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이후 증권가 리서치의 분석 방식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은 단순한 주가 역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AI 시대 핵심 부품인 HBM 경쟁력이 기업 가치 평가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증권사 리서치 역시 기존 메모리 업황 중심 분석에서 AI 산업 생태계 분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반도체 리포트의 관심도 특정 기업의 순위 경쟁보다 AI 메모리 산업 전체의 성장성과 밸류체인 분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반도체 보고서의 초점을 삼성전자 단일 기업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AI 서버, 첨단 패키징, 반도체 장비 등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실적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교' 형태의 보고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AI 메모리 공급망 전체를 분석하는 리포트가 크게 늘었다.
HBM 수요 확대가 메모리 업체뿐 아니라 패키징, 테스트, 기판, 장비업체 실적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밸류체인 전반으로 이동했다.
실제, 리서치센터들은 엔비디아 등 AI 서버 시장 확대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메모리 제조사는 물론 첨단 패키징, 테스트,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함께 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과거 반도체 업황을 D램 가격이나 메모리 사이클 중심으로 분석하던 방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시총보다 AI 경쟁력이 중요"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1위 자체보다 AI 경쟁력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고 평한다.예전에는 시가총액 1위 탈환 여부가 삼성전자 투자 포인트로 자주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보고서는 HBM 경쟁력 회복과 AI 메모리 대응 전략, 파운드리 사업 수익성 개선 여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메모리 사이클과 점유율 변화가 핵심 변수였다면 이제는 AI 메모리 경쟁력과 고부가 제품 비중이 기업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 며 "HBM 경쟁력과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이 향후 반도체 기업 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교하는 보고서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AI 밸류체인 전체를 분석하는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며 "투자자들도 개별 기업보다 AI 생태계 전반에서 수혜 기업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과거에는 메모리 업황 회복이나 스마트폰 판매량, 시가총액 1위 유지 여부 등이 주요 투자 포인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HBM 시장 대응 전략과 AI 메모리 경쟁력 회복 여부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논하는 보고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AI 메모리 경쟁력 강화와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 파운드리 사업 정상화 여부가 향후 주가 반등의 핵심 변수로 본다.
이는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투자 논리 자체가 변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전략도 AI 중심으로 재편
리서치센터의 투자전략 역시 바뀌고 있다. 과거 반도체 업종 중심의 투자전략에서 벗어나 AI 산업 성장의 수혜를 받는 업종으로 시야를 넓히는 보고서가 늘고 있다.대표적으로 AI 메모리와 함께 전력기기, 방산, 조선 등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업종을 함께 추천하는 전략도 확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도 과거처럼 개별 기업 분석만으로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며 "AI라는 거대한 산업 변화를 중심으로 기업과 산업을 함께 분석하는 방식으로 리서치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1위 등극이 단순한 순위 변화가 아니라 국내 증권사 리서치의 기준점을 바꾼 사건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 중심 리서치'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생태계와 산업 구조 변화를 해석하는 방향으로 리서치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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