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홍 CPO는 지난 29일 카카오가 카카오톡 첫 화면을 친구목록으로 되살린다고 알린 날 카카오 임직원에게 사내 공지를 전달했다.
해당 공지에는 이 같은 롤백(업데이트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 조치를 하게 된 상황 설명이 담겼다. 비록 이용자 불편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앱 다운로드 수, 트래픽과 같은 지표는 유지되는 상황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홍 CPO는 “트래픽과 무관하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23일 카카오는 대대적인 카카오톡 개편을 알렸다. 개편 주요 내용으로는 ▲친구탭→격자형 피드로 변화 ▲채팅방 내에서 바로 챗GPT 이용 ▲기존 샵 기능→카나나 검색으로 교체 ▲채팅방 폴더 구분, 안 읽은 채팅 미리 읽기, 메시지 수정, 보이스톡 통화 내용 요약 등이 있다.
개편 후 이용자 반응은 대부분 ‘불호’가 지배적이다. 커진 광고 배너와 메신저 기능을 넘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 도입으로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미래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는 올 2월 “작년 한 해 카카오는 내실과 본질 강화를 위해 기술 부채 해결과 사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며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카카오톡과 AI라는 두 핵심 사업 중심의 비즈니스 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는 올 2월 조직 개편을 통해 카카오톡 기반의 각종 사업 영역을 통합한 CPO 조직을 신설한 후 토스뱅크 대표를 역임한 홍 CPO를 조직 첫 수장으로 영입했다.
카카오 측은 홍 CPO 선임 배경에 대해 “토스뱅크 초대 대표로서 신규 시장 개척과 비즈니스 구조 혁신을 통해 흑자 전환, 1000만 고객 달성 등의 성과를 낸 서비스 전문가”라며 “홍 CPO는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카카오톡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982년생인 홍 CPO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 학사・석사를 졸업하고, 프랑스 경영전문대학원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전자에서 삼성페이 출시와 운영을 담당했다. 이후 2017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합류해 삼성페이, 간편송금 등을 설계하는 토스 프로덕트 리드로 근무했다. 2020년에는 토스뱅크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해 지난해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올 2월 카카오로 넘어와 CPO로 지내게 됐다.
홍 CPO는 카카오 CPO 선임 당시 ‘카카오톡 진화’라는 중책을 부여받았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선 일상 플랫폼으로 거듭 시키기 위해 기술·광고·커머스·디자인 등 사업 역량을 홍 CPO 필두로 한 CPO 조직으로 통합시켰다.
현재 홍 CPO는 카카오에서 카카오톡과 카카오맵을 비롯한 서비스 개발·보완을 총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홍 CPO 주도 하에 개편된 카카오톡은 유례없는 이용자 불만을 받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총괄한 홍 CPO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앱을 원래대로 롤백 해달라며 ‘1점 리뷰’가 폭주했다. 업데이트한 이용자들로부터 혹평이 쏟아지자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법 등이 온라인에 공유되기도 했다.
이어지는 불만에 카카오는 마이너 업데이트로 상태메시지 크기를 키워 첫 화면에서 격자형 피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도 했지만, 주가가 6만원 선이 깨지는 등 이용자 반발을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홍 CPO가 카카오 조직과 어울리지 않는 리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 CPO가 카카오식 조직문화를 배제하고 토스식 문화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 인증을 받은 이용자가 홍 CPO 리더십과 행보를 지적한 글이 포착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홍 CPO는 부임 후 CPO 조직만 토스식 조직 구조로 개편했다. 근무하는 모니터 위에 이름표를 붙이는 토스 문화를 카카오 CPO 조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또한 카카오는 ‘아지트’ 혹은 ‘카카오워크’라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툴을 쓰는 반면, CPO 조직만 이러한 툴 대신 ‘슬랙’으로 업무 툴을 교체했다. 이 때문에 CPO 조직 외 직원들은 카카오톡 서비스가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없게 됐다. 슬랙 채널 컨벤션도 토스 방식으로 안내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홍 CPO를 둘러싼 소식 중에는 토스 출신 낙하산 인재 채용 의혹도 있다. 예컨대 과제와 면접 전형을 생략하기 위해 비즈부문으로 채용을 진행했다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테크부문으로 전환한 것이다.
또 노동조합에 따르면 홍 CPO는 사내 필수 교육을 신설하고 해당 강의를 토스 출신에게 맡겼다며 내부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내부 회의에서 본인 생각과 다른 의견이 제시되는 경우 말 직원들에게 막말·반말·인격모독을 일삼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복수의 카카오 임직원은 “홍 CPO는 기존 카카오톡 ‘입력 중’ 기능마저 5060 세대가 해당 기능 비활성화 방법을 몰라서 끄지 못하는 것도 ‘결국에는 이 기능을 끄는 비율이 높지 않다’라고 하며 성과로 둔갑시켰다”면서 “기존 카카오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 모두가 이번 카카오톡 개편에 대해 우려 사항을 전달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 개편 발표 후 이용자 혹평이 이어지고 주가도 급락하는 등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용자와 실무진 모두 카카오톡이 메신저에 집중되길 바라는데,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카카오 방향성과 맞지 않고 사업 비전에 대해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