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의 성과가 부족했으며,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마련에도 실패했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일부 사업부 외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고 매출도 줄고 있어 계속기업가치 대비 청산가치가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으로 MBK의 경영 방식을 지목한다. MBK는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한 거액의 차입매수(LBO)를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부동산 자산 활용과 매각 등을 통한 경영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폭증한 금융비용은 홈플러스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 장기 경쟁력과 투자 여력 확충 대비 단기 재무적 이익에 치중한 경영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광일 MBK 부회장
특히 김광일 부회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직을 역임하다, 2024년 1월부터는 공동대표로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섰다. MBK 인력이 홈플러스 고위 임원으로 파견된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재무 등 관리·지원 분야를 전담하고, 이를 통해 금융비용 등을 덜어낸 후 매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홈플러스는 당초 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을 짰으나 자금 조달 및 매각 협상에 잇따라 실패하며 결국 지난 3일 회생계획 폐지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직원은 물론 납품업체와 입점 소상공인, 국민연금과 전단채 투자자 등도 막대한 피해 가능성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 신뢰에도 금이 갔다. 금융감독원(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일 MBK에 대해 직무정지 등 중징계안의 원안 유지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에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LP)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조건을 바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김광일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했거나 현재에도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에서 여전히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광일 부회장은 지난해 대규모 해킹 사태로 비판을 받았던 롯데카드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역임하고 있었다는 점이 부각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MBK의 투자회사 경영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김 부회장은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네파의 경우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해 왔다.
여기에 지난 2025년 3월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인 고려아연 역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핵심광물 생산 허브로 평가받으며 오는 2029년까지 미국에서도 핵심광물 제련소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게르마늄·갈륨을 비롯한 첨단 소재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등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장기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구축되는 장치산업 성격의 소재산업 생산 인프라라는 특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 금융수익 회수가 목표인 사모펀드식 경영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업계와 학계, 시민사회 안팎에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할 경우, 사모펀드 특유의 재무 중심 경영 방식으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노동계와 재계 등을 중심으로 흘러나온다.
고려아연 노조는 최근 홈플러스 노조와의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MBK에 의한 고용 안정성 및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를 공유하고 있어서다. 또 정혜영 진보당 의원은 지난 1일 고려아연 노조와의 면담 자리에서 “MBK 등 투기 자본들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국회에 투기 자본 규제 법안도 발의해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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