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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리지 시대 끝났다…증권업, ‘계좌 구조 설계’ 경쟁으로 재편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23 18:28

거래 수수료 중심의 브로커리지 수익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증권업의 경쟁 축이 ‘거래’에서 ‘계좌 구조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거래 수수료 중심의 브로커리지 수익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증권업의 경쟁 축이 ‘거래’에서 ‘계좌 구조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거래 수수료 중심의 브로커리지 수익 모델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증권업 경쟁의 축이 ‘거래량’에서 ‘계좌 구조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거래 확산에 따른 수수료 인하 경쟁, 제로에 가까운 거래 비용 환경, 그리고 자산관리형 서비스 확대로 기존 수익 기반이 약화된 영향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업의 핵심 경쟁 변수는 거래대금이 아니라 고객 자산을 플랫폼 내부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머물게 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수익 구조, 구조적 둔화 국면

증권업 수익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왔다. 이 중 브로커리지는 거래대금에 직접 연동되는 전형적인 변동형 수익 구조지만, 고정비 비중이 높아 수익 안정성이 낮다는 한계를 지속적으로 안고 있었다.

특히 온라인·모바일 거래 확산으로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거래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증권사 간 경쟁도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중심 수익 구조가 사실상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 축 이동…상품에서 ‘계좌 구조’로

최근 업계 경쟁의 중심은 개별 금융상품이 아니라 고객 자산이 편입되는 ‘계좌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좌 락인(lock-in) 구조’로 정의한다.

계좌 락인 구조는 고객 자산이 특정 플랫폼에 장기간 머물도록 설계된 구조로, 세제 혜택, 자동투자 기능, 디폴트옵션, 리밸런싱 기능 등이 결합되는 방식이다. 자산 이동 자체의 경제적·제도적 비용을 높여 이탈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구조에서는 개별 상품의 성과보다 계좌 단위의 자동 운용 체계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적립식 투자,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자산 배분, 자동 리밸런싱 등이 결합되면서 자산 흐름이 플랫폼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대표적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 DC형, 랩어카운트, 자동투자 서비스 등이 결합되며 계좌 기반 자산 고착 구조가 강화되는 추세다.

연금·WM 중심 장기 자산 확대

퇴직연금과 자산관리(WM) 시장은 증권업의 핵심 성장 축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 자금은 구조적으로 장기 운용이 전제돼 있어, 거래 기반 브로커리지 대비 수익 변동성이 낮고 자산 기반 확대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퇴직연금은 제도적으로 자금 이동이 제한되고 장기 적립이 강제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산 잔존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증권사에서 자산 플랫폼으로 역할 전환

증권사의 기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거래 중개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자산 운용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단순 주문 플랫폼을 넘어 자산관리, 연금 운용, 자동 투자, 리밸런싱 기능이 통합된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상품 경쟁보다 자산 흐름을 설계하는 플랫폼 경쟁력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플랫폼 경쟁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증권업을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은 자산관리 중심으로, 자산운용사는 직접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있으며, 빅테크 플랫폼은 투자·연금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토스,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들도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고객 접점 경쟁은 한층 복잡한 구조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수익률보다 구조”…경쟁 기준 자체 변화

업계에서는 경쟁 기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한 수익률 경쟁보다 고객 자산을 어떤 구조 안에 넣어 장기간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 변수”라며 “플랫폼 설계 역량이 곧 수익 구조를 결정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에서 구조로…증권업 패러다임 전환

결국 증권업 경쟁은 거래 중심에서 구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거래를 많이 유도하는 회사보다 고객 자산이 이탈하지 않도록 계좌 구조를 설계하는 회사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로커리지 중심 수익 모델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자산을 플랫폼 내부에 고정시키는 ‘계좌 설계 역량’이 증권업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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