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주 KB국민은행장 / 사진제공 = KB국민은행
상반기에는 낮은 단기금리를 활용해 변동금리채와 할인채를 늘려 금리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7월 이후에는 2~3년 고정금리채를 통해 조달비용의 변동성 축소에 무게를 둔 것이다.
발행 규모 확대보다 만기도래 물량의 차환과 금리·만기 위험 분산에 초점을 맞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전략이다.
예수금이 대출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원화채권 잔액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에 따른 수신 부족을 은행채로 메운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발행액 3.6% 늘 때 건수 13.5%↑…차환 시점 세분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국민은행은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42차례에 걸쳐 총 7조 7700억원의 공모 원화 선순위 은행채를 발행했다.지난해 같은 기간 37건, 7조 5000억원과 비교하면 발행액은 2700억원, 3.6% 증가했다. 반면 발행 건수는 5건, 13.5% 늘면서 건당 평균 발행액은 2027억원에서 1850억원으로 8.7% 감소했다.
전체 조달 수요가 급증했다기보다 만기도래 일정과 시장금리 변화에 맞춰 발행 횟수를 늘리고 회차별 금액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경우 특정 시점의 금리와 수요에 조달비용이 좌우되지만, 발행을 여러 차례로 나누면 금리 고점과 차환 시점을 분산할 수 있다.
액면금액과 할인발행 등을 반영한 실제 조달액도 지난해 7조 4289억원에서 올해 7조 7045억원으로 2756억원, 3.7% 증가했다. 액면금액과 실제 유입액 모두 증가율이 4%에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올해 전략의 핵심은 조달 총량보다 발행 구조 변화에 있다.
발행 시기는 상반기로 앞당겨졌다. 올해 상반기 발행액은 5조 3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1400억원보다 29.2% 증가했다. 반면 7월부터 9월 10일까지는 3조 3600억원에서 2조 4200억원으로 28.0%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7월 1조 2700억원, 8월 1조 9400억원 등 하반기 초반에 발행이 몰렸지만 올해는 2월 1조 1300억원, 4월 1조 1700억원, 6월 1조 3600억원을 발행했다.
상반기 발행을 늘린 유력한 원인으로는 만기도래 물량 증가가 꼽힌다.
2025년 말 원화채권 잔액에 올해 상반기 공모채 발행액을 더한 뒤 6월 말 잔액을 차감하면 약 7조 5500억원의 상환·감소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 추정치 6조 2400억원보다 1조 3100억원 많다.
예수금 15.8조원 늘 때 채권 잔액 2.2조원 감소
국민은행의 발행 증가를 자본시장 활성화에 따른 '머니무브'나 수신 부족의 결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국민은행의 원화예수금은 2025년 말 395조5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11조3000억원으로 15조8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화대출금은 377조5000억원에서 385조1000억원으로 7조6000억원 늘었다. 예수금 증가액이 대출 증가액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원화채권 잔액은 22조9000억원에서 20조7000억원으로 2조2000억원 감소했다. 공모채 발행을 늘렸는데도 잔액이 줄었다는 것은 신규 발행보다 만기도래와 상환 규모가 더 컸다는 의미다.
머니무브의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저축성예금은 4조9000억원 감소한 반면 요구불예금은 15조5000억원, CD·RP 등 시장성 수신은 5조2000억원 증가했다.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수신의 구성과 조달가격에는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 예수금 부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은행이 은행채를 늘린 주된 원인을 ‘예금 부족 보완’보다 ‘만기도래 대응과 조달구조 재편’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지난해 2분기 105.91%에서 올해 2분기 104.80%로 1.11%포인트 낮아졌지만 규제 기준인 100%를 상회했다.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같은 기간 113.83%에서 114.18%로 0.35%포인트 상승했다.
