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영업 선순환 구조가 지속될 경우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 실현도 가능하다는 게 이들 캐피탈사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하반기 좀비기업 퇴출 등 기업구조조정 작업이 예고되어 있고, 이로 인한 대손충당금 증가가 불가피해져 향후 최대 순이익 달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 매각 공시 앞둔 산은캐피탈 또 다시 최대 성과 기록하나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 폐지 등으로 캐피탈 시장 환경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KDB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 IBK캐피탈, KB캐피탈, 하나캐피탈 등 주요 은행계열 캐피탈사들의 실적이 두드러지게 좋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산은캐피탈은 바이오 등 벤처기업 투자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올 3분기(누적기준)까지 93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시장 한 관계자는 “일부 바이오업체에 투자한 것이 ‘잭팟’을 터뜨리는 등 벤처기업 투자가 제법 쏠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뒤 “앞으로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으면 지난해 이어 또 다시 1000억 원대의 순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조만간 회사의 매각 공고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올해 경영실적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캐피탈사와 함께 국내 캐피탈 마켓에서 홀세일(wholesale) 시장을 주도하는 IBK캐피탈과 신한캐피탈도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올리면서 9월말까지 각각 440억 원과 413억 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이들 두 회사는 KDB산은캐피탈처럼 IB투자 쪽에서 전체 수익의 50% 이상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자동차금융과 신용대출 등 소매금융 시장에서 탄탄한 영업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KB캐피탈과 하나캐피탈, JB우리캐피탈 등 캐피탈 3사도 올해 자본 확충과 영업자산 증가 그리고 대손비용 경감 등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들 3사 가운데 중고차 그리고 개인 신용대출 부문에서 비교 우위를 자랑하는 KB캐피탈은 부실채권 매각과 대손충당금 환입 그리고 소매금융 자산 증가 등으로 3분기까지 52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44억 원) 보다 무려 115.1%(281억 원) 급증한 것으로, 주요 은행계열 캐피탈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그래프 참조>
이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금융 등 영업 금융자산이 늘어나면서 수익 규모가 껑충 뛰게 된 것”이라고 자랑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 하나캐피탈도 신종자본증권 및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자동차금융 쪽의 매출액도 크게 성장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캐피탈시장 한 관계자는 “하나캐피탈이 수입차 비전속(Non-Captive)마켓에서 상위권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는데다, 올해 중고차와 국산차 취급 물량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난 9월말까지 500억 원이 좀 넘는 순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510억 원을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JB금융지주 자회사인 JB우리캐피탈 역시 복합할부금융 상품 폐지에 따른 여파로 현대·기아차 신차 할부 취급액이 떨어졌지만, 수입차, 중고차, NPL매입자금 대출, 신용대출 등에서 취급실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 구조도 좋아졌다.
JB우리캐피탈 관계자는 “중고차나 렌터카 등 고수익 자산 부문의 영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수수료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말한 뒤 “자산건전성 지표 개선에 따른 충당금 적립부담까지 경감되면서 3분기까지 511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 상향도 순이익 증가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말까지만 해도 자금 조달 금리가 6.39%나 됐지만 신용등급 상승으로 2013년 말 3.87%, 지난해 3.56%에 이어 올 6월 말엔 3.2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우리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에서 AA-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 부담이 종전에 좋아지면서 순이익 증가로 연결됐다는 것.
◇ 사상 최대 실적 실현 기대 속에 부실기업 구조조정 변수 ‘어쩌나’
이처럼 지난 3분기까지 순익이 큰 폭으로 좋아지면서 이들 캐피탈사들 내부에선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실현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KDB산은캐피탈과 IBK캐피탈 등 2개사는 올해 바이오 열풍 때문에 벤처 투자 부문에서 사상 최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101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한 KDB산은캐피탈은 올해 리스, 할부금융 등 정통 고유 영역인 금융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했지만 IB투자 부문에서 예상을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 1년 만에 또 다시 순이익 대박 행진을 기대하게 한다.
이 회사는 모(母) 행인 KDB산업은행과의 연계해 벤처기업 육성과 투자 지원 등 국가 소유 정책 금융회사로서 사회적 역할과 수익률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올해 나란히 새 CEO를 맞은 KB캐피탈과 하나캐피탈도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자동차금융과 신용대출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올해 600~700억 원대의 순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 캐피탈마켓 한 관계자는 “이 두 회사는 대주주의 높은 신인도를 바탕으로 올해 자본 확충에다 영업 자산까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사상 최대 순이익 달성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JB우리캐피탈 역시 개인 신용대출, 주식매입자금 대출 등 비(非) 오토금융 쪽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대주주 변경 이후 최대 실적(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은행계열 캐피탈사들이 선순환 구조로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좀비기업 퇴출 등 기업구조조정 정리가 남아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올해 안에 신용 위험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경우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부담이 늘어가 수익증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금융당국은 캐피탈업계에 최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대출자산을 분류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대출자산을 분류하면 고정이나 회수의문, 추정 손실 등 부실 대출 비중이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늘어나는만큼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