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 사장.
이미지 확대보기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동화의 길을 가겠다"며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담은 '현대 모터 웨이'를 20일 발표했다. 지난해 장 사장은 2030년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187만대를 팔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날은 200만대로 16만대 상향한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판매 계획 33만대에서 6배 이상 증대하겠다는 것으로, 매년 전기차 시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발표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2030년 전기차 수익성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4~5%대에 머물던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7%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는 제네시스·SUV 등 고부가가치 내연기관차 판매 호조 덕에 올린 실적이다. 전기차 사업만 떼어놓고 봤을 땐 아직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앞으로 7년 안에 전기차에서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내연기관차 사업 이상으로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겼다.
목표 달성을 위해 내연기관차·전기차 병행생산 라인 전환과 전용 전기차 공장을 새롭게 건설하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에서 전기차도 생산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작업은 적은 비용으로 전기차 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전기차 공장 하나를 세우는데 최소 2년 시간에 2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기존 라인을 활용한 현대차 아산공장 아이오닉6 라인 전환은 500억~1000억원을 투입해 1달 안에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현대차는 한국, 미국, 체코,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거점에서 이같은 전기차 병행생산을 하고 있다. 각 국이 시시각각 내놓는 전기차 정책에도 물량을 조절해 발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다.
장 사장은 "병행생산은 레거시 완성차제조사가 갖는 분명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용 전기차 공장은 미국 조지아주와 한국 울산에 들어선다. 각각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신공장에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험한 스마트팩토리 제조 플랫폼을 75%까지 적용해, 신차 준비·생산기간 등을 큰폭으로 줄인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용 전기차 공장 조감도.
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 본연 상품 경쟁력도 끌어올린다.
당장 다음달 출격하는 첫 번째 고성능 N브랜드 전기차 '아이오닉5N'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 아이오닉5N에는 주행 상태에 따라 운전자가 전·후륜 토크 배분을 조절할 수 있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 N브랜드 특화 배터리 열관리 신기술 등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은 "고성능 전기차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것을 넘어 바디 강성, 서스펜션·브레이크 성능 등 차량 신뢰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억원이 넘는 포르쉐 타이칸 보다 아이오닉5N이 출력 등 성능 부분에서 유리한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며 "저렴한 대중차 브랜드에서 럭셔리 이상의 고성능 전기차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이오닉5N 테스트주행.
이미지 확대보기2025년에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와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차세대 전기차도 선보인다.
2세대 E-GMP는 모듈화된 핵심부품을 소형부터 초대형, 픽업트럭, 제네시스 등 다양한 차종으로 확장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세대 E-GMP 기반한 아이오닉5와 내연기관 플랫폼으로 만든 파생전기차인 코나EV는 부품 호환이 불가능하다. 1세대 E-GMP 차량끼리는 핵심부품 23개를 공유하고 있다. IMA를 도입한 차세대 전기차는 차급에 구분 없이 부품 86개를 함께 쓸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2세대 플랫폼 기반 신차 13종(현대차 4종, 제네시스 5종, 기아 4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전기차 충전 시장을 둘러싸고 미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BMW 등 유럽 기업이 사용하는 충전규격 CCS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테슬라는 NACS라는 독자 규격을 고집한다. 그런데 최근 GM, 포드 등 미국 기업들이 테슬라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미국 충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와 유럽간 충전 헤게모니 전쟁을 치룰 기세다. 이는 안드로이드와 애플간 충전규격 경쟁으로도 비견되는데, 수천만원이 넘는 전기차는 고장이나 안전 문제가 민감하기에 훨씬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은 "고객 편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당사 차량을 매직독(CCS어탭터)에 물려 테슬라 슈퍼차저에 충전했봤더니 시간이 더 오래걸렸다"고 밝혔다.
김흥수 현대차 글로벌전략조직(GSO) 부사장은 "충전은 데이터, 부가서비스, 충전을 한데 묶는 하나의 플랫폼"이라며 "테슬라가 주도하는 생태계에 종속되는 모습이 회사 입장에서 유효한지 생각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현대차 윤태식 IR팀장, 구자용 IR담당 전무, 서강현 CFO 부사장, 장재훈 CEO 사장, 김흥수 GSO 담당 부사장, 김창환 배터리개발센터장 전무.
이미지 확대보기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