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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금융기본권으로 생산적·포용금융 선순환 이룰 것”

김성훈 기자

voice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8 00:00 최종수정 : 2026-08-19 09:14

금융기본권 연구·법제화 주도···‘K-민생금융’ 국제화 추진
위기 예방→회복→자립 통합 솔루션 구축, AI로 편의성↑

△ 1965년생 / 한국외대 대학원 법학 석사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법학박사 /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 위원 /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기획위원 /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現)

△ 1965년생 / 한국외대 대학원 법학 석사 / 독일 만하임대 대학원 법학박사 /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 위원 /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 /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기획위원 /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現)

[한국금융신문 김성훈 기자] “금융은 수익률이나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와 가족, 삶의 존엄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강조해온 ‘사람 살리는 금융’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단순히 필요한 돈을 공급하는 데서 끝나는 금융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국민이 불법사금융이나 장기연체의 늪으로 더 깊이 추락하지 않도록 붙잡고 다시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금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금융기본권’이라는 개념으로 정립하고 있다. 금융은 국가가 일부 취약계층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과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누려야 할 기초 인프라이자 권리라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가 포용금융을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개혁 과제로 끌어올렸다면, 김 원장은 이를 권리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실제 정책수단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기본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서 나아가 상담과 채무조정, 정책서민금융, 보험, 저축, 민간금융 복귀를 하나의 회복 경로로 연결하고 있다. 정책 효과를 데이터와 화폐가치로 측정해 객관성을 높이고, 법제화와 국제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김 원장은 “사회가 급변하거나 특정 시스템 때문에 소외되는 계층이 생겼을 때 국가가 ‘스스로 해결하라’고만 할 수는 없다”며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벌어졌다면 그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법과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금융은 생존 필수재”···시혜 넘어 국민의 권리로

그동안 포용금융은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정책자금을 공급하거나, 이미 연체가 발생한 취약차주의 채무를 조정하는 사후지원에 무게가 실렸다. 지원 대상과 상품도 개별 정책과 예산에 따라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취약계층이 위기에 빠지기 전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기에 지원 대상의 금융 문제는 이미 심각한 상태였고, 금융사의 건전성 부담도 점점 커졌다.

이 같은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바로 금융기본권이다.

금융기본권은 ▲금융에 정당하게 접근할 '접근권' ▲최소한의 금융생활을 보장받을 '생존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기권' ▲안정적 미래를 준비할 '자산형성권'의 5대 권리로 구성된다.

기초상담·채무상담→기초보험→기초대출→기초저축으로 이어지는 '4대 기초금융'을 바탕으로 5대 권리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원장은 금융을 전기·도로와 같은 기초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 계좌를 만들고, 임금과 복지급여를 받고, 공과금을 내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일상과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모든 국민을 위한 금융기관이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금융회사가 설정한 일정한 기준을 넘어야 한다”며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한 큰 그림이 금융기본권”이라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단순한 금리 격차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접근성이 낮은 사람은 더 비싼 금리를 감수하거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소득 단절이나 질병 같은 작은 충격에도 장기연체와 사회적 고립으로 추락할 수 있다.

현재 금융기본권 관련 논의는 김 원장이 발족을 이끈 '금융기본권 연구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단은 ▲금융기본권연구분과 ▲데이터분석분과 ▲정책기획분과 ▲대외협력분과 등으로 구성되며, 유관 기관과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이론적·법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비교·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기본권을 구현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을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취약차주의 연체와 불법사금융 피해를 예방하고, 채무자를 다시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복귀시키는 일이 국가와 사회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지 수치로 입증해 유인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서금원과 신복위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숫자로 보여주고 싶다”며 “정책의 사회적 편익이 객관적으로 계산되면 금융기본권의 필요성과 지속가능성을 설명할 근거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본권을 한국에만 머무르는 개념으로 두지 않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금융기본권과 한국형 복합지원체계를 국제 학계와 해외 유관기관에 소개하고,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조정 경험을 ‘K-민생금융’ 모델로 정립할 계획이다.

