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기업은행 사옥 전경. / 사진제공=기업은행

앞서 노조는 지난달에도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투명·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은행장 선임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모피아·금융위 출신들이 정은보 전 금감원장을 밀고 모 인사가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임명권을 쥐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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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기업은행장으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 도규상닫기



이 가운데 급부상한 인물은 정 전 금감원장이다. 업계에서 그는 금융·경제통으로 불린다. 1961년생인 정 전 금감원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등을 거쳤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과 차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도 맡았다.
지난해 8월에는 금감원장으로 취임했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6월 퇴임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관료 출신이라 이목을 끌었다. 정 전 금감원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곧바로 보험연구원에 둥지를 틀었다.
이어 “공직자윤리법 제17조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을 해석하면, 금감원장을 그만두고 3년 안에는 은행장이 될 수 없다. 공정성에 어긋나고 부당한 권력 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은행은 자체 수익을 창출하며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조직이지만 기타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이 법 조항에서 예외다. 결국 법의 맹점을 이용해 내리꽂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동법 제17조에서는 공직자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및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퇴직 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기업은행은 기재부로부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공직자윤리법상 취업금지기관에 속하지 않는다.
이에 노조는 ‘정은보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공직자윤리법 취업금지기관에 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추가하겠다는 게 골자다.
‘신임 행장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에 대한 질문에는 46%가 ‘기업은행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외교섭 전문성(33%)’, ‘금융정책 전문성(15%)’보다 기업은행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반면 ‘외부 출신 행장의 문제점’으로는 ‘조직 이해 부족(51%)’이 가장 컸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특성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서 볼 수 있는 행장추천위원회 등이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장은 김승경·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맡아왔다.
노조는 조합원이 원하는 인사가 행장으로 임명되지 않을 시 출근 저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역사상 최장 행장 출근 저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 윤종원 행장은 지난 2020년 임명 27일 만에 첫 출근을 했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