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반해 니산과 인피니티 차량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관련 전속 금융자회사는 3년 연속 실적 부진에 빠져 대조를 이뤘다.
◇ 수입차 판매 인기 뒤에 독일차가 있다
현대· 기아차가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수입차의 판매는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69.3%로 1998년 이들이 합친 이후 처음으로 70%선이 무너졌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신규 등록기준)은 19만6359대로 1년 사이에 무려 25.5%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연간 수입차 판매량은 정부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2009년 한 해만 빼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은 연평균 증가율이 24.8%에 달할 정도다. 이에 따라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6.9%에서 지난해 13.9%로 급상승했다.
브랜드별 판매 대수는 BMW가 4만174대(21.5% 증가)로 가장 많았다. 수입차 단일 브랜드로 연간 판매량 4만대를 넘어선 것은 BMW가 처음이다. BMW는 2009년부터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3년 3위였던 메르세데스-벤츠가 S클래스, C클래스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42.1% 늘어난 3만5213대를 판매하며 2위에 올랐다. 이어 같은 그룹 소속인 폭스바겐(3만719대)과 아우디(2만7647대)가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 2568대, 벤틀리 322대를 합하면 6만1256대다. 2010년(1만8865대) 이후 5년 만에 3배 규모가 됐다. 국산차 5위인 쌍용차와는 불과 7780대 차이다.
이처럼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 차, 그 중에서도 독일 차 브랜드가 독점하면서 성장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스트셀링카 10대 가운데 9대가 독일 브랜드 차량”이라고 말했다.
◇ 독일 차 전속 파이낸셜사도 거침없는 질주
독일 차 판매가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들 전속 파이낸셜(리스·할부금융사)3사도 실적이 덩달아 껑충 뛰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MW(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MBFSK),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독일 차 전속 파이낸셜 3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716억원으로 1년 전(573억원) 보다 143억원(24.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프 참조〉
이 가운데 BMW 홀딩 B.V.(네덜란드 소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47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 3년간 순이익 증가율은 매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 같은 추세가 올해에도 계속된다면 6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게 캐피탈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총자산 규모가 2조4073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단편적으로 국내 대표적 자동차 전속 금융자회사인 현대캐피탈과 비교해 보면 한층 수월하다. 덩치는 현대캐피탈의 10의 1 수준이지만 순이익은 20%다. 참고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22조5387억원인 현대캐피탈의 순이익은 2377억원이었다.
이와 관련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급 BMW 차의 인기가 높아 리스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자랑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리스실행을 통해 매년 4500~5000억원 규모의 영업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자산건전성 지표의 기본척도로 사용되는 무수익여신잔액 비율과 연체율이 각각0.56%와 0.95%로 매우 좋다.<표 참조>
국내 상위 캐피탈사들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보통 3% 안팎이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3분기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전년(184억원) 보다 100억원 가까이 줄었지만 영업수익(매출액)은 4050억원으로 늘었다. 총자산은 2008년 6521억원에서 1조719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 채권비율과 연체율 또한 각각 0.12%와 1.57%로 비교적 좋다.
독일차 전속 파이낸셜 3사 가운데 자산 성장속도가 가장 좋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역시 지난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156억원으로 1년 전보다 74억원(90.2%)급증했다. 지금과 같은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2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정이하 채권비율과 연체율도 각각 0.31%와 0.51%로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독일 3사 차량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속 파이낸셜사 실적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으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 수입차 전속 리스사들 덩치 커지자 국내서 직접 조달
이처럼 독일차 전속 파이낸셜 3사의 실적이 매년 고속 성장을 하면서 국내에서 채권을 직접 발생하는 등 조달 창구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우선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오늘(13일) 국내 공모채 시장에서 3번째로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한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올 들어 지난 2월과 3월, 2차례(500억원, 800억원)에 걸쳐 공모채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으며, 비엠더블유(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또한 지난해 10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캐피탈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업 자금 대부분을 모기업(자동차 제조회사)에 의존해왔다”면서 “근데 절차가 까다로운 회사채로 조달 전략을 선회한 데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 확대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3년간 독일차 판매가 급상승하면서 전속 파이낸셜사도 몸집이 커졌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조달 수단 다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세금 문제 역시 이들의 차입 구조 다변화를 재촉했다.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그간 ‘과소자본세제’로 인해 본사로부터 과다한 차입금이나 지급 보증을 받게 될 경우 이자를 배당으로 간주, 높은 세금을 물어왔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조달창구 다변화를 통해 운영자금이 풍부해지면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가능했고 이는 모회사 차량 판매량 증가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RCI파이낸셜 등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들은 자산 감소세
반면 알씨아이(RCI)파이낸셜사 등 일부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들은 이들 독일차 전속 금융자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닛산과 인피니티를 판매하는 한국닛산은 모기업인 르노그룹 산하의 RCI은행 계열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통해 할부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최근 3년째 영업실적이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알씨아이파이낸셜사는 르노삼성, 닛산, 인피니티의 할부 판매량 80% 상당을 취급하고 있으며, 이는 현금 등 기타 결제수단을 포함한 전체 판매대수의 50~60%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최근 3년간 닛산과 인피니티 차량 구매고객들이 줄어들면서 관계사인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실적이 아래로 곤두박 칠 쳤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년 전 보다 30억원 감소했고, 역업수익(매출액)도 513억원 줄었다.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들도 악화됐다. 1개월 이상 연체율은 3.17%로 수입차 전속 파이낸셜사론 비교적 나쁜 편이다.
〈 수입차 전속 파이낸셜사들 주요 재무현황 추이 〉
(단위 : 억원, %)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