그는 “금융기본권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개념”이라며 “우리의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조정, 금융·고용·복지 복합지원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AI 전환의 그늘까지···사후구제에서 위기 예방으로

김 원장이 금융기본권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 혁신과 산업 재편으로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소득 단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 김포에서 만난 한 상담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3세 자녀를 혼자 양육하던 경력단절 여성으로, 출판 외주업계에서 일했지만 기술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소득이 사실상 끊겼다.

개인의 금융관리 실패나 근로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였다. 신복위는 채무조정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고용·복지 서비스를 연계했다.

김 원장은 “기술 혁신과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 감소는 서민·취약계층에게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력감을 안겨준다”며 “이들이 사회적 고립에 빠지지 않도록 신복위와 서금원이 촘촘한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도 단순히 기관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김 원장은 생업에 바쁘고 금융지식이 부족한 서민에게 필요한 복지제도를 찾아주고, 적합한 금융솔루션을 제안하는 ‘24시간 금융·복지 비서’로 AI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공공마이데이터와 통신정보 등 비금융·행동데이터를 결합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숨은 신용을 찾고, 스마트 상담환경을 구축해 지원의 정확성과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빚 때문에 삶 포기하지 않도록···신복위, 위기 대응 ‘첫 관문’

금융기본권의 필요성은 경제적 위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서도 확인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경제문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자살 사망자는 2015년 3089명에서 2024년 4398명으로 42.4% 증가했다. 전체 자살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3.0%에서 29.6%로 6.6%p 높아졌다.

채무자 구제제도와 사회안전망이 마련돼 있어도 지원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정부와 관계기관이 위기 징후를 제때 발견하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제적 위기자 자살예방대책’을 발표하고 신복위를 전국민 채무상담 종합창구로 지정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빚으로 지친 일상(13)을 치료(75)한다’는 의미를 담은 수신자 부담 채무상담 대표번호 1375도 운영한다.

2002년 설립된 신복위는 지난 24년간 약 252만명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앞으로는 연체 기간과 상환능력에 맞는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개인회생·파산, 불법사금융 피해구제, 고용·복지 지원까지 연결하는 경제적 위기 대응의 첫 관문 역할을 맡는다.

김 원장은 신복위를 단순히 빚을 조정하는 기관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경제적 위기에 처한 국민을 가장 먼저 만나 원인을 진단하고, 필요한 제도를 찾아주는 종합지원창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채무자는 자신에게 정책자금이 필요한지, 상환기간 연장이나 이자·원금 감면이 필요한지, 법원의 개인회생·파산절차를 이용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실직·질병·돌봄 부담이 함께 발생했다면 채무조정만으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김 원장은 이를 열이 난 환자가 자신의 질병이 내과 영역인지 외과 영역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비유했다. 금융기관이 각자 제공할 수 있는 상품부터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상담을 통해 고객의 문제부터 진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채무조정이 먼저 필요한 사람도 있다”며 “채무 문제를 정리한 뒤 가족과 사회 안에서 다시 생활할 수 있도록 보험과 자금지원, 저축까지 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무조정→정책금융→저축···‘회복의 전 과정’ 연결

김 원장이 그리고 있는 금융기본권의 실행모델은 위기 예방부터 회복과 자립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경로다.

신복위가 종합상담과 채무조정을 통해 당장의 위기를 진단하고 부채 부담을 조정하면, 서금원은 정책서민금융과 신용보증, 금융교육, 재무상담을 통해 경제활동 복귀를 돕는다.

질병·사고 등으로 소득이 다시 단절돼 연체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험을 연결하고, 상환 능력과 금융 습관이 회복되면 저축과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 최종 목적지는 정책금융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민간금융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는 정책서민금융의 성과를 공급액과 이용자 수만으로 평가해온 기존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앞으로는 지원받은 사람이 연체에서 벗어났는지, 신용을 회복했는지, 다시 일하고 저축할 수 있게 됐는지, 더 낮은 금리의 금융상품으로 이동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도 별개의 정책이 아니다.

