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ETF가 상장과 동시에 급락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협상에서 한국에 불리한 조항이 알려지면서 원전 관련주가 동반 추락한 탓이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이미지 확대보기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L 한국원자력SMR’과 ‘TIGER 코리아원자력’ ETF는 상장 첫날인 19일 각각 6.3%, 5.52% 하락 마감했다. 하루 뒤인 20일에는 낙폭을 만회하며 각각 6.53%, 6.90% 상승 마감했지만, 투자자들에게 ‘냉정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상장 첫날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협상 이슈였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할 경우 1기당 약 1조원을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고, 일부 해외시장 진출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원전 대장주 두산에너빌리티가 장중 17% 넘게 급락했다. 신규 ETF 역시 두산 비중이 20% 이상인 만큼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이번 ETF가 단순히 ‘타이밍 불운’을 넘어 자본시장 기획 구조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ETF 시장에서는 특정 업종이 상승 사이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관련 상품이 출시되는 이른바 ‘끝물 논란’이 반복돼 왔다. 2023년 말 출시된 2차전지 ETF가 이후 긴 하락세에 빠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원전 ETF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근본적인 비판은 글로벌 흐름과의 괴리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ESG와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원전을 전면에 내세운 ETF는 ‘지속가능 투자’라는 시대적 키워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ESG를 중시하는 글로벌 자금이 장기적으로 원전 ETF에 머무를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 일각에서는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으며, 한국의 원전 제작·수행 능력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파트너십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상장 첫날 장 중 낙폭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SOL 한국원자력SMR ETF는 한때 9% 넘게 하락했으나 결국 1%대 하락으로 마감했고, TIGER 코리아원자력 ETF 역시 10%대 급락 후 3%대 하락으로 회복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원전 ETF는 ‘시대 역행 상품’이냐, 아니면 ‘반전의 시작’이냐라는 양 극단의 평가 속에서 출발했다”며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설득력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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