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 / 사진=크래프톤
배 CFO는 금융기관 JP모건 출신 투자 전문가로, 크래프톤이 2018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직접 영입한 인사다.
1977년 12월생인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스공과대학 MBA를 취득했다. 이후 국민은행 국제금융부를 거쳐 2008년부터 10년 동안 JP모건에서 홍콩・한국 투자은행(IB) 본부장 등을 지냈다.
특히 2017년 넷마블 상장 업무 주관을 맡은 것이 대표 이력이다. 넷마블 공모액은 총 2조6617억원 규모로 2017년 기준 게임업계 최대 규모 딜로 기록됐다.
실력을 인정받은 배 CFO는 2018년 크래프톤이 IPO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에 맞춰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 크래프톤 IPO 딜에는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최고경영자(CEO) 등 최고위급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역대 게임사 IPO 중 최대 규모인 5곳(미래에셋대우·크레딧스위스·씨티그룹글로벌·JP모건·NH투자)의 공동 주관사단이 꾸려지기도 했다. 당시 공모액은 약 4조3000억원으로 게임업계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성공적인 IPO를 이끌어 낸 배 CFO는 당시 크래프톤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하기도 했다. 급여 10억5700만원, 상여 36억100만원을 포함해 총 46억5800만원을 받았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연봉을 4배 상회하는 액수다.
크래프톤 상장 공을 세운 배 CFO는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매출 성장에 집중하며 매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크래프톤 연간 실적은 ▲2022년 매출 1조8540억원, 영업이익 7516억원 ▲2023년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 ▲2024년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이다.
나아가 배 CFO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퍼블리싱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규 IP ‘인조이’ 글로벌 서비스 안착을 위해 지역 맞춤형 퍼블리싱을 진행 중이다.
배 CFO는 “인조이는 글로벌 장기 서비스를 목표로 8월 첫 DLC인 ‘차하야’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며 “게임스컴 참가와 함께 글로벌 유저 및 크리에이터와의 밋업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조이는 커뮤니티 중심 퍼블리싱 전략을 통해 단순 라이프 시뮬레이션 장르를 넘어서는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 CFO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와 M&A도 확대 중이다. 크래프톤을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 ‘배틀그라운드 원툴(한 가지만 능숙하다는 의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랜차이즈 확장, 사업다각화, 콘텐츠 사업 기반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배 CFO 주도 아래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전 세계 350여개 게임사를 검토했다.
크래프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퍼니스톰(80억원) ▲플레이긱(264억원) ▲가든스 인터랙티브(159억원) ▲피플캔플라이 그룹(423억원) ▲누들캣게임즈(27억원) ▲트리오스코프(19억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투자해왔다. 앱마켓 원스토어에 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1%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약 1324억원을 투자해 미국 게임 개발사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 영향력도 강화 중이다. 이 회사 대표작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라스트 에포크’는 지난해 출시 이후 판매량이 전 세계 누적 300만장 이상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일레븐스 아워 게임즈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글로벌 퍼블리싱과 라이브 서비스 등을 지원해 라스트 에포크 IP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관심을 끈 투자는 일본 3대 종합광고 회사 중 하나인 ADK그룹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750억엔(약 7103억원)을 들여 BCJ-31을 인수했다. BCJ-31은 ADK그룹 산하 주요 자회사들을 보유한 ADK홀딩스 모회사다.
ADK는 30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제작뿐만 아니라 콘텐츠 유통, 라이선싱, 광고, 마케팅 등 여러 방면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배 CFO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간 전략적 시너지 창출을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ADK가 보유한 유·무형의 광고 마케팅 사업 역량을 적극 활용해 일본 시장에서 크래프톤 존재감을 강화하고, 기존에 시도할 수 없었던 일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올 3월에는 노틸러스 모바일(인도 게임 개발사) 지분율을 85.1%까지 늘렸다. 4월에는 카카오게임즈가 보유 중인 애드테크·게임 회사 넵튠 지분 전량(39.37%)을 1650억원에 인수해 넵튠 최대주주(42.53%)에 올랐다.
넵튠은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고 광고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다. 대표작으로는 ‘무한의 계단’, ‘고양이 오피스’ 등이 있으며 광고 수익 최적화 플랫폼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앱·게임 광고 수익 플랫폼을 운영하는 애드테크 부문은 넵튠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며 지속 성장 중”이라며 “때문에 게임사인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적합한 인수였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배 CFO는 Arkrep(프랑스), Coconut Horse(중국) 등 총 5건의 소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이 중 퍼블리싱 권한 4건을 확보했으며, 나머지 명단은 밝혀지지 않았다. 주요 지역에서는 선제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발굴하고 투자했다.
배 CFO는 올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회사 옴니크래프트랩스 노정환 대표 합류 후 개발 리더십을 가진 3개팀 영입과 소수 지분 투자 5건 등이 진행 중이며, 향후에도 개발팀 확보와 소수 지분 투자 M&A를 통해 파이프라인 확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9년까지 매출 비중을 펍지 60%, 신작 40%로 가져갈 계획”이라며 “현재 약 30개 신작 프로젝트(개발·퍼블리싱)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에만 5~6개 작품 출시를 준비 중이며 장기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