단기 유동성 여유는 다소 줄었지만 안정적인 중장기 자금조달 구조는 유지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행이 하반기 2~3년 고정채를 늘린 것은 LCR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급 조달이라기보다 장래 차환 일정과 금리비용의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아직 금리 안 올랐지만 인상 경계…변동채 4200억→2.6조원
발행 구조에서 가장 큰 변화는 변동금리채다. 국민은행의 변동채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4200억원에서 올해 2조 6000억원으로 무려 519.0% 증가했다. 전체 공모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6%에서 33.5%로 27.9%포인트 상승했다.변동채를 확대한 이유는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기 전 상대적으로 낮았던 단기금리로 당장의 조달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높은 장기 고정금리를 미리 확정하지 않으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미국과 국내 기준금리는 실제로 오르지 않았지만 통화정책의 방향은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6월까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으나 6월 점도표상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월 3.4%에서 3.8%로 높였다. 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도 9명으로 늘었다.
한국은행도 5월까지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했지만 금리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이 2명 등장했다. 물가와 환율, 미국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 금리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지만 향후 상승 가능성은 커진 구간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기 고정채를 발행하면 금리 인상 위험과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이미 반영된 높은 비용을 수년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5개월~1년 만기의 변동채로 금리 확정 시점을 미루고 조달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한 방향성 베팅과는 다르다. 장기 고정금리에 포함된 기간 프리미엄을 당장 부담하지 않는 대신, 향후 기준금리와 CD·KOFR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가능성을 받아들인 선택이다.
변동채 확대도 상반기에 집중됐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 1600억원의 변동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상반기 4200억원보다 1조 7400억원, 414.3% 증가한 규모다. 올해 전체 변동채 발행액의 83.1%가 상반기에 나왔다.
초기 조달금리는 2%대 후반이었다. 3월 5일 발행한 1년물 1700억원은 ‘CD금리+19bp’로 최초 적용금리가 2.87%였고, 3월 13일 발행한 1년물 1400억원은 ‘CD금리+20bp’, 2.90%였다.
4월에 발행한 CD 연동 1년물의 최초 금리는 2.89~2.92%, 5월 발행분은 2.90~2.91%였다. 6월 들어서는 만기를 더 짧게 가져갔다. 6월 9일 발행한 5개월물 4000억원은 최초 금리가 2.94%였고, 16일과 22일 발행한 6개월물은 각각 2.98%와 2.99%였다.
KOFR 연동채도 활용했다. 5월 7일 1년물 1100억원을 ‘KOFR+35bp’, 최초 2.871%에 발행했고 6월 11일에는 1년물 1500억원을 ‘KOFR+39bp’, 2.909%로 조달했다.
같은 시기 고정금리 조달비용은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국민은행의 고정금리채 월별 발행수익률은 1월 평균 2.93%, 2월 2.94%에서 4월 3.29%, 5월 3.54%, 6월 3.44%로 상승했다.
즉 국민은행은 2분기에 변동채를 늘린 결과 최초 금리를 고정채보다 낮은 2%대 후반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향후 기준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도 함께 상승하는 금리 재설정 위험을 안게 됐다.
할인채 3배↑·고정 이표채 72%↓…만기도 함께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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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정금리부 이표채 발행액은 2조 9800억원에서 8500억원으로 2조 1300억원, 71.5% 감소했다.
할인채를 늘린 이유 역시 조달 만기를 짧게 가져가면서 장기간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를 피하려는 목적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할인채는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한 뒤 만기에 액면가로 상환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와 현금흐름 구조가 다르다.
올해 9개월 이하 채권 발행액은 1조 5800억원으로 지난해 7700억원보다 8100억원, 105.2% 증가했다. 단기 만기가 늘어난 것은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장기 조달을 미루고 차환 선택권을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장기 고금리 부담은 줄었지만, 재조달 위험은 커졌다. 단기채는 높은 장기 고정금리를 피할 수 있지만 만기가 빨리 돌아오기 때문에 차환 시점의 금리와 시장 유동성에 따라 비용이 급변할 수 있다.
특히 올해 6월까지 변동채 2조 1600억원과 할인채 2조 3400억원을 합한 단기·금리민감 조달액은 4조 5000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전체 공모채 발행액의 84.1%다.
