SK AX)와 합병해 자사주 비중을 확대, 최태원 회장의 안정적 지배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 방침을 감안하면 과거처럼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 ‘높은 자사주 비중(27.5%)’을 지적하자, 롯데지주 고정욱 사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각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내 비금융권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롯데지주 다음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은 SK 측도 소각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SK㈜가 현재 보유한 모든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당장 SK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긴다. 발행주식 수가 줄어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율은 25.5%에서 33.8%로 높아진다.

다만 자사주 간접효과도 사라져 실질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이 과반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연금(소각 시 10.3%)과 소액주주들 권리·이익을 우선하는 주주친화 정책이 필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친화 정책이 반드시 오너 일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 소버린이 SK를 공격하게 된 근본 원인이 SK글로벌 분식회계였던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며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던 만큼, 주주경영이 그룹 전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SK그룹 지배구조를 위협할 수 있던 오너 리스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혼 소송 상고심 파기환송으로 재산분할 금액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향후 SK㈜는 투자전문회사로서 AI(인공지능) 유망기업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SK는 2026년까지 AI·반도체 분야에 8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과 만난 최태원 회장은 “요즘 AI 말곤 이야기 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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