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이 영업 점포를 닫기 전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점포 폐쇄 결정이 내려지면 소비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공동 점포·이동점포 등 대체점포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방안은 은행이 점포폐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했다. 점포폐쇄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를 확대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은행들은 사전영향평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점포폐쇄 결정 전 점포 이용고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대체수단 조정, 영향평가 재실시 또는 점포폐쇄 여부 재검토하는 절차도 만들어야 한다.
금융위는 “그간 은행들은 점포폐쇄 결정에 앞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점포폐쇄 결정시 대체수단을 마련하도록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해당 절차에도 불구 폐쇄 점포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공동절차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필요성이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은행은 사전영향평가와 의견수렴청취 결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원칙적으로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하주식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의견 수렴 절차와 관련해 “은행 자율 결정 사항”이라면서도 “전화나 이메일로 1~2개월 의견을 청취하고 설문도 필요하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 이상이 요청하면 설명회를 개최하고 그 기간 동안 이메일이나 메시지 등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의견을 남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득이하게 점포 폐쇄를 결정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기존 점포폐쇄 이후에도 큰 불편없이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은행은 점포 폐쇄시 무인자동화기기(ATM)을 대체수단으로 활용해 왔으나 ATM이 은행 창구업무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은행은 내점고객 수, 고령층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또는 이동점포를 대체수단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만 금융소비자가 겪게 되는 불편·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도 대체수단으로 활용가능하다. STM을 대체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에 대하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STM은 영상통화, 신분증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다.
사전영향평가에 참여하는 평가자는 외부 전문가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고 이들 중 1명은 점포폐쇄 지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지역인사로 선임해야 한다.
하 과장은 “지역인사는 지역 내에서 객관적인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이들로 꾸릴 것”이라며 “공무원이나 교장 등 점포를 오래 이용한 분들 등 다양한 이들이 지역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은행의 계열사 관계자나 제휴 거래 기업 관계자가 들어가는 등 은행의 폐쇄 절차를 오히려 정당화 시켜주는 수단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사전영향평가 항목의 경우 은행의 수익성 또는 성장가능성과 관련된 항목은 제외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 최소화와 관련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과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2023.4.13)
이미지 확대보기내실화 방안은 점포 폐쇄와 관련된 정보의 범위와 내용을 확대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간 점포 폐쇄가 결정되면 은행들은 폐쇄일로부터 3개월 전부터 점포 이용고객에게 문자, 전화,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폐쇄일자, 사유 및 대체수단 등 기본정보를 제공해왔다. 앞으로는 기본정보에 더해 사전영향평가 주요내용, 대체점포 외 추가적으로 이용가능한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에도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 연락처 등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도 분기별 1회로 확대하고 신설 또는 폐쇄되는 점포수 뿐만 아니라 폐쇄일자, 폐쇄사유 및 대체수단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점포폐쇄 정보를 금융소비자가 은행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점포 신설·폐쇄현황 비교정보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시해야 한다.
점포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불편 및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방안도 마련된다.
은행은 소비자보호 전담부서를 통해 점포폐쇄 이후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의 불편 또는 피해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 대체점포를 재지정하거나 대체수단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 자체적으로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할 불편 및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폐쇄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또는 대출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이 예시로 제시됐다.
이번 개선안은 은행연합회의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5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5월 1일 이전에 점포폐쇄가 결정되거나 점포가 폐쇄되는 경우에도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해당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경영공시와 관련된 제도개선사항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해 올 2분기부터 적용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점포 수는 총 5800개로, 2012년(7673개) 이후 10년 새 24% 줄었다. 점포 감소 규모는 2018년 23개, 2019년 57개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0년엔 304개, 2021년엔 311개, 2022년엔 294개 등으로 늘어 최근 3년 새 감소 폭이 커졌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소비자가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점포폐쇄 과정상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면서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