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7일 발표한 2021년도 잠정실적에서 연매출 279조400억 원, 영업이익 51조57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2018년(243조7714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주역 사업인 반도체 사업이 전년 대비 30% 늘어난 95조 원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도 약 29조 원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반도체 사업에서 거둔 셈이다.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3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벌써 인텔의 전성기가 지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TSMC와 엔비디아 등 몇몇 반도체 업체의 시가총액은 인텔의 3배가 넘는다. 삼성이 인텔을 앞지른다면 중대한 지각변동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사업 매출이 100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특수는 사라지고 있지만,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앞선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또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어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111조9000억 원, 영업이익 34조5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2년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편 공급사들의 수익성 위주 전략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다운사이클은 짧게 종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그간 주목받아왔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매력적인 호재가 풍부한 만큼 제2의 전성기를 예상한다”고 봤다.
경 사장은 지난 1988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D램 설계,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해왔다. 지난 2020년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경 사장은 임직원에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을 통해 기술이 강한 회사로 도약하자”고 주문했다.
실제로 그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연일 호실적을 거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에도 매출 8조2087억 원, 영업익 8291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역대 세 번째,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3분기 만에 처음으로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대표 2년차에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경 사장에 대해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은 뒤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등 경영역량을 인정받은 리더로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서 반도체 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 전반의 혁신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내에 ‘코퍼레이트 플래닝’ 팀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사업전략과 고객발굴, 생산능력(캐파) 운영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메모리사업부 내 D램개발실과 플래시개발실 산하에는 각각 ‘선행개발팀’을 신설했다. 미래 기술 확보와 개발 오너십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경 사장은 조직개편에 대해 “미래 준비를 위한 혁신을 가속화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목표로 했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도 속도를 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미진하다.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SMC의 점유율은 53.1%, 삼성전자는 17.1%로 집계됐다. 두 기업의 격차는 36%로 큰 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EUV(극자외선) 장비를 이용해 3㎚(나노미터) 공정 가동을 앞둔 만큼, 압도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TSMC의 대형 고객사를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를 171조원으로 확대한 만큼,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대형 M&A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현재 순현금 101조원 가량의 여유 자금을 갖고 있음에도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6년간 이렇다 할 M&A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부회장도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2에서 M&A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에도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M&A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삼성전자가 비메모리분야를 주력으로 키운다고 밝힌 만큼, 최근 각광받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인수합병이 일어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인수 후보로는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 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