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 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 2021년 12월 6일, 카카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전담할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설립됐다. 현재도 카카오가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 설립과 함께 대표에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선임했다. 황 대표는 독특하게도 예원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 진로를 바꿔 휘문고 졸업 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종이 없는 병원’을 표방하며 출범할 당시 전임의로서 병원 전산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소아청소년과·뇌신경센터 교수로 뇌전증 아동 진료도 맡았다. 2001년부터 서울대병원이 출자한 헬스케어 전문기업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겸임하며 연구·교육과 병원 전산시스템 고도화 이끈 이력도 있다.
2016년 아시아태평양 의료정보학회 헬스케어 IT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19년 미국의료정보학회(HIMSS) 선정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리더 5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해외 20여 곳 병원과 디지털 병원 혁신 사업을 추진한 경험도 갖췄다.
이 같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근 일본 제약사와 도쿄 소재 300병상급 대형 병원에 카카오헬스케어 비만 관리 서비스 ‘피노어트’ 공급이 확정됐다.
‘피노어트’는 유전체 분석에서 쓰는 ‘피노타입(Phenotype·표현형)’과 ‘다이어트(Diet)’를 결합해 만든 말이다. 식습관·활동·정신 건강 등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최적화된 생활습관과 체중 관리 방법을 제안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체중 관리 시스템이다.
이번 일본 계약은 카카오헬스케어가 지난 5월 일본 법인 설립 이후 4개월 만에 이룬 첫 해외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피노어트 서비스를 적용한다. 현재 의료진 대상 사용 교육과 시스템 구축 등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며, 추가로 2~3곳 대형 병원과 연내 공급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비만 인구 증가로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3년 190억 달러에서 올해 242억 달러, 2028년 373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는 카카오헬스케어의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 제약사·병원과의 파트너십 전략이 주효했다고 본다.
황희 대표는 일찍부터 전 세계 당뇨·비만 시장에 주목해 왔다. 카카오헬스케어는 2023년 ‘버추어케어’ 사업의 첫 과제로 혈당 관리를 선정하고, 체중 관리 시스템을 함께 구상했다. 그 기반에는 AI 기반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와 맞춤형 체중 관리 서비스 ‘피노어트’가 있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위고비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와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솔루션을 공동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첫 협력은 파스타와 노보노디스크 인슐린 펜(주사기)에 스마트 캡 ‘말리야(Mallya)’를 연동해 당뇨 환자 투약과 건강 관리를 돕는 디지털 솔루션을 공동제공하는 것이었다.
이후 카카오헬스케어는 파스타를 앞세운 글로벌 진출도 구체화됐다. 황희 대표는 지난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APAC 세션에서 파스타를 미국, 일본 등 타깃 시장으로 수출할 계획을 밝혔다.
황희 대표는 당시 “2030년 전 세계 당뇨병 인구가 6억 4,200만 명에 이를 것이고, 이 중 39%는 만성 합병증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며 “경제적 부담은 글로벌 GDP 2%에 육박하는 2조 3,000억 달러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그는 “파스타는 실시간 연속혈당 데이터와 생활습관 데이터의 연관성을 기반으로 환자 스스로 당뇨를 관리해 심각한 합병증 발생을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 전 단계 인구의 경우 라이프스타일 개선에 방점을 찍어 스스로 건강관리를 통해 당뇨 전 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의료기관이 환자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파스타 타깃을 만성질환 전반으로 확대해 환자 삶의 질 개선, 의료 접근성 향상, 사회적 비용 절감 등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올해 들어 위고비로 인한 비만 치료 시장의 새로운 장이 열리자 카카오헬스케어는 그간 준비해 온 체중·혈당 관리 시스템을 비만 영역으로 확장할 기회를 맞았다.
카카오헬스케어는 2년 전 협력에 이어 올해도 노보노디스크와 손잡고, 비만 영역에서 환자 맞춤형 디지털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추가적 치료 효과와 삶의 질 향상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번에도 파스타 앱에 피노어트를 연동해 혈당에 이어 체중 관리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원앱’ 전략을 가속한다.
두 서비스 모두 AI 기반인 만큼 다양한 기능 고도화도 예고했다. 새롭게 추가된 3D 바디 스캔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용자 체형 변화를 확인해 부위별 관리를 돕는다. 이밖에 식사 MBTI, 수면 분석·운동 코칭, 원거리 광전용적맥파(rPPG) 기반 스트레스 자가 측정 기능 등도 매달 순차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황희 대표는 “이번 서비스 출시로 이용자는 앱 하나로 혈당과 체중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파스타를 지속 고도화해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필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