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호룡 기자
지난해 운전대·시트 열선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BMW와 같은 판매 방식이다. 특히 대부분 열선 기능을 필수로 구입하는 국내에선 반발이 더욱 거셌다.
이같은 초기 반발에도 자동차 기업들은 다양한 유료 옵션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벤츠는 전기차 EQS에 바퀴를 10도 더 꺾을 수 있는 후륜 조향 구독 서비스를, 테슬라는 자율주행기능 FSD을 구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싸늘한 반응에도 기업들이 이처럼 잇달아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유가 뭘까. 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수입 창출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커넥티드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구독 서비스로 2030년경 연 매출 250억 달러(32조5000억원)를 벌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매출 6분의 1에 해당한다.
해당 사업에서 영업이익률은 기관마다 상이하나 20~30%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IT 기술 기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자동차 제조사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2~3배 가량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신차를 예약하면 제조사는 트림·옵션에 따라 필요한 부품을 주문해 조립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트림과 옵션을 촘촘하게 구성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 시대가 오면서 모든 차를 똑같이 만들어 판매한 이후, 추가 구매 요청이 있는 옵션만 무선 통신으로 ‘언락’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더 많이 남기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렌탈 시장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구독형 구매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도 편익을 누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현재 자동차 옵션은 대부분 여러 기능이 모인 패키지 형태로 사야한다.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제조 비용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SDV 시대에서는 필요한 옵션만 원하는 기간 만큼 구매해 쓰면 그만이다. 스마트폰에서 꼭 필요한 기능이 있는 앱이라면 유료 구매해 사용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구독 서비스에 대한 반발이 큰 이유는 상품 구성과 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됐는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만큼 소비자들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작용한다. ‘신차를 깡통으로 사고 필수 옵션은 따로 돈 내고 사야한다’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기아가 국산차 최초로 EV9에 FoD를 도입하며 디자인 옵션이나 선호도가 아직 많지 않은 최신 기능을 넣은 것도 일단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한 시험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EV9에는 순간 출력을 올려주는 ‘부스트’ 모드를 구독 형태로 내놓았다. 차량 성능을 옵션으로 사야 한다는 국내 소비자 반발을 고려했을 것이다.
기아 관계자는 “타사 열선 논란도 있고 첫 사업인 만큼 고객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도 안전사양이나 사용빈도가 높은 기본 기능은 FoD로 제공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자동차 회사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수익 모델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