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무신사가 올해 하반기 나란히 일본을 공략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9월 도쿄에 ‘더현대 글로벌’ 정규 매장을 열고, 무신사는 10월 도쿄 시부야에서 ‘무신사 도쿄 팝업 스토어 2025’를 개최한다.
현대백화점과 무신사의 체급 차이는 크지만 K-패션을 키우는 데 진심이라는 점에서는 결을 같이한다. 특히 두 기업 모두 현지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임대료나 물류비 등 비용 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매장 계획을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일본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K-브랜드 발굴, 해외 판로 확대라는 공통된 사업을 하지만 양 사의 성격은 다르다”며 “현대백화점은 오랜 노하우와 자금력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무신사는 ‘이슈몰이’가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월부터 경쟁력 있는 K-브랜드를 소싱해 리테일 매장을 운영하는 ‘더현대 글로벌’ 사업을 전개해 왔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이 해외 현지 리테일과 손잡고 한국 토종 패션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2024년 3월 말 론칭했다.
이 사업은 현대백화점이 K-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해 상품 수출입과 판매에 관한 제반 사항을 총괄, 해외 리테일과 협상 등을 수행하는 형태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토종 중소·중견 브랜드들이 직접 해외로 진출할 경우 드는 비용을 절감해 주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
현대백화점은 현재까지 일본에서 총 43개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K-브랜드 23개를 소개하는 파르코 시부야점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12개 브랜드가 매출 1억 원 이상을 달성했다. 특히 상위 5개 브랜드 매출이 평균 3억130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랜드별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이 약 일주일에 불과했음에도 월 1억~2억 원 수준인 일본 백화점 중위권 정규 매장 실적을 뛰어넘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일본 오프라인에 ‘더현대 글로벌’ 매장을 여는 건 글로벌 사업 확장과 사업모델 고도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국내 중소 및 중견 브랜드의 수출 전초기지 역할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무신사는 현대백화점보다 먼저 일본에 진출했다. 2021년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고, 국내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마뗑킴’의 일본 시장 총판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해 4월 도쿄 시부야에 ‘마뗑킴’의 일본 1호 매장을 오픈했다. 해당 매장은 오픈 나흘 만에 매출 3억2000만 원을 달성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그간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및 팝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타깃 고객의 수요를 바탕으로 현지화 전략을 세운 것이 오프라인에서도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현지 고객들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무신사도 일본 내 자체 오프라인 유통망 구축을 위해 내년 무신사 편집숍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무신사 재팬 설립 5년 만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를 일본 고객에게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앞서 무신사는 올해 10월 역대 최대 규모의 팝업 스토어를 개최한다. 이번 팝업은 ‘무신사 스타일 터미널(MUSINSA STYLE TERMINAL)’을 콘셉트로 다양한 스타일의 K-패션 브랜드가 모인 플랫폼으로서 무신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하나의 터미널에 수많은 노선이 모이듯, 일본 소비자가 무신사를 통해 다채로운 한국 패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해당 팝업 스토어에는 총 8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