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어제오늘 들리는 얘기가 다르다. 어제는 옆자리 아저씨가 “난 에코프로(대표 송호준)에 2050년까지 넣을 거다”며 친구에게 자기 주식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를 자랑하며 환하게 웃었는데 오늘은 다른 아저씨가 내 옆에서 초전도체 얘기에 눈을 반짝인다. 멀리서는 “맥신인가, 맥심인가 그거 투자해야 한다며?”… 아줌마들의 수다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태조이방원’으로 올해 초엔 ‘에로배우’로 떠들었던 아줌마들 같다.
태조이방원은 ▲태양광 ▲조선 ▲이차 전지 ▲방산 ▲원자력을 줄인 신조어다. ‘여의도 야전 사령관’이라 불리는 이선엽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

그렇다. 테마주 공화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나쁜 것도 아니다. 2010년대에는 ▲자동차 ▲화학 ▲정유를 줄여 ‘차화정’이란 용어가 유행했고 2020년대에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인터넷(Internet) ▲게임(Gam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모은 ‘BBIG’가 증권가 중심에 있었다. 우린 항상 주목받는 산업을 찾았고, 해당 종목은 거침없이 주가를 띄우며 투자자를 반겼다. 물론 일부 종목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거나 나락으로 가기도 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테마주 쏠림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특정 뉴스에 따라 관련 종목이 상한가와 하한가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윤석열주’ ‘이재명주’ 등이다.
최근 초전도체주나 맥신주 등도 마찬가지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데 이유와 검증이 없다. 초전도체주로 묶인 기업이 ‘우린 관련 없다’고 선 긋는데도 주가가 뛴다. 투자자는 그저 빨리 내 돈만 챙기면 끝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특히 내 또래들은 코인에, 테마주에, 로또에 열광했고 ‘인생 한 방’이 표어가 됐다. ‘어차피 일 열심히 해도 내 월급은 정해져 있고, 그 월급으론 집 못 사. 애 못 키워’ 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가슴 아프지만, 테마주 공화국은 탈출이 어렵다. 테마주 공화국이 다른 공화국으로 바뀌기도 어렵다. 테마주는 앞으로도 열광의 도가니 속 계속 존재할 거다. 대한민국이 싫어도 국적을 버리기 힘들고 대한민국이 일본이 되지 않듯이 테마주는 늘 우리 곁에 있을 거다. 인간이 욕망과 감정 없는 무언가가 되기 전까진 말이다.
일부 투자자는 금융 당국에 책임을 묻는다. 왜 더 빠르게 조치하지 못했냐고. 난 그 투자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이 이차 전지에 투자한 이유는 정말 이차 전지 산업이 너무 유망해서 지금 당장 빚내서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됐었냐고. 또 묻는다. 현재 진행 중인 초전도체 실험이 성공해 본인이 가진 주가가 치솟으면 그때는 당국에게 뭐라 할 거냐고.
당국을 옹호하고 싶진 않다. 난 당국에 다르게 묻는다.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테마주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답변은 기대하지 않는다. 테마주가 공기처럼 옆에 있더라도 어떻게 투자하는 게 옳은 방향일지 학교에서부터 교육하겠다는 답변을 기대한다. 금융 교육 기억이 하나도 없는 30대 아저씨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묻는다. 지난 4월 있었던 소시에테제네랄(SG‧Societe Generale)증권 발(發) 주가 폭락 사태 연루자들 앞으로 어떡할 거냐고.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냐고.
나는 오늘도 테마주 공화국에서 기사를 쓴다. 주식을 모르는 우리 엄마도 테마주 공화국에 아침을 맞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우리 아빠도 테마주 공화국에서 잠이 든다. 그렇다. 누구는 테마주 공화국에 자신이 사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같은 테마주 공화국에 사는 누구는 하루하루 사기와 불공정거래로 떼돈을 번다. 테마주는 잘못이 없다. 떨어진 돌도 투자할 수 있는 시대에 돌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돌을 금이라고 1억까지 올렸다가 잘못 봤다고 1원까지 내리는 사기꾼이 문제지. 영혼을 끌어모아 1억에 사들인 개미만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거지. 테마주 공화국은 무서운 곳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