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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금융당국 리셋, 시장은 왜 불안해하나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8-02 06:00 최종수정 : 2025-08-11 16:44

금융정책 분리 개편안에 금융권 좌불안석
‘관치 부활’ 우려… “혼선은 소비자·시장 몫”
전문가들 “리셋 아닌 리빌드 필요” 지적도

[데스크 칼럼] 금융당국 리셋, 시장은 왜 불안해하나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2002년 카드 사태는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규제개혁위원회 등 네 개 기관이 빚어낸 총체적 실패작이다.”

20여 년 전 감사원이 내린 이 평가가 지금, 금융권의 위기감과 맞물려 다시 회자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기획재정부에 금융정책 기능을 넘기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부활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나눠 맡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또 하나의 조직으로 분리 신설하는 구상이다.

명분은 “감독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라고 한다. 하지만 금융권은 ‘20년 전 실패했던 모델로의 회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장은 혼란스럽고, 정책 신뢰도는 흔들리고 있다. 금융회사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정치 논리로 금융판을 다시 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 나온다.

감사원이 카드 사태 직후 단행한 특별감사에서는 당시 금융 시스템 붕괴의 핵심 원인을 “분산·중첩된 감독 체계”로 짚었다.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아 위기를 제때 막지 못했고, 금융소비자들은 세 개 기관을 전전해야 했다. 감독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책임 회피형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그 체계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자조 섞인 표현이 터져 나온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시어머니가 넷이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기재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감독 체계가 쪼개질수록 현장의 혼선은 커지고, 책임의 소재는 모호해진다.

지금 금융시장 상황은 긴장의 연속이다. 부동산 PF 부실, 가계부채 증가, 사모펀드 후폭풍까지 복합 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럴 때 컨트롤타워 없이 다중 조정 시스템으로 회귀한다면, 정책 대응의 속도와 정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그간 정책, 감독, 시장 안정을 한 손에 쥐고 위기마다 빠른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외화유동성·단기자금시장·지급보증 대응을 실시간으로 조율했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175조 원 규모의 금융안정 패키지를 설계하고 집행했다.

여전히 PF 정상화 프로그램, 취약차주 지원, 금융안정계정 설계 등 시장 안정을 위한 결정이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계제로 금융시장에서 20년 전 카드사태때 금융소비자들이 기관을 전전했던 것 처럼, 이번에는 기획재정부가 있는 세종시에,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에 분리된 소비자보호처까지 전전하게 둘 텐가.

금융권이 이번 개편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관치금융’ 부활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선 ‘이자장사’ 프레임으로 은행을 압박하고, ‘횡재세’ 같은 정무적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금융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 체계까지 다시 흔들면 금융기관의 전략 수립은 더 어려워지고, 국제 투자자들에게는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

◇ 국정기획위가 마련한 금융감독 개편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금융사를 통제하는 감독기구는 재무부(가칭), 금융감독위원회, 금소원 등 세 곳으로 늘어난다. 세상은 하나이고 서로 연결되지만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 체계는 칸막이식으로 더 분열되고 더 쪼개진다. 자칫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 되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 국정기획위가 마련한 금융감독 개편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금융사를 통제하는 감독기구는 재무부(가칭), 금융감독위원회, 금소원 등 세 곳으로 늘어난다. 세상은 하나이고 서로 연결되지만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 체계는 칸막이식으로 더 분열되고 더 쪼개진다. 자칫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개선(改善)'이 아닌 '개악(改惡)'이 되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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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의 감독 체계가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역할 중첩, 책임소재의 모호성, 조직 간 마찰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그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다. 어떻게 설계하고 조율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개선 가능한 영역이다.

예컨대 금융위 내부에 독립적인 감독위원회를 두고, 외부 평가와 감사 체계를 강화하는 식으로 ‘감독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도 고려할 수 있다. 굳이 20년 가까이 자리잡은 금융위원회를 다시 해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위원회로 쪼개는건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존 조직을 유지하고 실질적인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 세계 금융당국은 지금 ‘감독 분산’이 아닌 ‘감독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디지털 전환, ESG 공시, AI 기반 금융리스크 관리 등 미래 과제에 발맞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 유럽은 감독 체계를 단순히 ‘누가 주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빠르고 유연하게 작동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누가 정책을 맡을 것인가’만 놓고 이전투구를 반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컨트롤타워가 약해지면 시장 리스크를 빠르게 통제할 수 없다. 위기 대응의 속도전에서 뒤처지고, 사태가 터진 후엔 책임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이는 곧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금융은 ‘국가의 혈류’다. 기능별 구조 개편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전문성, 그리고 독립성이다. 선진국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신중한 이유는 제도의 명분보다 시장의 신뢰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정책은 국익을, 감독은 시장을, 보호는 소비자를 본다”는 단순한 원칙이 무너진다면, 어떤 개편도 무의미해진다. 지금 필요한 건 리셋(reset)이 아니라 리빌드(rebuild)다. '리빌드' 중심은 정치가 아니라 시장, 그 안에서 살아가는 국민이어야 한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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