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로고. /사진제공=HMM
주주 입장에서는 콧노래 나올 법한 상황인데, 직원들 마음은 편치 않다. 정치권 논리에 휩쓸려 자칫 한국 해운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최근 부산 유세에서 부산을 북극항로 시대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HMM 등 해양 물류 기업 본사를 부산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본사 이전에 HMM 직원들도 동의했다"는 이 후보 주장이다. HMM 측에 확인한 결과 이 회사 양대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종조합 HMM 지부(육상노조)와 HMM해원연합노조(해상노조) 모두 "만난 적도 없으며, 동의한 적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히려 놀란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육상노조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에 동의한 적 없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HMM 부산 이전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 때도 부산을 해운산업 메카로 육성하겠다며 해운기업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제시했다.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산업은행(이하 산은) 부산 이전 추진과 함께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HMM도 부산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MM은 민간 기업이지만, 현재 소유주는 정부다.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36.02%, 35.67%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지분이 70%를 넘는다. 이 후보 역시 "정부 출자 지원이 있기 때문에 마음 먹으면 (부산 이전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HMM의 이런 지분 구조는 지난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당시 국내 유일 대형 국적선사였던 현대상선(현 HMM)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공적자본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때 산은이 출자전환과 전환사채를 통해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분은 언젠가 민영화해야 할 지분"이라며 "대주주가 회사 주인인 건 맞지만 진성이냐 임시냐로 봤을 때 산은은 '진성 주인'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엿다.
업계는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할 시 얻는 장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은 공항을 중심으로 항공기가 오가는 방식이 아니다"며 "항로 하나에 기항지가 여러 개인 순환 운항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항을 포인트를 만들었 때 발생하는 지리적, 경제적 이점이 낮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의 부산 이전 발언은 해운업 사업구조를 전혀 모르고 한 말"이라며 "수출입을 기반으로 하는 해운은 내수 시장이 사실상 없을 뿐더러 컨테이너 관리 및 선적 인력 등 필요한 조직은 이미 부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세일즈가 중요한데 선박 투자를 위한 금융기관과 국내외 화주를 만기기 위한 대다수 인력은 서울에 있다"며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할 시 많은 직원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말 기준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를 더한 HMM 총 직원수는 1824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 근무하는 육상직은 1063명이며, 해상직은 827명이다. 육상직이 절반을 조금 넘는 58%를 차지한다.

자료제공=한국거래소
혼란에 빠진 HMM 내부와 달리 이 후보 부산 유세 다음 날인 지난 15일 HMM 주가는 전날 대비 6.49% 오른 2만2150원을 기록했다. 올들어 두번째 높은 상승률이다.
다만 이는 올 1분기 HMM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영향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HMM은 지난 14일 장 마감 시간 30분을 남겨두고 분기보고서를 공시했다. HMM은 올 1분기 매출 2조8547억원, 영업이익 61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2% 올랐으며, 영업이익은 50.84%나 증가했다.
이런 저런 이유들을 차치하고서라도 HMM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을 분명하다. 지난 16일 종가는 2만2950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20일 2만2100원, 21일 2만2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HMM 신용등급을 2년 만에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2단계나 올렸다.
HMM은 현재 글로벌 선사들과 비슷한 현금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92.41% 증가한 3조1303억원을 기록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