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250조 어떻게 나왔나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 주주환원을 예고했다. 향후 3년간 FCF의 50%를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지난 2024년 수립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올해가 해당 정책이 적용될 마지막 해다.FCF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반드시 써야 할 돈을 빼고 남은 여윳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OCF)에서 유·무형 자산을 구매하는 데 쓴 비용(CAPEX)을 뺀 값으로 계산한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OCF가 85조32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52조6500억 원을 설비투자에 썼다. 이에 따른 FCF는 32조6700억 원이며, 주주환원 재원은 대략 16조3000억 원이다.
당해 삼성전자는 특별배당 1조3000억 원을 포함해 배당금 지급으로 11조1000억 원을 썼다. 자사주 취득의 경우 임직원 보상 목적을 제외하고 주주가치 제고(소각) 목적으로 취득한 금액이 6조5200억 원이다. 2024년 계획에 따라 2025년에 매입한 물량(1조2100억 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FCF의 50%(16조3000억 원)’와 엇비슷하게 나온다.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는 2026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는 390조 원대. 지난해 영업이익(43조7000억 원)의 9배 규모다. 영업이익 390조 원에 따른 OCF는 360조~37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해 CAPEX 투자는 60조~70조 원대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3월 삼성전자는 “2026년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11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R&D 투자가 지난해(37조7000억 원)보다 소폭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머지 70조 원가량이 CAPEX 규모로 추정된다.
이 같은 올해 OCF와 CAPEX 예상치를 적용하면 FCF는 약 300조 원, 그 50%인 주주환원 재원은 1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를 배당으로만 전액 환원한다고 하면 1주당 약 2만2000원으로, 2025년(주당 1668원)의 약 13배다. 지난 24일 종가 34만 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배당수익률은 6.5%로, 후속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 있다고 가정하면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
SK하이닉스 주주환원 정책도 삼성전자와 동일하다. 3년 FCF의 50%다. 지난해 시작해 내년까지 적용된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지난해엔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확보한 주주환원 재원은 11조6000억 원인데, 그중 18%인 2조1000억 원만 배당으로 지급됐다. 약속대로라면 나머지는 올해 또는 내년에 환원해야 한다. AI 슈퍼사이클 투자를 위한 대규모 현금 확보를 최우선 순위로 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곽노정닫기
곽노정기사 모아보기 SK하이닉스 사장은 “순현금 100조 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2026년에는 주주환원을 미루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영업이익만 지난해의 약 6배인 280조 원이 거론된다. CAPEX 규모가 40조 원 중후반대라고 가정하면, 확보할 수 있는 주주환원 재원은 약 100조 원에 달한다.
쏟아지는 현금, 환원이냐 투자냐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산 250조 원을 주주들에게 직접 환원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와 같은 AI 초호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또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는 호황기 때 벌어들인 돈을 CAPEX와 R&D에 재투자해 기술 차이를 벌리는 특성이 있다.
기록적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두 기업에 ‘주주환원이 꼭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만 있는 건 아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올해 CAPEX 규모를 2~3배 늘리면 약속된 주주환원 규모는 그만큼 줄어든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부와 광주·전남 일대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투자액은 각각 200조 원 이상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 김영건 연구원은 지난 9일 발간한 삼성전자 기업분석보고서에서 주주환원 시나리오 5가지를 제시했다. 그중 2개는 100조 원 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시나리오다. 인수금액은 직접적으로 CAPEX에 포함되지 않지만, 인수기업 자산을 장부상 CAPEX로 처리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사업지원실 산하에 M&A팀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SK하이닉스의 고민은 다소 깊어 보인다.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은 “SK하이닉스가 100조 원 주주환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SK하이닉스는 즉각 “구체적인 주주환원과 관련된 내용은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 공시를 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해명에는 의문이 남는다. 계획된 주주환원 정책과 올해 실적 전망치를 감안하면 100조 원이라는 숫자가 비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CAPEX 규모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매출에서 30% 중반 수준 CAPEX 투자 원칙을 지키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의 매출 전망치를 고려할 때, 110조 원에 육박하는 CAPEX 투자가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당장 올해 안에 신규 공장 건설에 100조 원 자금을 모두 집행하기엔 시간상으로 무리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1기 팹에 3년에 걸쳐 올해까지 31조 원을 투입했다.
회계적인 방법도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최대 46조 원 규모 미국 나스닥 상장(ADR)을 통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용인 1기 팹, 청주 P&T7, EUV 장비 취득 등 모두 시설자금에 쓰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은 단순히 현금 입금이 아닌 장기적 기업가치 증대라는 점을 주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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