기업과 혁신산업에 자금을 공급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생산적 금융이라면, 과중한 채무로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국민을 다시 노동과 소비, 창업의 주체로 복귀시키는 것도 우리 경제의 생산 기반을 회복하는 일이다.

김 원장은 “기업과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만큼 국민의 재기를 지원하는 일도 경제의 활력과 성장 기반을 되살리는 일”이라며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한 국민이 다시 일하고 소비하며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금원의 종합플랫폼 ‘서민금융 잇다’도 이 같은 구상을 뒷받침한다.

출시 2주년을 맞은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이용자는 1331만명, 금융·복합지원 서비스 제공 실적은 529만건에 달했다. 현재 67개 금융회사의 정책서민금융과 일반 신용대출 109개를 비교해 고객에게 유리한 순서로 안내하고, 과거 대면 중심이었던 고용·복지 지원도 비대면으로 연결한다.

서금원은 오는 9~10월 대출비교 조회 단계를 간소화하고, 핀테크사와의 협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민간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경제적 위기 극복 지원사업을 ‘서민금융 잇다’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안내체계도 구축한다.

크레딧 빌드업, 촘촘하게 재설계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 “금융기본권으로 생산적·포용금융 선순환 이룰 것”이미지 확대보기
금융기본권의 완성은 위기에 처한 국민을 구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채무를 조정하고 정책금융을 지원받은 사람이 신용을 회복해 더 나은 조건의 민간금융으로 이동해야 비로소 회복의 경로가 완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김 원장이 특히 공을 들이는 정책 중 하나는 ‘크레딧 빌드업’이다.

크레딧 빌드업은 정책서민금융 이용자가 성실상환을 통해 신용을 축적한 뒤 중금리 금융을 거쳐 은행권으로 이동하도록 지원하는 체계다.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신용의 회복과 이동을 정책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기존 크레딧 빌드업의 경우 제도와 상품은 있어도 실제로 성실상환자가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은 계단을 오를 수 있는 힘도 상대적으로 약한데 한 계단과 다음 계단 사이의 높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 김 원장의 표현이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과 미소금융, 정책서민금융과 은행 신용대출이 각각 존재하지만, 상품 사이의 금리와 심사기준 차이가 커 저소득·저신용자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현재 불법사금융예방대출과 미소금융 사이, 정책서민금융과 은행권 사이에 제2금융권·인터넷은행 등의 중금리대출을 배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지역과 고객 특성에 맞는 중금리상품을 공급하면 정책금융과 민간금융 사이의 단절을 줄일 수 있다.

서금원은 ‘서민금융 잇다’에 징검다리론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자격 확인부터 대출 신청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지난 4월에는 은행의 취급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징검다리론 대출금을 서금원 출연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김 원장은 크레딧 빌드업의 핵심을 ‘현재의 신용점수’가 아니라 ‘신용을 회복해온 과정’을 평가하는 데서 찾는다.

한때 소득이 줄고 연체가 발생했더라도 어려운 상황에서 채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상환했는지, 소득과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공과금 납부와 저축을 지속하고 있는지 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교육과 재무상담 참여 정보도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활용할 수 있다. 상환을 계속할수록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높이는 등 차주가 체감할 수 있는 보상체계도 필요하다.

이는 장기연체자 감면에 무게가 쏠린 포용금융 정책이 성실상환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한 해법이기도 하다. 채무감면 대상뿐만 아니라 빚을 갚으며 신용을 회복한 사람에게도 더 나은 금융조건으로 보상하면 포용금융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발로 뛴 김은경···은행권 포용금융 ‘본업화’ 이끌어

금융 사다리를 완성하려면 서금원과 신복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책서민금융 이후의 중간 단계와 최종 단계는 은행·카드·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취임 이후 직접 금융지주와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포용금융의 취지와 구체적인 참여 방안을 설명했다. 단순한 자금 출연이나 일회성 사회공헌을 요청하기보다 금융회사가 각자의 고객 기반과 지역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제안했다.