실제 금리 오르자 2~3년 고정채…4%대 비용 ‘잠금’
한국은행이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7월 이후에는 발행 전략이 단기·변동에서 중기·고정으로 바뀌었다.올해 7월부터 9월 10일까지 국민은행이 발행한 공모채는 총 2조 42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고정금리부 이표채는 1조 8800억원으로 77.7%를 차지했다. 변동금리채는 4400억원, 할인채는 1000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15.9%였던 고정금리부 이표채 비중은 7월 이후 77.7%로 61.8%포인트 상승했다. 반대로 변동채 비중은 40.4%에서 18.2%, 할인채 비중은 43.7%에서 4.1%로 하락했다.
고정채를 늘린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 위험을 제한하고, 상반기에 늘어난 단기·변동 조달의 금리 민감도와 차환 부담을 일부 상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 27일 3.00%로 추가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첫 인상 직전인 7월 14일과 15일 각각 3200억원 규모의 2년물을 4.00%와 4.02%에 발행했다.
7월 24일에는 27개월물 2600억원을 4.04%에 조달했다. 8월 6일에는 2년물 3500억원을 3.86%에 발행했고, 8월 26일과 27일에는 3년물 1400억원과 3000억원을 각각 4.19%, 4.15%에 발행했다. 9월 2일에도 3년물 1100억원을 4.20%로 조달했다.
발행금리는 높아졌다. 고정금리 이표채의 월별 발행금리는 7월 평균 3.99%, 8월 4.03%, 9월 4.14%였다. 상반기보다 높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고정채를 늘렸다는 것은 절대금리 절감보다 향후 비용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의미다.
변동채에서도 금리 상승의 결과가 확인된다. 3~6월 발행한 CD 연동채의 최초 적용금리는 2.87~2.99%였지만 7월 발행분은 3.11~3.12%, 9월 7일 발행분은 3.46%로 높아졌다.
CD 연동 가산금리도 지난해 발행액 가중평균 약 7.2bp에서 올해 23.5bp로 확대됐다. 9월 7일 발행한 1년물 1400억원에는 ‘CD금리+40bp’가 적용됐다. 국민은행의 신용등급 변화보다 금리 변동성과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프리미엄, 은행채 공급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상반기 변동채는 고정채보다 낮은 최초 금리를 확보하는 효과를 냈지만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는 조달비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중기 고정채 확대는 이 같은 변동금리 위험이 전체 조달비용으로 확산되는 것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단기·변동과 중기·고정 양 축…만기 1.00년→1.28년
발행 만기 변화에서도 국민은행의 ALM 전략이 확인된다. 지난해에는 1년 안팎 채권이 5조 1800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69.1%를 차지했고, 1년 6개월 안팎 채권은 1조 4800억원으로 19.7%였다.올해 1년 안팎 채권은 3조 4600억원으로 1조 7200억원 감소했다. 전체 발행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5%로 24.6%포인트 낮아졌다.
대신 만기 양쪽이 동시에 늘었다. 9개월 이하 단기채는 7700억원에서 1조 58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사실상 없었던 2년 안팎 채권 1조 2700억원과 3년 안팎 채권 8100억원이 새로운 조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단기채를 늘린 것은 금리 방향이 확정되기 전 조달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 2~3년물을 늘린 것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추가적인 비용 상승과 차환 집중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초장기 구조화채를 제외한 발행액 가중평균 만기는 지난해 약 1.00년에서 올해 1.28년으로 늘었다. 단기채 비중이 커졌음에도 하반기 2~3년물 발행이 본격화하면서 전체 평균 만기를 끌어올렸다.
국민은행의 발행 구조는 연중 전체로 보면 단기·변동채와 중기·고정채를 양축으로 배치한 바벨형에 가깝다. 다만 두 축을 동시에 확대한 것이 아니라 상반기 단기·변동에서 하반기 중기·고정으로 순차 전환했다는 점에서 금리 국면에 대응한 ‘시차형 바벨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어느 한 방향에 조달비용을 전부 노출하기보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단기와 중기 만기를 나눠 금리 경로에 따른 손익 변동을 줄인 것이다.
수신 부족 때문에 은행채를 늘린 것이 아니라, 늘어난 만기도래 물량을 차환하는 과정에서 금리 국면에 따라 조달수단을 교체했다. 국민은행의 은행채 전략에서 읽히는 핵심은 조달 총량 확대가 아니라 금리·만기 위험을 분산한 ALM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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