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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6개월된 넥스트레이드…증시 혁신인가, 계륵인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9-08 05:00 최종수정 : 2025-09-08 21:49

예상 넘은 성장, 제도는 걸림돌
질주하는데 규제가 막는 거래 혁신

[데스크 칼럼] 6개월된 넥스트레이드…증시 혁신인가, 계륵인가?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지난 3월, 야심차게 문을 연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EXTRADE)’가 어느덧 출범 6개월을 맞았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처음 등장한 민간 주식 거래 플랫폼이란 점에서 의미 있다. 목표도 명확했다. 70년 가까이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해 온 한국거래소(KRX)의 권역에 ‘건강한 경쟁’을 도입해 자본시장 전반의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넥스트레이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 환영과 긴장이 뒤섞여 있다. 혁신의 선두주자로 칭송받는 한편, 규제의 벽에 막힌 현실에 직면하면서 “넥스트레이드는 한국 주식시장의 ‘계륵’인지, 아니면 진정한 ‘혁신’의 씨앗인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성공

넥스트레이드는 출범 당시, 3년 내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시장에선 다소 공격적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출범 6개월 만인 8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7조 2,000억 원을 넘어서며 전체 주식시장 거래의 31.9%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거래소(KRX) 일평균 거래대금의 절반에 해당하며, 단기간 내 이룬 성과로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3월 출범 당시 3.8%였던 시장 점유율을 반 년 만에 8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업계와 투자자를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거래 시간 확대가 결정적이었다. 기존 6시간 30분이었던 정규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며 국내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프리마켓’과 오후 3시 30분 이후에도 거래 가능한 ‘애프터마켓’은 바쁜 직장인과 전업 투자자 모두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미국 증시의 밤사이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프리마켓은 투자자들에게 보다 빠른 대응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거래 시간 확대를 넘어, 정보 반영 속도와 전략적 매매 유연성 측면에서 새로운 투자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과속의 대가… “거래량 발목”

그러나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제도와의 충돌이라는 현실이 있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대체거래소가 최근 6개월간 전체 시장 일 평균 거래량의 1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개별 종목 역시 30% 이상을 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장 지배력의 과도한 확장과 투기적 흐름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법적 한계에 부딪혔다.

실제, 넥스트레이드는 8월 20일 26개 종목의 거래를 중단했고, 9월 1일엔 53개 종목을 추가로 제외했다. 규정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상황은 마치 자동차 경주에서 가장 빠른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실격”당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자와 시장 모두에 혼선을 초래하고, 시장의 효율성과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성공 자제해야 할 거래소?

물론, 규제의 취지를 무시해선 안 된다. 자본시장의 질서 유지와 투자자 보호는 필수다. 그러나 지금의 규제는 넥스트레이드 같은 새로운 시도를 뒷받침하기보다는 오히려 성공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넥스트레이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편의성, 신속성, 다양성 등 기존 거래소에선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거래 환경 때문이다. 지금의 투자자들은 더 빠르고 유연하며 효율적인 거래 방식을 원한다. 넥스트레이드는 그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명확하다. 혁신을 막는 규제가 아닌, 새로운 질서와 경쟁 구도를 뒷받침할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다. 대체거래소를 단순한 ‘보완’ 역할에 가두지 말고, 시장 도약의 핵심 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계륵’ 아닌 전환점으로

‘계륵’은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실익이 없는 존재다. 넥스트레이드는 지금 정확히 그 경계에 있다. 너무 잘나가 제재 대상이 되지만, 동시에 시장에 긍정적 충격을 주고 있어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넥스트레이드를 진정한 ‘계륵’으로만 봐야 할까?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은 폐쇄적이고 정체된 한국 주식시장이 열린 경쟁 체제로 나아가는 전환점일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단순한 민간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실험자이자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넥스트레이드를 규제 대상이 아닌, 제도권 내 혁신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 진정한 변화는 단발성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유연함에서 시작된다.

한국형 나스닥의 시작?

넥스트레이드는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진화를 상징하는 플랫폼이자 현상이다. 투자자, 시스템, 시장문화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변화가 ‘계륵’으로 끝날지, ‘한국형 나스닥’의 서막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한국 자본시장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플랫폼의 미래는 정책의 선택과 시장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 넥스트레이드를 규제할 것인가, 제도화할 것인가. 주식시장의 미래는 지금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억제가 아니라 활용이다. 넥스트레이드가 제도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줘야 할 때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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