김 원장이 협상 과정에서 강조한 것은 포용금융을 금융회사에 일방적인 부담으로 떠넘겨서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책기관은 금융회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검증된 정보와 고객의 회복 경로를 제공하고,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성실상환자의 재기 가능성을 평가하고 중금리대출과 적금, 카드, 보험 등을 공급한다. 취약차주를 미래의 건전한 고객으로 육성하는 구조가 형성돼야 포용금융이 사회공헌을 넘어 본업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은 지역 밀착형 금융복합지원센터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영남권을 시작으로 호남권과 대전·충청권, 강원권 등에서 민간 금융회사와 공동 복합지원센터를 구축해 제도권 금융과 정책서민금융, 채무조정, 고용·복지 지원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 취약계층과 복합지원 이용자를 대상으로 금리 5~9%대, 한도 300만원 수준의 대출과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등 지역특화 금융상품도 준비되고 있다.

지역별 산업구조와 인구, 자영업 환경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상품보다 지역 금융회사가 현장에서 축적한 고객 이해와 심사 역량을 활용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김 원장의 역할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금융회사의 실행 사이에서 구체적인 참여 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법학자로서 금융기본권의 논리를 세우고, 금융소비자보호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제도를 설계하며, 기관장으로서 금융권의 동참을 끌어내는 협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금원·신복위 통합, "수요자 입장에서 고민"

김 원장이 구상하는 금융기본권 실행체계의 마지막 과제는 서금원과 신복위의 유기적 결합이다.

현재 서금원은 정책서민금융과 보증, 금융교육, 자산형성을 담당하고 신복위는 채무조정과 신용회복을 맡는다. 기능은 밀접하지만 조직과 인사·보수체계, 법적 성격이 서로 다르다.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는 채무조정과 정책금융, 고용·복지 지원이 동시에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기관과 업무가 분리돼 있으면 이용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접 판단해 여러 창구를 찾아가야 하고, 상담 정보와 사후관리도 단절될 수 있다.

김 원장이 장기적으로 두 기관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조직을 키우거나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급자 기준으로 나뉜 업무를 수요자의 회복 과정에 맞춰 다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물리적 결합을 서두르지는 않을 방침이다.

양 기관 직원들의 의사와 내부 공감대를 최대한 존중하고, 고용승계와 처우·복지를 보호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정책금융과 채무조정 분야에서 각각 축적한 전문성도 유지해야 한다.

기관별 직제와 법적 성격, 인사·보수체계의 차이를 해소하고 자금공급과 채무조정 기능이 한 기관에 놓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도 차단해야 한다. 특히 채무조정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통합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 원장은 “두 기관이 비슷해서 합치는 쉬운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한 번의 방문으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 구성원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서로 다른 제도와 처우의 문제를 충분히 살피면서 합의에 기반한 통합 여건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기본권은 아직 법률상 확립된 권리가 아니다. 정책의 사회적 편익도 충분히 검증돼야 하고, 민간 금융회사의 참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위험분담과 평가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 원장의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추상적인 권리 선언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먼저 발견하고, 채무를 조정하며,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질병과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연결한다.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에게는 더 나은 금리와 한도를 제공하고, 저축과 자산 형성을 거쳐 민간금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

김 원장이 금융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서금원과 신복위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것도 이 회복 경로를 끊김 없이 완성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김 원장이 금융기본권을 정책적 선언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실행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원년이다. 상담부터 자립까지 이어지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고 그 효과가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된다면, 금융기본권은 포용금융의 새로운 이름을 넘어 한국 금융의 구조를 바꾸는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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